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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Nov 02. 2023

이 많은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책 <물건 이야기> by 애니 레너드

     

아파트 같은 층 이웃이 새로 이사 오면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작했다.

입주한 지 십여 년이 지났으니 새로 이사하는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공사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재작년에는 아랫집, 작년에는 윗집, 올해는 옆집이 공사를 해서 해마다 괴로웠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매번 거의 한 달 반 정도를 소음에 시달린다. 특히 시끄러운 철거 작업을 할 때는 집을 나가는 게 상책이다. 친구와 일부러 약속을 잡기도 하고 카페에 가기도 하며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저녁때쯤 집에 들어올 때 출입문 근처에 세워져 있는 트럭에 쌓인 어마어마한 철거 잔해물을 보았다. 우리 이웃 말고도 노후 아파트로 이사 올 때 모두들 집을 수리하는데, 그 많은 철거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갈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집들이에 초대되어서 가보면 최신 가전제품들이 색을 맞추어 빌트인 형태로 들어가 있다. 첨단 기능에다 디자인도 예뻐서 우리 집의 우중충한 가전제품을 죄다 갈아엎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때도 한편으로는 폐기된 덩치 큰 가전제품들은 다 어디로 갈까 하는 의문을 갖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 집의 고장난 식기 세척기나 가스레인지를 바꾸고 싶었지만 만일 내가 이사 간 다면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과연 새 제품이라고 해서 이것들을 그대로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집엔 새가구를 넣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식기 세척기 대신 손 설거지를 하고, 가스가 주부의 건강에 나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이 집에 살 때까지는 그냥 가스 레인지를 쓰기로 결정했다. 냉장고는 고장이 나서 할 수 없이 바꿨는데, 이사하더라도 가져가려고 빌트인 제품이 아닌 단독 제품으로 교체했다.(물론 수납장의 깊이에 맞지 않아 앞으로 돌출되어서 예쁘지는 않다.)


얼마 전에는 전기밥솥의 내솥에 스크래치가 많아서 내솥만 새로 주문을 했는데, 그 후 밥솥의 압력이 약하고 김이 새는 것 같아서 체를 들고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갔다. 뚜껑 잠금장치와 고무패킹을 교환해 달라고 하자 직원분이 뚜껑 부분 열 장치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니 고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새것으로 구매하는 게 나을 거라고 계속 설득하셨다. 새로 산 내솥만 아니었다면 나도 충고대로 버리고 새로 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바꾼 내솥의 가격도 꽤 비쌌고 해서 그냥 간단한 수리만 해달라고 하고 고쳐서 가져왔는데 현재 밥도 잘되고 멀쩡하게 잘 쓰고 있다. 요즘은 고치려고 가져가면 기존 고객 할인 조건을 들먹이며 새 제품을 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해서,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안돼도 번거로움을 무릅쓰며 수리하려고 해도, 부품이 없는 경우도 많다.

     

환경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애니 레너드도 집집마다 버리는 쓰레기가 다 어디로 갈까 하는 의문을 갖고 쓰레기 수거차를 끝까지 따라가서 거대한 ‘쓰레기산’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때 충격을 받고 이기적인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는 그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책까지 써서 지구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훌륭한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보는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하여 알려주며,  물건을 의식 없이 사고 쓰고 버리는 것이 왜 나쁜가를 깨닫게 해 준다.

귀금속의 대명사 금은 ‘더티 골드’라고 불렸는데 이유는 금반지 하나당 20톤의 유독한 광산 폐기물을 만들 뿐 아니라 초기에 금을 추출할 때 쓰인 수은이 근처 하천으로 유입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도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이유가 산지인 시에라리온에서 내전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시민을 납치하여 광산에 투입하여 얻은 피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게임기등에 쓰이는 광물 콜탄은 콩고의 어린이들이 죽어가면서 채취한 광물이다. 선진국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콩고 어린이들은 탄광에 끌려가서 죽는다.

수수한 패션의 대명사인 면 티셔츠와 청바지도 목화를 키울 때 주는 물과 화학비료와 살충제, 표백제 등을 생각해야 하고 그 후에도 방직, 방적, 마무리과정을 포함하면 티셔츠 하나당 2.3kg의 이산화 탄소를 생성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싼 티셔츠 가격만 보고 쉽게 사고 버리지만 그것은 환경 비용을 빼고, 제3세계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후려친 가격이다. 그러니 싸다고 막 입고 버리고 또 사는것은 옳지 않다.

     

이런 문제의 일차적인 해법은 의식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이다. 후진국에서 노동 착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는 물건들, 생산 경로를 투명하게 밝힐 수 있는 물건들만 사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덜 만들고 덜 쓰는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이 이상한 논법으로 "소비가 미덕"이라고 설득하더라도 지구를 위해, 후손을 위해 덜 쓰고 남기는 것이다. 기왕  물건들은 내구성이 있는 것으로 구입하고 고장 나면 쉽게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와 환경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기업가로 인터페이스 기업의 창업자 레이 앤더슨이 있다. 그 회사는 상업용 건물의 바닥 타일을 공급하는 기업인데, 이전에는 카펫을 통째로 제작하던 것을 바꾸어 모듈 형태로 만들고 닳은 부분만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회수한 부분도 회사 차원에서 재활용하였다. 기업 차원에서 물건을 아끼면 개인이 노력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크니 그의 노력은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지만, 그것들을 만드는데도 역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니까, 수십 번 이상 써야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색깔별로 여러 개를 사놓고 몇 번 쓰지도 않는다면 오히려 환경에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물건이 아니라 퀄리티 타임이 중요하다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웃이나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면 누가 비싼 물건들에 둘러싸여 티브이나 시청하겠는가?

광고에서 물건을 사면 소비자가 멋져질 거라고 유혹했을 때 “과연 이물건이 자원을 추출하고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그것을 위해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을 바칠 만큼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NOPE!(Not on Planet Earth!)

콩고 어린이들이 매맞으며  채굴한 콜탄으로 만든 게임기로 놀고있는 선진국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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