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세 명의 언니, 바로 아래 남동생, 곧 태어날 엄마 뱃속의 아기까지 있는 가난한 아일랜드의 집안의 소녀 코오트는 조용하게 타고난 천성에, 바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지낸다. 만삭의 엄마가 힘들어지자 여러 아이들 중 코오트를 당분간 친척집에 맡기기로 결정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는 많은 자녀들을 먹이는 것도 버겁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각각의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지 못한다. 언니들은 그래도 좀 컸고 성격도 적극적이어서 자기주장을 하지만 코오트는 조용하고 낯도 가리는 성격이라 자기 몫도 못 챙긴다. 그녀는 밤에 침대에 실수도 자주 하고 아직 글도 잘 못 읽는다. 엄마가 만삭임에도 일에 시달리느라 점심 도시락 챙기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집안은 엉망이다. 겨우 빵 한쪽을 가지고 학교에 가서 점심시간에 옆친구의 보온병에 있는 수프를 몰래 먹으려고 하다가 엎지르고 옷에 묻힌다. 화장실에서 닦고 들어오다가 언니를 마주쳤지만 언니는 달래주기는커녕 친구들과 함께 그녀의 흉을 보고 실망한 코오트는 학교 밖으로 도망간다.
아빠가 그녀를 찾아서 술집에 들러 한잔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젊은 여자를 태우고 딸을 가리키며 그녀가 바로 ‘겉도는 애’라고 말한다. 아빠는 가족을 떠나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잘 챙기지 않고 술과 도박과 경마를 하는 무신경한 가장이다.(아마도 바람도 피우는 것 같다.)
엄마의 사촌 언니 부부에게 코오트를 여름방학 동안 보살펴달라며 맡기는데, 아빠는 가지고 간 옷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아이에게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린다. 에이블린은 친절하게 코오트를 맞이하고, 그녀의 남편 션은 말은 없지만 조용히 아이를 살핀다. 따뜻한 욕조에서 목욕을 시켜주고 가져온 여벌 옷이 없어서 집에 있던 셔츠와 바지를 내준다. 첫날밤 긴장한 코오트는 또 침대를 적신 채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아줌마는 아이가 무안해할까 봐 침대가 낡아서 아래로 꺼졌다고 하며 모르는 척 시트와 잠옷을 빨아준다. 아이의 머리를 정성껏 빗질해 주며 숫자를 세서 숫자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아줌마가 이웃의 병문안을 가느라 집을 비운 동안 아저씨를 따라 외양간에 갔는데 청소 중에 아이가 안보이자 션이 놀라서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찾은 뒤 말없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야단을 치자 아이가 시무룩해지는데 이것이 마음에 걸렸던 션은 감자를 깎고 있던 코오트 옆에 조용히 쿠키를 놓고 나온다. 이것을 계기로 둘은 친해져서 외양간 청소도 같이 하고 함께 송아지에게 젖병으로 분유를 먹이기도 하는데, 우유는 팔아야 해서 송아지에게는 분유를 먹이는 것을 보고 코오트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션은 달리기를 잘하는 코오트의 기록을 재며 칭찬해 주기도 한다. 션의 권유로 에이블린은 시장에 가서 코오트의 원피스를 두벌이나 사준다.
이웃의 장례식에 아이를 데리고 참석했는데 거기서 시간이 길어지자 이웃 아줌마가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놀겠다고 해서 보낸다. 그 아줌마는그 집 아들이 익사 사고로 죽었고 그녀가 입었던 셔츠와 바지가 죽은 애의 옷이었다고 빈정거리며 말한다. 코오트를 데리러 에이블린 부부가 오니 이웃집 여자는 아이가 말이 없다고 하고, 션은 코오트가 할 말은 하는 보기 드문 아이라고 칭찬한다. 부부는 아이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자초지종을 듣는다. 상처받은 에이블린은 방에서 울고 션은 코오트를 데리고 나와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사람들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오히려 많은 것을 잃는다고 다독인다. 그리고 션은 잠들기 전에 코오트에게 책을 읽어주며 손가락으로 단어를 가리키게 하여글을 익히도록 도와준다.
여름이 가고 개학이 될 무렵, 엄마에게 편지가 온다. 남동생이 태어났다고 한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섭섭한 션은 그녀가 묵던 방에서 쓸쓸하게 밖을 내다보고, 에이블린도 눈물이 글썽하여 그녀가 읽던 책을 가방에 넣어준다.
션은 태어나는 송아지를 받느라 바쁘고 에이블린은 일을 하느라 잠깐 나갔을 때, 코오트가 물을 길으러 샘터에 간다. 그리고 에이블린이 집에 그녀가 없어서 뛰어나갔을 때 물에 젖은 코오트가 몸이 차가워진 채로 걸어온다. 그녀는 심한 감기에 걸렸다. 며칠간 침대에 누워서 아프고 회복한 후, 부부는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다준다.
아줌마가 새로 사준 노란 원피스를 입고 집에 도착하자 여전히 식탁은 더럽고, 갓난아기는 울어대고, 언니들이 호기심 많은 눈으로 쳐다보고, 엄마는 많이 컸다고 한다. 아빠는 그녀를 ‘돌아온 탕자’라고 부르며 코오트가 기침을 하자 자기 아들도 잃어버린 전적이 있으니 애를 잘 돌보았어야 하지 않냐며 에이블린 부부를 비난한다.
무례한 아빠를 보고 부부는 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션은 이런 딸을 두어서 뿌듯하겠다며 코오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작별인사를 한다. 차를 타고 떠나는 부부를 멍하니 보던 코오트는 차를 뒤따라 가서 션에게 안기며 “아빠”라고 부르고 둘은 눈물을 흘린다.
자기는 가족에게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지친 엄마와 제멋대로인 아빠, 기가 센 언니들 틈에서 말이 없고 기죽어서 눈치만 본다. 마땅한 사랑을 받지 못하니 밤마다 실수를 하고 책을 읽는 법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 또래 아이들에 뒤쳐진다. 반항하지는 않지만 툭하면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지는 애가 부모도 거북하다. 결국 가난한 집에서 먹는 입 하나를 덜려고 친척집에 맡기는 아이로 선택된다.
엄마의 사촌 언니인 에이블린은 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지만, 조용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가족에게서 떠밀려서 온 코오트를 가엽게 여기며 따뜻하게 보살핀다. 자기 집이었다면 어림없었을 관심을 기울여준다. 홀로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부드럽게 빗질해 주고, 깨끗한 시트를 씌운 침대에서 재운다. 집에서는 1/n의 관심도 받아본 적 없는 아이는 난생처음 100%의 보살핌을 받는다. 서서히 아이의 마음이 열리며, 해야 할 말도 또박또박 한다. 부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일대 일의 대화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의를 가진 사람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웃집 여자는 남의 불행을 안주거리 삼는 종류의 인간이다. 아이를 구슬려서, 에이블린 부부가 아직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에이블린이 아들을 잃고 백발이 되고 술에 중독되어 살았다며 아이에게까지 불행한 감정을 주입하려 하지만 코오트는 부부의 선의와 진심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코오트가 집에 가게 되자 션이 서운해하며 창가에 서있는 모습을 본 코오트는, 자기가 떠나는 것을 속상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아이는 진심으로 이 부부에게 사랑받으며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
결국 코오트는 평소에는 혼자 멀쩡하게 물을 길어오던 샘터에 가서 빠진다. 혹시 많이 아프면 집에 안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부부는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낼수 밖에 없다.
돌아온 집의 모습은 예전과 똑같지만, 사랑을 받아서 달라진 코오트에게는 집이 어색하다. 이 집은 여전히 시끄럽고 더럽고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션은 작별인사를 하며 코오트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부모에게 전한다. 마지막에 코오트가 션에게 안기며 아빠라고 부르는 열린 결말을 보면, 이후에 에이블린 부부가 아이를 다시 데려갈지 혹은 그대로 코오트가 자기 집에 살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 자체를 환대받았던 이 경험은 그 기억만으로도 앞으로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모든 생명은 환대받기 위해 태어난다. 아이를 첫 번째로 환대해야 할 사람들은 당연히 부모이다. 코오트의 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아니고 그들도 사느라 너무 지친 것은 이해하지만, 자녀들이 스스로 원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므로 가난이 자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환영 받지 못하는 아이가 살면서 자존감을 가지기는 힘들 것이다. 코오트가 유년기에,친부모는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그녀를 귀하게 여기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었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