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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Dec 28. 2023

영화<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연애의 정석

예외는 있다

남녀 관계에서 서로 좋으면 가장 바람직하고, 서로 싫어도 안 보면 되니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한 사람만 좋은 경우이다. 좋아하는 상대가 전화를 안 해서 기다리는 괴로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이럴 때 상대방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너무도 재미있게 다루면서 돌리지 않고 묘사한, 속이 뻥 뚫리는 영화 한 편을 들여다보겠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가-

지지는 내숭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밝고 솔직한 여성이다. 그녀는 소개팅을 하고 상대가 예의상 하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한(눈치 없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코너라는 남자와 데이트를 한 지지는 상대가 마음에 들고 그가 다시 전화를 할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는 사실 그녀와 헤어지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안나에게 전화해서 그날 밤에 시간 있냐고 묻고 있었다.

그녀의 친한 친구들도 고민하는 지지를 보고 그녀들도 과거에 연애할 때 자기들이 먼저 전화했었다며 누가 전화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하니 그녀는 용기를 얻고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지만 회신은 오지 않는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그녀는 코너가 매일 들른다는 그의 친구 알렉스가 운영하는 술집에 가는데, 알렉스가 술을 따르며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에게 충고를 해준다. 그가 보낸 신호를 종합해 볼 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는 아무리 바빠도 상대에게 반하면 즉시로 연락을 하며 전화를 즉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절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남자를 변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한다.

     

-결혼 후에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벤과 제닌은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이다. 대학교 때 만나서 사귀다가 결혼이 전제가 아니면 헤어지겠다고 하는 제닌의 말에 결혼했지만 친구 같은 사이에 부부관계도 하지 않는 무늬만 부부이다. 어느 날 슈퍼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요가 강사이며 음악지망생인 안나를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 빠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결혼했다는 것을 알리고 멀리한다. 그러나 이후 그녀의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고 그들은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날 부부가 쇼핑을 하면서 그들이 리노베이션하는 집의  마루재질을 고르는데, 벤은 겉으로보면 나무와 똑같지만 합성으로 만든 가격이 저렴한 재질로 하자고 하고, 제닌은 가짜가 진짜인척 하는 걸 참을수 없다며 가격이 비싸도 나무재질을 고르겠다고 한다. 이때 그는 마음이 찔려서 갑자기  아내에게 불륜을 고백하게 되고 아내는 재결합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둘은 결국 파경을 맞는다. 이 과정에서 애인 안나에게도 상처를 주고 벤은 두 여자를 다 잃게 된다.   

  

-상대가 계속 만나면서 잠자리는 하지 않는다면-

코너는 안나를 좋아하지만 최근 안나는 그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게이 커플이 그들을 보고 같이 자지 않으면 마음이 없는 증거라고 지적 한다. 안나는 코너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에게 전기를 느끼지는 않는다. 닐에게 상처받고 코너를 만나서 위로받고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조금 후에는 그냥 혼자 집에 돌아온다. 코너의 청혼을 받았을 때 그녀는 솔직하게 거절하고 혼자의 시간을 기로 한다.   

  

-동거는 하면서 결혼은 하지 않는다면-

베스와 닐은 서로 사랑하고 7년째 동거 중인 커플이다. 베스는 닐이 청혼하기를 바라지만 닐은 세속적인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못 믿고 불안하니까 묶어두는 제도가 결혼이라고 한다. 그러나 베스의 동생이 결혼한다고 초대장이 오고 그녀는 서운한 생각에 다시 한번 닐에게 물어보지만 그의 생각이 변하지 않자 그녀는 이별을 택한다. 그러나 동생 결혼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님 집에 내려온 베스는 자매의 남편들의 한심한 행태를 보며 닐이 그리워지고, 결혼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화상 데이트나 메일 데이트도 연애인가-

메리는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연애 소개 사이트에 접속해서 사람을 찾는다. 편지나 보이스 메일이나 화상 메일로 상대방과 연락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잘못 보낸 보이스 메일을 통해 상대가 여러 여자에게 동시에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망한다. 고객으로 자신이 광고를 제작해 주었던 코너를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게 되고 둘은 전화와 사진으로 상상했던 상대가 실제로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진짜 연애를 시작한다.

    

순진한 지지는 알렉스가 계속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자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 줄 알고 파티에서 여자친구 행세를 하지만 그는 어이없어하며 소설 쓰지 말라며 정색을 한다. 지지는 감정 과잉인 자신이, 상처받지 않으려고 항상 감정을 조절하는 외톨이인 그보다는 낫다고 소리치고 나온다.

사실 본인은 못 느끼지만 관객들은 현실주의자인 알렉스가 시간을 써가며 지지에게 상담을 해줄 때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다  보인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확인한 알렉스가 지지에게 대시하며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베스는 결혼이라는 형식을 떠나서  자체를 그리워하게 되고, 도 사랑하는 베스가 행복하다면 얼마든지 의식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 그는 드디어 그녀에게 청혼한다.

양손에 떡을 쥐고 어느 쪽도 포기할 생각이 없던 은 결국 둘 다 놓치게 된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상대방과 소통하던 메리는 실제 인물과 이메일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코너를 실제로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연애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에서 연애의 성공은 남성이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달려있다고 영화는 말한다.(욕먹을 확률이 높은 결론이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은 많은 암컷에게 구애하고 많은 자손을 퍼트리려는 성향이 있고, 암컷은 자신과 자손을 잘 보호하기 위해 능력 있는 수컷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은 인간의 이데올로기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의 법칙이고 일종의 정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알렉스가 순진한 지지에게 상대방이 보인 신호를 아프더라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얼마 전 방송했던 티브이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성공한 두 커플 중 나중에도 계속 만나는 커플은 남자가 엄청 바쁜 스케줄 중에도 새벽에 꼭 연인의 집 근처에 가서 얼굴을 보고 집에 갔다고 했고, 다른 커플은 바쁜 일 때문에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후자는 헤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니 바빠서, 출장 중이어서, 전화번호를 잃어버려서 등등의 핑계로 연락할 수 없다면 그것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자꾸 왜곡하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뼈아프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상심한 그녀를 위로하려고 그가 좋아하는데도 자신이 없어서 그런다는 둥 엉뚱한 해석을 한다. 지지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남자애가 놀이터에서 그녀에게 욕을 했을 때도 엄마는 걔가 그녀를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라위로했다. 하하.

또한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여성이 결혼을 밀어붙여서 한 경우, 남자는 결혼에 만족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울 확률이 높다. 은 결혼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매력적인 안나를 보자 정신없이 바람을 피운다. 아이를 갖자고 한 아내의 말도 듣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연애와 사랑의 이다.

      

그러나 항상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지지와 알렉스의 경우, 알렉스는 나중에 그녀에게 반했다.(알렉스가 방어적이어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인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또 결혼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핑계대며 결혼을 미루는 많은 남자 중 진심인 경우가 별로 없는데, 특별히 닐의 경우는 진심으로 베스를 사랑했었고 여자친구가 결혼을 그렇게 원하는 것을 알자 결혼하겠다고 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예외라는 것은 아주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정석을 따른다.


그러니 상대방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멋대로 사실을 각색한 소설을 쓰지 말고, 쿨하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되는게 좋겠다. 정신승리한다고 해서 내가 차였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여자와 남자는 아주 많다. 나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미련을 두지 말고, 넓은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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