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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pr 22. 2024

영화<드라이브>-착한 상어는 없다

본색을 깨닫다

     

주인공 드라이버는 평소에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영화에서 자동차 스턴트맨으로도 활동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어두운 세계의 일을 했던 것으로 짐작되고,  현재에도 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지만 범죄자들을 이동시키는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다.

그가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이웃에 어떤 여자와 어린 아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과 자주 마주치며 드라이버는 처음으로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버는 강도 두 명이 돈을 훔쳐서 나오자 그들을 태우고 경찰의 무전 연락을 도청하며 바람처럼 골목길을 누비고  헬기 추적을 막을 수 있는 고가도로 밑을 통과해서 미식축구 경기가 끝나서 사람이 붐비는 주차장에 그들을 무사히 내려주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베테랑 운반책이다.

그를 고용한 새넌은 과거에 드라이버와 비슷한 일을 했던 인물로, 낮에는 정비소를 운영하고 영화의 자동차 스턴트 배우를 공급하며 범죄자들을 도피시킬 때 드라이버에게 성능 좋은 엔진을 장착한 차를 공급해 준다. 그는 솜씨가 좋은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자동차 경주를 시키고 돈을 벌 궁리를 하지만 좋은 차를 마련할  돈이 없자, 과거 자신이 스턴트를 했던 영화를 제작한 버니를 찾아가서 투자를 받는다. 버니는 영화 제작자일 뿐 아니라 범죄 조직의 지역 우두머리인데 드라이버의 실력을 확인하고 돈을 투자한다.

     

드라이버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의 이웃에 사는 아이린은 남편이 절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서 혼자 아들을 데리고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슈퍼마켓에서 그들과 마주쳤는데 그녀의 차가 고장이 나서 그가 도와주게 되고 서로 좋은 감정이 생긴다. 며칠 후 아이린이 아들과 함께 그의 정비소로 차를 고치기 위해 방문하고 그가 그들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드라이브를 시켜주며 계곡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저녁때 잠든 아이를 안고 아파트로 들어오며 그는 과거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의 따뜻한 감정을 맛본다.

그들은 다음 주말에 데이트를 하지만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일주일 뒤에 석방된다는 전화가 왔다고 하그녀의 얼굴은 슬퍼 보인다.


남편이 석방되어 가족들과 친지들이 모여 환영파티를 고 남편도 아내와 다시 잘살아보려 하지만, 감옥에서 석방을 위해 범죄조직의 돈을 빌렸는데 그 이자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들은 그에게 다시 범죄를 부추기며 폭행하고, 가족까지 해치겠다고 협박한다.

남의 일에는 절대로 개입하지 않았던 드라이버가 아이린과 그 아들을 위해 남편을 돕기로 하고 그가 전당포를 턴 후 도망가는 것을 돕겠다고 한다. 그러나 범죄조직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녀의 남편은 총을 맞고 즉사한다. 공범과 훔친 돈 100만 불을 가지고 도망간 드라이버는 버니의 수하에 있는 니노라는 범죄자가 동부의 조직자금을 훔치려고 이 일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니노는 킬러를 보내서 드라이버를 처치하려 하지만, 드라이버는 아이린과 킬러와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돌변하여 킬러와 격투를 벌이고 그를 잔인하게 죽인다. 그 모습을 아이린이 보고 놀라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가 당황한  서있는 그를 바라보고, 그들 사이에 있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다.


드라이버는 니노를 추격하여 죽인 후 버니에게 전화를 하여 돈을 줄 테니 아이린은 내버려 두라고 협상한다. 버니를 만나서 여자는 안전하게 내버려 두겠다는 약속을 받고 드라이버가 차 트렁크에 있는 돈을 버니에게 주는 순간, 버니가 칼로 그의 배를 찌르고 동시에 드라이버도 버니의 목을 찔러 죽인다. 상처를 입은 드라이버가 아이린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은 이제 떠난다며 "당신과 아이를 만난 것이 내인생 최고의 사건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야외 주차장에 버니의 시체와 돈가방을 남긴 채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드라이버가 니노를 죽이고 버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니노는 강을 건너지 못했다”라고 할 때 비유한 우화가 <전갈과 개구리>이다.

"개구리가 강을 건너려고 할 때 전갈이 다가와 자신은 헤엄을 못 치니 자기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달라고 부탁한다. 개구리가 독침이 있는 위험한 전갈을 어떻게 태우겠냐고 하자, 찌르면 자신도 함께 죽으니 절대 찌르지 않을 거라고 한다. 개구리는 이를 믿고 전갈을 태웠지만, 강 한복판에서 전갈은 개구리를 찌르고 그들은 둘 다 빠져죽게 된다. 이때 전갈이 죽으면서 독침을 찌르는 것은 자신의 충동이고 본성이라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중간에 드라이버가 아이린의 아들과 함께 만화영화를 보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여러 캐릭터 중 누가 악당이냐고 묻자 꼬마가 무조건 상어라고 대답한다. 그가 착한 상어는 없냐고 하자 아이는 그런 건 없다고 한다. 상어의 본성은 그냥 악하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킬러가 탔을 때 아이린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킬러와 싸우는 것은 방어이니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이미 죽었거나 기절한 사람을 잔인하게 해치는 것은 그의 안에 각인된 냉혹 습성이다. 아이린이 놀라서 슬픔과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때, 그는 자신은 그녀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둘을 양편으로 놓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이 그것을 비유한다. 그들이 사는 세계는 서로 다른 것이다.


드라이버는 영화에서 심지어 이름도 없다. 그에게 인간의 마음이 없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의 운전실력이나 싸움 실력을 보았을 때 그가 과거에 얼마나 어두운 생활을 했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절대로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이린과 그녀의 아들을 보며 처음으로 자신도 따뜻한 세계로 들어가  그들과 가족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차가웠던 마음의 경계가 풀리며 그들과 함께 할 때면 미소와 친절함이 나온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과거라면 절대로 개입하지 않았을 그녀의 남편의 일까지 돕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를 돕다가 만난 상황에서 자신의 본성을 마주하자,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린과 함께하면 결국 그녀도 해를 입는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은 신파에서 자주 나오는 무의미한 수사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진실이다.

자신에게 빛이 되어준 아이린이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그는 떠난다.


영화의 타이틀이 나올 때 무채색 어두운 배경 위에 뜨는 “drive”라는 글자의 색은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핫 핑크(형광 핑크)이다. 드라이버의 고유한 자아의 색깔은 바뀌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것이다.

결국 아이린을 만나며 냉혹하고 무감각하던 드라이버가 바뀌며 따뜻한 그녀의 세계로 들어가려 했던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황폐한 그의 마음에도 무의식의 아니마를 의미하는 아이린의 자리가 있었고 그것을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지켰다는 것이 그의 변화의 시작을 암시한다. 드라이버의 미래에 펼쳐질 삶이 과거처럼 냉혹하지만은 않을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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