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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ul 04. 2024

영화<괴물>-괴물 찾기 놀이에 빠진 사람들

누구에게나 사각지대가 있다

     

초등학생 미나토가 다쳐서 집에 온다.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에 대해 엄마와,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온갖 추측과 소문에 의거하여 괴물 찾기 놀이에 열중한다.

마침내 미나토의 진실이 드러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엄마, 사오리의 시선

남편이 죽고 혼자 아들 미나토를 키우는 사오리는 최근 아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욕실 바닥에 자른 머리칼이 떨어져 있고, 운동화는 한 짝만 신고 왔으며, 물통을 씻으려고 보니 안에 흙이 들어있다. 물론 아들은 교칙에 따라 머리가 길어 잘랐으며 신발은 잃어버렸고, 흙은 과학실험을 하느라 넣었다고 한다. 그는 “돼지 뇌를 이식한 사람은 인간일까, 돼지일까?”라는 이상한 말을 하며 담임인 호리 선생님이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엄마는 손님으로부터 호리 선생님이 걸스바에 출입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녀는 밤늦게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서 아들의 자전거가 놓여있는 외딴곳으로 들어가서 귀를 다친채 터널에 서있는 미나토를 데리고 나와 차를 타고 돌아온다. 엄마는 아들이 커서 가족이라는 보물을 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그를 보호하겠다는 말을 하고, 미나토는 아빠처럼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는 다치고 엄마는 놀라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하고 돌아오는데 미나토가 자신의 뇌는 돼지 뇌라며 자기는 괴물이라고 한다.

엄마는 드디어 학교를 방문한다. 교장실에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담임교사의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의심한다고 하지만 교장은 겉핥기식 사과만 할 뿐 진정한 반응을 해주지 않는다. 이에 흥분한 엄마는 교장을 인간도 아니라고 비난하며 호리를 파면하라고 한다. 복도에서 마주친 호리 선생은 미나토가 요리라는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힌다는 말을 하고, 그녀도 화가 나서 그가 걸스바에 다니는 것을 안다며 선생이야말로 돼지뇌를 가진 괴물이라고  맞받아친다.

엄마는 요리의 집을 방문한다. 그 집에서 잃어버린 아들 신발 한 짝을 발견한다. 그녀는 요리에게 학교에서 미나토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고,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때렸다는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호리 선생은 학부모들이 모인 회의장에서 공개 사과를 하고 교직에서 파면당한다.

얼마 뒤 호리가 학교에 다시 찾아와 미나토를 만나 추궁하자 미나토가 도망가다가 다치고 엄마는 다시 학교에 가서 아들을 데려온다.

태풍이 불던 아침 그녀가 미나토의 방을 열어보고 아들이 집에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2. 담임교사, 호리의 시선

호리가 여자 친구와 함께 육교를 건너던 중 건너편 건물에 화재가 난 것을 보았을때 휴대폰으로 화재 장면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던 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걸스바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고 놀리고 그말이 스트리밍 된다. 함께 집에 온 호리의 애인은 그가 많은 책을  꼼꼼하게 읽고 오타를 찾아 출판사에 편지하는 취미를 가진것을 한심해한다.

그는 학급 학생 중 요리가 약하고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는다고 생각해 가정 방문을 하고 집 앞에서 아버지를 만나지만 그는 술이 취한 채로 요리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며 아들은 인간의 뇌가 아닌 돼지의 뇌가 들어있는 괴물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동료 교사가 요즘은 학부모가 괴물이라며 교사 수난 시대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동료 여교사는 호리에게 걸스바에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고, 교장 손녀가 차 사고로 죽어서 교장의 남편이 감옥에 갔지만 실제는 교장이 후진하다가 아이를 치었다는 소문이 다고 말한다.

교실로 돌아가던 중 소란이 일고 책가방이 복도에 내팽개쳐져 있고 안에서는 미나토가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그것을 말리던 중 팔꿈치로 미타토의 코를 쳐서 코피가 난다. 그는 미나토를 훈계하고 학급 친구들에게 사과하게 한다. 체육 시간이 되어 피라미드 대형을 만들 때 아래쪽 남학생들이 힘들어하자 호리는 남학생들에게 남자답게 힘을 내라고 한다.

미나토의 엄마가 학교에 왔다는 소리를 듣고 그는 학부모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해명하겠다고 하지만 교장과 동료 교사들은 말리며 무조건 사과하라고 시킨다. 결국 하지도 않은 말과 행동에 대해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교장은 약속과 달리 그를 파면한다. 짐을 싸서 나가다가 교장을 만난 그는 손녀를 쳤을때 운전은 누가 했냐고 따지고 떠난다. 집에 있는 그에게 기자들까지 찾아오자 여자 친구는 그와 이별한다. 절망한 호리는 미나토가 자신에게 왜 그러는지 듣고 싶어 학교에 가서 물어보지만 미나토는 도망가다가 넘어지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그를 밀었다고 소문낸다.

집에 돌아온 호리는 쌓여있는 학생들의 작문 숙제를 우연히 꺼내서 보는데 글을 거꾸로 쓰는 요리의 글자를 고치다 보니 그 글은 미나토와 요리의 이름을 거꾸로 끝없이 연속해서 쓴 것이었다. 비로소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히는게 아니라 둘이 좋아한 것이라는 내막을 알게 된 호리는 태풍이 부는 거리를 달려 미나토의 집에 가서 엄마 사오리에게 내용을 이야기하고 둘이 함께 없어진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산사태가 발생한 터널 뒤편으로 간 그들은 넘어진 폐기차를 발견하고 위로 올라가 창문에 덮인 흙더미를 치우고 창문을 연 뒤 안을 들여다보며 아이들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바닥에 있는 반대편 창문이 열려있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3. 미나토의 진실

등굣길에서부터 아이들은 요리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며 괴롭힌다.

청소시간에 탬버린을 음악실에 가져다 놓은 미나토와 요리는 과자를 나누어 먹다가 떨어트리고 줍고 있는 미나토의 머리를 요리가 쓰다듬는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미나토는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에게 말 걸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요리가 만졌던 머리카락을 잘라 버린다.

다시 교실에서 아이들이 쓰레기를 요리 책상에 올리고 그것을 치우는 것을 돕는 여학생을 놀리라고 하는 것을 요리가 거절하자, 여자 편을 드는 사람은 여자라며  뽀뽀해 라고 합창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견딜 수 없었던 미나토가 갑자기 그들의 주의를 자신에게 돌리려고 교실 뒤편에 정리되어 있는 가방들을 던지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그때 호리 선생이 들어와 말리다가 미나토의 코를 치게 된다. 둘이 함께 하교하다가 미나토는 아이들이 신발을 숨긴 바람에 맨발인 요리에게 자신의 신 한 짝을 주고, 둘은 깽깽이로 요리의 아지트인 터널 저편 폐기관차에 간다. 함께 놀고 다시 집에서 재료들과 먹을 것을 가져와서 기차 안을 멋지게 꾸민다.

둘은 학교 뒤 계단에 죽은 고양이 사체를 보며 이대로 두면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며 사체를 흙으로 묻고 나뭇잎을 위에 덮은 뒤 요리의 토치로 불을 붙인다. 불이 번질까 봐 미나토는 물병에 도랑의 흙탕물을 담아 불 위에 붓는다. 미나토는 토치를 보며 요리가 걸스바에 불을 냈다는 것을 눈치채고, 요리는 술 마시는 건 건강에 안 좋기 때문에 한 일이라며 아빠가 거기서 매일 술을 먹고 다닌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이들이 요리를 매일 괴롭힌는 사실을 호리 선생님에게 말해보라고 하자, 선생님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혼낼 것이 뻔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요리의 엄마는 떠났고 아빠는 아들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병이 나으면 아내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요리는 세상에 빅크런치가 일어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서 자신이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둘은 기차 안에서 머리에 카드를 붙이고 ‘괴물은 누구게’ 놀이를 하는데 미나토 이마에 붙은  ‘나무늘보’에 대해 요리가 설명하며 “그것은 공격을 당했을 때 온몸의 힘을 빼고 아무것도 안 느끼려 하고 포기한다” 하자 미나토는 정답은 ‘요리’라고 한다.

요리는 할머니댁으로 가게 되어 전학 간다고 하고 미나토는 그가 가는 게 싫다고 하며 요리를 포옹하다가 기분이 이상해져서 당황하며 뛰쳐나간다.

다음날 미술시간, 아이들은 또 일부러 요리의 책상에 물감을 쏟고 그것을 닦는 요리의 걸레를 빼앗아 미나토에게 토스하고 또 던지라고 하지만 미나토는 그냥 요리에게 준다. 친구들이 미나토가 요리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며 역겹다고 놀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미나토가 요리를 공격하며 걸레를 빼앗으려 싸우다가 귀를 다치고, 이때 호리 선생님이 말리고 양호실로 둘을 데려가서 화해의 악수를 시킨다. 그날 저녁 미안해진 미나토가 아지트인 기차로 가 있다가 터널에서 요리를 기다리고, 집에 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엄마가 터널로 와서 미나토를 데려가는 바람에 둘은 만나지 못한다. 미나토가 요리의 집으로 찾아갔을 때 그의 아빠가 나와서 이제 요리의 병은 나았다고 하며 미나토를 돌려보내지만 요리가 다시 나와서 거짓말이라고 말하다가 끌려들어 가고 집안에서는 매를 맞는 듯 비명이 들린다.     

미나토는 교장 선생님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밝힐 수 없어서 호리 선생님에 대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자신도 거짓말을 했다며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을 때는 관악기를 “후~”하고 불라고 한다. 그녀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태풍이 불고 미나토는 요리의 집에 찾아가는데 요리는 아빠에게 맞고 욕조에 쓰러져 있었다. 둘은 비바람을 뚫고 그들만의 아지트인 폐기차로 들어가고 산사태로 기차는 90도 전복된다. 도랑 위에 얹힌 창문을 열고 둘은 아래 배수로로 탈출한다.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초원에서 둘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닌다.

요리가 “우린 다시 태어난 걸까?”라고 묻자, 미나토가 대답한다. “그런 일은 없어. 우린 원래 그대로야.” 요리가 말한다. “다행이야.”      

    



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라쇼몽’이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 사무라이의 죽음에 대해, 여러 인물들은 관아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누락과 과장을 통해 자신이 명예롭고 죄가 없음을 부각한다. 따라서 진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전지적 시점의 나무꾼이 없었다면 관객은 사건의 진짜 전말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것과 약간 결이 다른 것이, 인물들이 왜곡이나 누락을 하지 않고 최대한 자기 입장에서는 진실한 묘사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사람이 바라보는 각도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나 엄마 사오리가 차를 후진하다가 사람을 치거나 건물의 벽에 부딪친 것도 사이드 미러에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개개인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사실은 자기만 보는 측면이어서 불완전하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려면 다각도의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엄마와 선생님이 협력하며 관점을 공유하니 그제야 진실이 보였고, 비로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볼 때는 선생님이 자기의 아들을 학대한 정황이 분명했다. 관객들까지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2부의 선생님 시점이 되니 엄마는 물불 안 가리고 자기 아들만 싸고도는 무분별한 학부모였다.

호리 선생님은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히는줄 알았다. 알고보니 미나토는 잘못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던 교장 선생님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어서, 진실을 모두 말할 필요는 없으며 행복이란 모든사람에게 허락된 것이라는 지혜를 미나토에게 알려준다.

누구나 자신의 틀을 통해 세상을 본다. 이것을 '편견'이라고 한다. 사오리는 엄마-아빠-자식으로 구성되는 가정을 통해서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도 나중에 결혼하여 아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엄마의 이런 생각 때문에 미나토는 자기가 남자아이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호리는 좋은 선생님이지만 남자는 강하고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을 좋아하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원칙에 벗어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품은 맞춤법에 집착하는 버릇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가장 괴물로 보이는 요리의 아빠는 사람은 이성을 좋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들의 성정체성이 의심스럽게 보이니 괴로워하며 매일 술 먹고 아들을 때린다. 그에게 동성애자는 괴물이고 고쳐야 할 환자이다.

    

미나토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를 조리 돌림하고 따돌리는 것을 늘 보아왔기 때문에 어떻게든 요리와 얽히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요리가 돼지 뇌를 가진 괴물이라면 그를 좋아하는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괴로워 한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죽은 뒤 새로 태어나는 일에 집착한다. 물이 아닌 보통사람으로 태어나서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죽어서 묻혀야 한다. 영화에서는 폐기차가 산사태로 통째로 묻힌다. 그들이 기차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그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의 은유이다. 새로 태어났다는 것은 이제는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들도 행복해질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는 뜻이다.

미나토는 현실의 그들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전혀 다른 인물로 태어나면 무슨 소용인가, 그 세상에 서로가 없다면. 그래서 둘은 서로를 확인하고 그대로여서 너무 다행이라고 좋아한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마지막에 두 소년이 비현실적으로 밝은 하늘 아래 초원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그들은 죽었고 그곳은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슬펐었다. 결국 이 세상에서는 들이 행복하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두 번째 꼼꼼하게 보니, 90도로 회전한 기차의 창문이 배수로 바로 위에 위치했었고 그 아래로 탈출한 것이 맞았다. 엄마와 선생님이 위에서 창문을 열고 찾았을 때도 아이들은 없었고 바닥 창문은 열려 있었다. 기차가 튼튼해서 흙이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햇살이 너무 밝아서 천국이라고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그들이 죽지않고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 세상에 괴물은 없다. 괴물 찾기 놀이를 하는 편협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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