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요리 아이 요리가 따로 있냐고 하겠지만, 엄마는 어릴 때 콩, 팥을 잘 안 먹었었단다. 정월 대보름에 외할머니가 오곡밥을 해주면 안 먹고 혼자 전날 남아있던 흰밥을 먹었었지. 보통 때도 콩밥을 주면 콩을 슬쩍 골라서 외할머니 밥그릇에 올려놓고는 했었어. 지금은 어떠냐고?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른이 콩을 가려 먹을 수는 없어서 적게 들어가게 푼 다음 억지로 먹는단다. 하하. 대신 콩으로 만든 두부는 좋아해서 자주 요리해서 먹으니 다행이야.
콩은 식물성 식품 중에 가장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훌륭한 재료이지. 동물성 단백질은 가축을 키울 때 이산화탄소도 많이 배출하고 동물을 키우는 환경이나 도축의 윤리적 문제도 있으니 식물을 섭취하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엄마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을 때 가는 샐러드 집에서 비건 샐러드를 먹으면 자주 올라오는 재료가 삶은 병아리콩이더라. 서리태 같은 한국 토종 콩에 비해 부드럽고 고소한 밤맛이 나기도 해서 이 콩은 엄마 입맛에 전혀 거슬리지 않고 잘 맞았어. 그래서 집에 병아리콩을 많이 사다 놓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해 먹고 있단다.
영양도 많고 맛이 좋아도 값이 너무 비싸면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 아니겠지만 이 콩은 심지어 가격도 착하단다.(서리태의 1/4 가격이니 놀랍지?)
적당량을 꺼내서 잘 씻고 물에 한나절 불려주면 두 배로 부풀면서 베이지색이었던 마른 콩이 노란색으로 부푸는데 그 색이 너무 예쁜 병아리색이고 부푼 모양이 병아리처럼 통통하고 부리가 뾰족하게 나와있는 듯해서 병아리와 아주 닮았단다.
다양한 요리를 해 먹어보니 맛도 있고 몸 컨디션도 좋아져서 엄마는 병아리콩에 반했다. 몸에 좋아서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맛도 있고 술도 한잔 부르는 이 맛있는 요리를 너희들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다. 미국에서도 구하기 쉬우니 집 생각날 때 콩비지 찌개나 녹두 빈대떡 대신으로 콩 빈대떡을 부쳐 먹으면서 잘 버티기 바란다.
<콩 불리기>
-병아리콩은 물을 많이 넣고 오래 충분히 불려야 부드러워진다. 8시간 이상이라고 하지만 12시간쯤 불리면 좋다.(여름에 상온에 오래 놔두면 상할 수도 있으니 여름에는 냉장고 안에서 불린다.)
-불리면 두 배로 부푸니 계량할 때 참고한다.
-불린 콩을 삶을 때 전기밥솥을 이용하면 편하다. 콩이 자작할 정도로 물을 붓고 35분 정도 찜 기능으로 가열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넉넉히 만들어서 냉동 보관했다가 꺼내서 이용하면 편리하다.
<병아리콩 비지찌개>
-돼지고기 200g(간 고기나 썬 고기 다 가능)에 참기름 2큰술, 간 마늘 1큰술, 미림 1큰술, 국간장 1큰술을 넣고 표면이 다 익을 정도로 볶는다.
-쫑쫑 썬 김치 1/4 포기를 넣고 더 볶는다.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어(없으면 코인 한 개 투척) 500ml를 재료에 붓는다.
-불린 병아리콩 2컵을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갈다가 물 한 컵을 넣고 더 갈아서 콩비지를 만든다.
-국물 위에 콩비지를 올리고, 끓으면 어슷하게 썬 파와 홍고추와 새우젓 약간을 올리고 중불로 5분쯤 더 끓이면 완성!
<병아리콩 빈대떡>
-불린 병아리콩 2컵을 갈다가 물 1컵을 붓고 더 간다.
-다진 김치, 다진 파(부추나 미나리도 가능) 다진 양파 1/2개, 양념한 다진 고기 150g, 표고버섯 4대 다진 것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