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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Feb 01. 2024

영화<런어웨이 브라이드>-결혼의 조건

내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는?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약속했다가 막상 결혼식장에서 입장을 하다가 서약을 하기 전에 도망가는 여자가 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일어난 일이고 이제 네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살고 있는 메릴랜드에서 유명하다 못해 멀리 뉴욕까지 그녀의 소문이 나고 신문 칼럼니스트가 그녀를 찾아온다. 과연 네 번째 결혼식은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문에서 칼럼을 쓰는 작가 아이크는 기사거리가 부족해서 매번 마감시간에 쫓긴다. 술집에서 특종이 없나 기웃거리던 그에게 옆에 앉아있던 어떤 남자가 메릴랜드 헤일이라는 곳에 사는 어떤 여자가 결혼식에서 예닐곱 번쯤 도망갔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는 그 이야기를 얼른 주워서 “Hit & Run(뺑소니)”라는 제목과 “반주자는 ‘신부가 도망가네’라는 곡을 연주한다”라는 부제의 칼럼을 쓴다. 거기서 그는 매기 카펜터 양을 남자 킬러인 ‘런어웨이 브라이드’라고 지칭하며 그녀는 남자를 그냥 잡아먹지 않고 신랑 옷을 입힌 뒤 잡아먹는다고 썼다.

이 신문은 온 나라에 퍼지고 그녀도 그 칼럼을 읽게 되고 화가 나서 사실을 왜곡했다며 신문사 사장에게 바로잡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항의 편지를 쓴다. 문제가 커지자 사장은 아이크를 해고하고, 그는 복직하기 위해서는 칼럼의 내용을 입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그녀가 사는 도시로 내려가서 밀착 취재를 하고 네 번째 결혼식에서까지 도망치는 것을 특종으로 보도할 마음을 먹는다.

     

그녀의 집을 방문한 그는 식구들과 금방 친해지고 과거 결혼식 비디오를 넘겨받는다. 그것을 보고 과거 그녀와 결혼하려 했던 신랑 후보자들을 하나씩 찾아가 인터뷰한다.

첫 번째 신랑 후보는 차 정비소를 하며 밴드 활동을 하는 질인데, 콘서트 분위기로 결혼식을 준비했으나 매기는 등에 장미 문신을 한 채 신부 입장을 하다가 돌아나가서 친구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 버렸었다. 그는 아이크에게 과거 둘이 샌프란시스코 콘서트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고 아이크는 매기의 등에 문신이 없다고 하니 그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뒤쫓아온 매기가 그녀는 바늘을 무서워해서 진짜 문신은 하지 않았다며 그때 문신은 지워지는 스티커였다고 고백하자 질은 실망하고 자신은 진짜였다며 가슴의 문신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브라이언으로 성당에서 결혼식에 들어오다가 돌아서 나가서 뛰어서 도망간다. 브라이언은 이후 괴로워하다가 신부가 되었다. 매기가 성당으로 찾아와 아이크와 무슨 말을 했냐고 묻고 매기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가 무엇인지 물어서 스크램블드 에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곤충학자인 조지로 나비농장에서 야외 결혼식을 계획하고 신부는 말을 타고 입장하는데 그녀는 내리지 않고 그대로 말을 타고 도망가 버린다.     

매기는 아이크에게 자신에 대해 오해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같이 다니면서 직접 인터뷰를 하라고 한다.

둘은 매기의 철물점 가게도 돌아보는데, 그녀는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는 우수한 성적으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재원으로 개성 있는 스탠드 램프를 만들고 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아빠가 슬퍼서 알코올에 의존하자, 아빠도 돌보고 가게를 이어받기 위해 할 수 없이 지방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녀는 세 개의 약혼반지와 네 번째 약혼반지도 보여주며 에베레스트 등반 성공자이며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인 네 번째 약혼자 밥이 경기 중 전광판에 했던 프러포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크는 그런 거창한 프러포즈보다는 솔직하고 평범한 청혼이 더 감동적이지 않냐고 한다.

식당에서 밥이 계란 흰자와 야채로 만든 오믈렛을 주문하자 옆에 앉은 매기도 같은 것을 먹겠다고 하고 아이크는 그럴 줄 알았다며 한심해한다.

세 번째 약혼자를 검색하던 아이크는 자신에게 술집에서 매기의 정보를 준 사람이 바로 세번째 후보 조지라는 것을 알고 뉴욕으로 올라가서 그를 다시 만난다. 그는 메뚜기 생식 연구를 하다가 매기를 만났다고 한다. 아이크가 그녀가 도망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아이크도 매기에게 빠졌다고 비웃으며 가는데, 그에게 매기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를 묻자 자신과 똑같이 삶은 계란이라고 말한다.


아이크는 매기가 두려워서 도망가는 거라며 혼란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녀는 계란 요리 하나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자신의 취향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매기도 아이크가 또다시 자기를 도망치게 만들려고 시도하면서, 사랑도 모르고 냉소적이고 무자비한 겁쟁이라며 그의 칼럼에는 사적인 이야기는 없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지적하고 비웃고 비난하는 이야기만 들어있다고 응수한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결국 밥과의 결혼은 무산되는데, 그들은 기왕 결혼식 준비를 마쳤으니 거기서 결혼하기로 한다. 그러나 매기는 이번에도 입장하다가 또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밖에 있던 페덱스 트럭을 타고 도망가고 아이크는 그녀를 따라 나가 좇다가 주저앉는다.

     

시간이 흐르고 매기는 자신의 가게에서 디자인한 램프를 뉴욕의 조명가게에 전시하고 아이크도 지나가다가 그것을 본다.

어느 날 매기가 뉴욕으로 아이크를 찾아와서 자신이 도망간 이유를 말한다.

예전에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려 했었고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었기 때문에, 결혼했다면 그것은 거짓에 기반한 것이어서 파혼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한다.

아이크만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기에게는 스스로의 모습을 알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 지내면서 요리를 해보고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는 에그 베네딕트라는 것을 알아낸다. 또 그녀는 성대한 결혼식보다 작은 결혼식을 좋아하고 식이 끝난 후 둘이 말을 타고 달리고 싶어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녀는 자신이 매번 신고 도망갔던 운동화를 아이크에게 맡기며, 그가 예전에 들려주었던 솔직하고 평범한 말로 그에게 청혼한다.

드디어 그들은 언덕에서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친지들이 나중에 올라와서 하는 축하를 받으며 말을 타고 함께 평원을 달린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 서로 사랑하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 누구나 처음에는 상대방이 좋고 그(그녀)를 위해서는 자신은 희생하고 무엇이든 맞추어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참는 기간이 일정 기간이 아니고 남은 인생 전 기간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기에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상대방에 맞추어 일생 연극을 하며 살 수는 없다.

영화의 주인공 매기는 아름답고 똑똑하고 매력 있는 여성이지만, 자신의 꿈을 접고 알코올 의존증인 아버지와 가업을 돌보기 위해 집으로 내려왔다. 이것만 보아도 그녀가 자신보다는 가족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사귀고 결혼하려 했던 남성들에게도 자신의 개성은 죽이고 그들에게 맞추어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보인다. 음악을 좋아하는 애인과는 콘서트에서 같이 흥분하고 그의 열정에 맞추어 몸에 문신도 하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몸에 바늘이 들어가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곤충학자 애인의 관심에 맞추기 위해 함께 좋아하지도 않는  메뚜기를 관찰하러 다녔고, 운동선수 애인의 취향에 맞추어 신혼여행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캠프로 가기로 결정한다. 계획했던 결혼식 형태도 다 남자 친구들의 취향에 따라 세팅된 결혼식이었다.

무엇을 먹을 때도 다 상대방의 식성대로 따라먹어서 그들은 매기가 우연히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계란요리를 같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발견한 사람은 칼럼니스트인 아이크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감이 없고 혼란스러워서 결혼식에서 도망치는 거라고 결론을 내린다.

반면에 매기가 보기에 아이크는 사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겁쟁이어서 자신의 개인 이야기를 공개하지 못하고 남이 한 실수를 멀리서 손가락질하며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저널리스트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창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 능력을 모두 부여받는 것은 아니어서 차선책으로 비평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벌거벗은 자신을 공개하기를 꺼려서 남의 이야기를 하는 저널리스트를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매기의 비판은 아이크의 아픈 급소를 찔렀을 것이다.

이렇게 호감을 갖는데 더해서 서로의 내면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으니 둘은 결혼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은 스스로에 대해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비유로 영화에서는 각종 계란 요리가 등장한다. 프라이, 스크램블드, 삶은 계란, 오믈렛, 베네딕트 등등 온갖 요리를 앞에 놓고 세심하게 맛을 보고 자신의 진짜 취향을 점검하는 매기의 표정은 심각하다. 누구나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알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후에야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잘 살 수 있다.

    

흔히 결혼식 주례사에서 인용되는 말인 “일심동체”가 얼마나 엉터리 소리인지 다들 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과 취향이 같겠는가? 그건 자웅동체 생물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다른 점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결혼이다.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거듭하고 이룬 둘의 결혼을 그려본다.(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라서 상상하기도 쉽다.)

아침식사 때 둘은 각자 좋아하는 다른 요리를 해서 먹을 것이다.

매기는 금속과 전기기구로 여러 개성 있는 물건을 만드는 행복한 디자이너가 될 것이다.

아이크는 드디어 소설을 쓰기 시작할 것이고, 칼럼에도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는 따뜻한 글을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둘은 평생 사랑하며 살 것이다.

 

도망치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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