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천일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Nov 24. 2023

영화<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나는 '내'가 한 일과 왜 그랬는지까지 알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반 네 친구들은 독립 기념일 파티에서 신나게 놀고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신 채 차를 타고 가던 그들은 갑자기 길 나타난 사람을 치게 되고 그들은 죽은 사람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며 갈팡질팡한다. 결국 넷 다 각자의 이유로 사고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독립 기념일에 학교에서는 미인대회를 열어 여왕을 뽑고, 헬렌이 1등으로 결정된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베리는 지역의 부잣집 금수저 아들이고, 그녀의 친한 친구 줄리는 성실하고 공부를 잘하여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모범생이다. 줄리의 남자친구 레이는 가난하지만 잘생기고 줄리를 좋아해서 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이들 넷은 헬렌이 여왕이 되자 기뻐하고 축하 파티에서 술을 많이 마신다. 그들은 베리의 좋은 차를 타고 바닷가로 드라이브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때 술을 많이 마신 베리 대신 레이가 운전을 한다. 베리가 술이 취해 자동차의 지붕을 열고 소리 지르며 술을 마시다가 운전석으로 술병을 엎지르고 놀란 레이가 아래를 보다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치게 된다. 그를 살펴보니 얼굴이 피범벅이라 알아볼 수가 없고 이미 죽은 것 같다. 여자애들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베리가 자기 차라서 자기를 범인으로 지목할 거라며 어차피 죽었으니 바다에 던지자고 하고, 레이도 사건에 연루되면 자신은 보호해 줄 가족도 없고 돈도 없어서 곤란해질 거라고 한다. 헬렌도 사고이력이 배우가 되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고, 줄리도 이것이 대학 입학과 장학금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결국 이들은 시체를 같이 들고 바닷가 선착장으로 와서 던지려고 하는데 줄리와 레이가 머뭇거린다. 헬렌이 나서서 시체를 밀려고 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남자가 눈을 번쩍 뜨고 헬렌의 여왕 왕관을 낚아채며 물에 빠진다. 베리가 왕관을 찾으러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 남자는 왕관을 쥐고 베리를 노려본다. 간신히 왕관을 찾아 물 밖으로 나오고, 그들은 이 일을 비밀에 묻어두기로 약속한다.


1년 후, 서로 연락을 한 번도 안 하고 지내던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줄리가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을 겪은 그들은 다 정신이 피폐해져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베리와 헬렌은 헤어졌으며 베리는 술만 마시고 방탕하게 지내고, 예쁜 외모로 뉴욕으로 가서 배우가 되겠다던 헬렌은 엉망이 되어 언니의 가게에서 판매 일을 돕고 있었고, 레이는 어부가 되었다. 줄리는 원하던 대학에 갔으나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성적도 엉망이고 짜증만 내다가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온 것이다.

편지를 놓고 그들은 누가 보냈을까에 대해 의논하는데, 베리가 어떤 사람에게 차를 뺏기고  공격당해서 다치는 일이 일어난다. 줄리는 자신들이 죽인 사람의 이름이 데이비드 이건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에 익사한 남자 시체의 이름이 실렸던 것이다. 친구들은 가족의 복수라고 생각하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의 누나를 찾아가서 알아보지만, 그녀는 동생이 약혼녀 수지와 차를 타고 가다가 혼자만 살아남아서 죄책감에 자살했다고 한다. 그때야 줄리는 자신들이 친 사람이 데이비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축제가 열리고 고별행진 퍼레이드레 참가한 헬렌과 베리는 갈고리를 든 어부 복장의 남자에게 공격을 당하고 죽는다. 위험을 알리러 바닷가 선박에 레이를 찾아온 줄리는 처음에는 그를 의심해서 다른 어부의 배로 피신하지만 알고 보니 그 어부가 바로 살인마였다. 그의 배 아래쪽 얼음 창고에는 헬렌과 베리의 시체도 있었다. 그의 정체는 수지의 아버지였다. 그는 데이비드가 딸을 죽였다고 생각해서 죽이고 오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의 공격을 받다가 레이가 그의 손을 돛의 줄에 걸리게 하여 딸려 올라가다가 손이 잘리며 그는 물에 빠져 죽게 된다. 살아남은 둘은 그들이 지난 여름에 사실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안도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줄리가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또다시 거울에는 “나는 아직도 알고 있다.”라고 쓰여있었고 줄리의 얼굴에 다시 두려움이 스친다.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자면, 데이비드가 약혼녀 수지와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을 때 혼자만 살아남았다. 물론 진짜 사고인지 고의적으로 약혼녀만 죽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1주기가 되었을 때 사고 장소를 찾았고, 수지의 아버지는 그가 딸을 죽였다고 생각하여 데이비드를 찾아 죽여서 물에 빠트렸다. 그리고 길을 건너다가 네 명의 친구들의 차에 치인 것이다. 그는 죽지 않았으나 이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 버리려고 물가로 데리고 왔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물로 밀어 넣었다.

사고는 일어날 수도 있다. 그 도로는 사람이 건너는 길도 아니었고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볼 수도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난 일이다.

첫째로 그들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앞날에 사고기록이 걸림돌이 될까 봐 죽은 사람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 사람을 죽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죽지 않고 물속에서 살아 나와서 그들을 응징한다. 1년 후 그는 줄리에게 그가 그들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어업에서 쓰는 갈고리로 그들을 차례차례 죽이려 한다.

살아남은 줄리와 레이는 그들이 지난여름에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지만, 처음의 사고는 고의가 아니었지만 나중에 살아있는 사람을 물에 빠트린 그들의 행위는 명백히 의도적 살인행위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근처에 누군가 있었다면 이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만일 목격자가 없었다 해도, 전지적 시점의 신이 알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신을 안 믿는다고 해도, 자신은 스스로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왜 그랬는지 이유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비밀이 유지되어도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피폐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는 구실도 매우 빈약하다. 그저 자신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까 봐 그런 것이다. 다른 사람을 다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를 속일 수는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줄리는 자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그 기만을 마음속 자기는 알고 있다. 그녀는 결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는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여전히 ''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영화는 현실이라고 보기에는 살짝 허술하다. 만일 갈고리 어부가 이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구태여 1년을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헬렌의 침실에 들어와서도 머리카락만 자르지 않고 그냥 죽였을 것이다.

이것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살인마 어부는 그들의 마음의 바다에서 살아 나온 죄책감이라고 볼 수 있다. 헬렌의 머리카락을 자른것은 그런 짓을 하고도 머리 스타일 같은 외모에나 관심을 두냐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에도 살인마는 물에 떨어지지만 마치 손만 잘린 채 바다속에 살아 남았다는 여운을 준다. 당연히 그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은 죽을때까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솔라리스>-슬픔의 중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