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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an 23. 2023

우렁각시 유감

집안일을 보이게 하라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때 밥상이 차려져 있는 집은 모든이의 로망이다

노총각이 일하고 들어오면 아무도 모르게 정갈한 밥상을 차려놓던 우렁각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가정에서는 대부분 엄마들이 우렁각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남편이 일하고 들어오거나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정리되어 있고 음식은 만들어져 있으니 집안일은 아무도 못 볼 때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정리된 상태가 기본이고 당연한 것이어서 주부가 아파서 엉망이 되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고마운 마음이 생길 리가 없다.

물론 요즘은 우렁각시가 반드시 여성이라는 법도 없다. 가끔 남이 한 음식을 먹으며 상도 안 차리고 설거지도 하려 하지 않는 공주과 여성들도 많고, 퇴근 후에도 집안일에 시달리는 남자들도 많으니 말이다.

이 보이지 않는 노동이 당사자에게 순수한 기쁨을 준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교육받고 사회생활까지 한 사람들이 이 역할에 만족할 리가 없다. 그래서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이 많은 공감을 받는 것이다. 김지영에게는 아내를 이해하는 남편이라도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심한 가족들이 있을 뿐이다.  

   

자식들에게 그들이 어릴 땐 기꺼이 해주던 일들도 그들이 커서도 당연히 요구하면 슬슬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가족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가정하에, 큰 마찰 없이 이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은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돕겠는가? 그래서 집안일을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집안일은 크게 청소, 요리, 설거지, 빨래 등이다. 자세한 목록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청소의 경우, 집안이 더러워질 때까지 놔두었다가 주말에 가족들이 있을 때 같이 한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장 보는 일은 시간 있는 사람이 한다고 하더라도 밥상은 차려놓고 가족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불러놓고 같이 요리하고 차린다. 요리한 사람과 설거지하는 사람도 분리한다.

빨래는 효율상 이렇게 하는 것이 곤란하므로 모아서 한 사람이 하되, 건조대를 가족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놓고 같이 널고, 건조기를 쓰는 경우 가족이 모여 있을 때 꺼내서 같이 개거나, 불가피하게 혼자 갠 경우 개서 정리한 옷들은 방에 넣어주지 말고 거실에 보이게 분류해 놓고 각자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옷이 저절로 세탁되고 말려지고 개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된다. 게다가 다른 가족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옷을 자주 갈아입고 세탁물을 많이 내놓는지도 깨닫게 된다.

화장실은 순번제로 청소하기로 정하고 언제 누가 청소했는지 잊어버리니까 달력에 표시하고 눈치채지 못하면 일깨워준다.

대부분 이 정도 하면 양심상 설거지도 나누어하겠다고 자원하고 화장실 청소도 돌아가며 한다. 집에 있을 때 세탁기에서 완료 소리가 나면 빨래도 같이 널기 시작한다. 요리도 볶기 같은 간단한 과정이라도 도와주기 시작한다.

만일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몰라서라기보다 가족 간에 존중 결여나 소통 부재 같은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 그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렁각시 우화는 새드 엔딩이다. 노총각은 우렁각시와 해로하지 못한다. 우렁각시가 노총각에게 자신이 더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으나 노총각이 자신의 필요로 각시에게 성급하게 의존했기 때문에 아직 미숙한 각시와 결혼한 뒤 어떤 연유로 각시를 원님에게 빼앗기고 병으로 죽고 만 것이다. 물론 심층적인 해석은 남성의 마음 안의 여성적인 부분이 발달할 때까지 인생을 더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지만, 이야기의 겉 구조와 교훈은 미숙한 총각이 우렁각시의 고마움을 모르고 이용만 하다가 망한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도 다른 이들의 필요를 보이지도 않고 모르는 곳에서 채워주며 행복할 수는 없다. 우렁각시의 역할을 하는 사람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해 주고 그, 또는 그녀가 성숙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같이 일하며 기다려 주고, 그 또는 그녀의 역할을 보이는 곳으로 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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