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Jul 01. 2024

다른 음식의 맛을 올려주는 엄마 같은 소스

그리스 차지키 소스

    

차지키 소스를 곁들인 닭다리 구이

아들아~ 요즘 밥 잘 먹고 있니?

여름이 되니 입맛이 떨어졌지? 엄마는 여름만 되면 느끼한 음식이 거슬려서 열무김치와 오이지 냉국을 곁들인 보리밥을 자주 먹게 되고, 외식도 동네 국숫집에서 콩국수나 냉메밀 국수를 자주 사 먹는단다. 너희는 엄마처럼 전통적인 음식을 찾지는 않을 거고 여전히 고기반찬이 필요할 테니 다른 방도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네.


고기를 먹을 때 곁들이는 소스만 상큼해도 여름 입맛을 돋울 수가 있어. 시판 소스 중에는 씨겨자나 허니 머스터드 같은 것도 좋고 샐러드드레싱도 레몬즙이 많이 들어간 것을 선택하면 시원한 맛을 낼 수가 있단다.

집에서 직접 소스나 드레싱을 만드는 것도 몇 번 해보면 어렵지 않으니 자주 먹는 종류는 시도해 볼만하다. 보통 간편하게 말린 허브 가루를 쓸 때가 많은데 기왕 집에서 만든다면 꼭 신선한 허브를 사다가 다져서 만들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허브의 향이 풍기는, 차원이 다른 소스 맛을 즐길 수 있어. 레몬즙도 마찬가지여서 가능하면 생레몬을 짜서 하면 향이 다르단다.

     

엄마가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만났을 때 그리스 전통 소스인 차지키 소스를 맛보았는데 너무 상큼해서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니 모든 재료와 잘 어우러져서 놀랐다. 고기를 찍어 먹어도 맛있고, 생채소나 익힌 채소를 찍어 먹어도 맛있었어. 베이글에 듬뿍 올려 먹어보니 크림치즈나 피넛버터를 바른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놀랄 정도였다. 그리스 가정에서는 항상 쌈장처럼 곁들이는 만능소스라고 하네. 만드는 과정이 살짝 복잡하기는 했지만 모두 맛있다고 하니 자주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소스나 드레싱은 혼자서는 독자적인 존재감이 없지만 다른 음식의 맛을 좋게 해 주고 소화 흡수도 잘되게 해 주니 참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차지키 소스는 보조의 역할보다는 거의 동등한 음식의 수준으로 보였어. 영양면으로도 그렇고, 그냥 따로 한 그릇 먹어도 맛있고 상큼해서 굳이 곁들여 먹는 소스라고 한정짓고 싶지 않더라.

과거에 가정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안 보이는 곳에서 남자들을 뒷바라지하고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만 한정되었던 것에서, 요즘은 아내와 엄마의 역할도 하지만 자신들도 독립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에 비유하고 싶구나.

엄마도 가정 안에서 너희들이 고유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지만, 엄마만의 존재감도 느끼고 싶거든. 앞으로 너희들도 아내에게 그런 가능성을 주는 남편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지키 소스>

-오이 한 개를 채칼로 가늘게 채 쳐서 소금 두 꼬집을 넣고 절인다.

-절이는 동안 생 허브(딜, 민트, 파슬리 등) 약간을 곱게 채 썬다.

-레몬 한 개의 즙을 짠다.(없으면 시판 레몬즙 사용)

-절인 오이를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하고 위의 재료와 그릭 요거트 200g, 다진 마늘 1 작은술, 소금 두 꼬집, 올리브유 1큰술을 넣고 잘 섞는다.

-유리병에 넣어 냉장 보관하고, 고기나 채소에 곁들여 먹거나 빵 위에 얹어 먹는다.

*맛을 보고 신맛이 더 필요하면 식초, 단맛이 필요하면 꿀을 조금 추가한다.

차지키를 듬뿍 올린 베이글

     


매거진의 이전글 병아리콩에 반하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