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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an 12. 2023

엄마는 마녀의 그림자를 가진다

모성의 이중성

     

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

엄마 신화는 막강하다.

우리 사회는 유교의 효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떤 엄마가 남편을 잃고 온갖 고생을 해가며 여러 자식을 훌륭히 키운 이야기를 숱하게 듣고 살았다. 실제로도 많은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아낌없이 준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이어서 엄마의 밝은 덕목만큼이나 그림자도 어둡다.

    

동화나 신화에서 마녀나 계모로 나오는 캐릭터가 잘 보면 친엄마의 그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스 신화의 여신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으로 모성을 상징한다. 모든 것을 품고 길러낸다. 모든 것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양면성을 갖는다. 그녀의 자식들 중에는 훌륭한 자식들도 많았지만 흉측한 모습의 괴물 자식들도 많았고, 엄마인 가이아도 자식들에게 잘해주다가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면 죽이기까지 하며 잔인하게 응징하기도 하였다.


재 속에 파묻힌 자식의 진면목을 꺼내 주지 않는 동화 ‘신데렐라’ 계모는 사실 그녀의 친엄마로, 막내딸이 어릴 때 그녀의 성장을 돕지 않아서 신데렐라를 절망에 빠트린다. 두 언니들도 사실은 친언니들이고 상대적으로 엄마가 젊어서 지치지 않았을 때 제대로 키워서 신데렐라보다 아름답고 독립적이다. 나이가 들어서 가진 어린 신데렐라를 귀찮아하는 엄마는 그녀를 무시하고 방임한다.

동화 ‘라푼젤’에서 마녀인 양모도 사실 친엄마로, 오랫동안 소망하던 딸이 태어나자 딸을 엄마의 세계의 상징인 탑에 가두고 자식이 성장해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을 방해한다. 딸은 자신의 일부분이어서 그녀가 독립해서 자기만의 행복을 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동화 ‘백설 공주’의 왕비도 아이가 어릴 때는 다정하게 친엄마의 역할을 하다가 자식이 자라서 자기보다 아름다워지자 견딜 수 없게 되어 마녀 같은 캐릭터로 변한다. 요즘은 노화가 금기시되는 시대라 젊은이들과 외모를 경쟁하는 여성들이 많아져서 백설 공주 엄마 같은 캐릭터를 현실에서도 종종 본다.

동화‘헨젤과 그레텔’의 계모도 자신의 생활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자 아이들을 숲 속에 버리는 등 차마 친엄마라고 말할 수 없지만, 사실은 친엄마의 그림자이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동화에서는 충격을 막으려고 새엄마라는 장치를 쓰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자식 유기나 아동 학대 등 이보다 더한 일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 전래동화 ‘장화 홍련’에서는 남편이 자기보다 딸을 더 아끼자, 딸을 모함하는 장화 홍련의 계모가 나오지만 이것도 사실은 친엄마라고 볼 수 있다. 가부장제의 남자들을 아내는 억압하면서 그래도 혈육인 딸에게는 관대한 경우가 많고 아내는 이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해님 달님’에 나오는 엄마도 싱글맘의 어려운 삶에 지쳐 호랑이 같은 본능이 자아를 압도하게 된다. 혼자 그 고생을 해서 자식들을 키웠으니 자식들도 엄마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의 영혼을 삼키고 자식의 성장과 상승을 막게 되는데 이 호랑이도 엄마의 그림자이다.


현실의 이야기에서도, 홀로 된 엄마가 겉으로는 자식에게 독립해서 결혼도 하라고 말하면서도 우울증에 걸려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아 결국은 자식의 발목을 잡는다. 자식은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위로하는데 쓰느라 직업과 결혼 등의 자신의 인생 과제는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효도 신화까지 겹쳐 그런 엄마를 비난하는 일은 오해를 감수해야 한다. 주변에서는 저런 효자 효녀는 없다고 칭찬을 해대니 자식은 사회적으로나 혈육의 정으로나 엄마를 보살피는 일에 소홀할 수가 없고 결국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야 한다. 엄마가 모성 안의 그림자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 의식적인 요구와 그림자의 모순된 요구를 동시에 하는 ‘이중 구속’으로 자식을 혼란에 빠뜨려 자식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경우인 것이다.

이때 모성의 희생과 위대함만을 보는 자식들은 엄마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분별해낼 수가 없어서 엄마의 태도가 혼란스럽고 엄마의 요구에 허우적거릴 때가 많다.   

  

따라서 엄마들도 자식들도 모성의 이중성과 그림자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엄마도 자식도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지 않고 성숙하게 서로를 위하며, 각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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