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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ul 22. 2024

소갈비찜

당신을 환영합니다

     

아들아~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이게 되니 식탁의 빈자리가 꽉 차고 완전해진 느낌이 드는구나.

너희들이 성인이 되고 독립해도 오랜 세월 식탁 위에 놓던 수저의 개수는 엄마의 마음에 각인이 되어있는 것 같다.

가족의 생일이나 소중한 사람을 맞을 때 밥상을 준비하고는 하는데, 이럴 때는 화려한 음식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음식에 사랑과 정성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만들며 대접할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빌고 앞날을 축복하는 거지.


그러려면 후딱 만드는 음식이어서는 안 될 것 같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을 만들며 충분히 그 사람을 생각해야 해. 좋은 재료를 사서 씻고 다듬고 밑작업도 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마음을 표현하는 음식을 만든 다음, 식탁에 앉은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거지.

이런 방식으로 너희들이 세상에 나온 날들과, 모두 모여 건강하게  음식을 나누는 행복을 축하하는 거란다.

    

이런 의미에 걸맞은 음식이 '갈비찜'이 아닐까 생각한다.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슬로푸드지만 ‘환대의 음식’으로는 제격이야.

엄마가 오래전부터 집안의 대소사에서 맡은 음식이기도 해서 명절, 생일에 자주 먹었던 음식이지. 모양은 모르겠지만 오랜 경험 덕분에 맛은 괜찮다는 평을 받는 편이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생일에는 만들어 주지 못했으니 이번에 다 모였을 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었던 음식이란다.

너희는 주로 식탁에서 완성된 음식을 봤겠지만 이렇게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내내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는 행위여서 마치 화가가 오랫동안 대상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비슷하지. 그러니 식당의 음식과는 달리 집밥은 ‘엄마의 시간’을 음미하며 먹도록 해라. 하하.

    

좋은 갈비를 구하고, 반나절 핏물을 갈아가며 빼고, 끓는 물에 데친 후 과도한 지방을 제거하고, 과일을 갈아 넣은 양념에 재웠다가, 다듬은 채소와 견과류 부재료를 넣고, 고기가 연해지고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뭉근하게 오랫동안 끓여서 만드는 갈비찜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정성이 들어간 요리라고 생각한다.

너희도 앞으로는 음식을 시간 낭비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하는 기도라고 생각하며 만들어봐~.      

  



<갈비찜>

-찜갈비(3.5kg)를 찬물을 갈아가며 서너 시간 핏물을 뺀다.

-끓는 물에 갈비를 넣고 다시 끓기 시작하면 알코올을 넣고 5분쯤 더 끓이다가 그물을 모두 버리고 찬물로 불순물을 헹군다. 이때 갈비에 붙은 과도한 지방은 칼로 도려내고 덩어리가 큰 고기에는 칼집을 넣는다.

-배 1개(사과, 키위, 파인애플도 가능), 양파 2개를 간다. 배주스나 사과주스도 있으면 조금   넣는다.

-위의 과일즙 간장 1과1/4컵, 간 마늘 반컵, 미림 6큰술, 설탕 6큰술, 후추 2큰술, 참기름 6바퀴, 참깨 6큰술을 섞고 잘 저어 양념장을 만든다.(맛을 보고 부족한 맛은 보충해라)

-양념장에 갈비를 고 가끔 뒤적이며 채소를 다듬을 동안 재워 놓는다.

-무 반 개, 표고버섯 20대, 감자 큰 것 2개(밤도 좋다), 당근 1개, 은행을 다듬는다.(오래 조리하면 모서리가 깎여 국물이 탁해지니 모서리를 다듬는 것이 좋다.)

-바닥이 두꺼운 곰솥에 무를 깔고(고기가 타지않도록) 양념한 갈비와 양념의 반과 물 3컵을 붓고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1시간 조리한다.(고기를 뒤적이면 뼈와 분리되고 부스러지니 젓지 말고 중간중간 가장자리의 양념물을 고기 위에 끼얹으며 조리한다.)

-다듬은 채소를 넣고 남은 양념장을 넣은 후 물을 적당히 보충하고 20분 더 조리한다.(감자가 익을 때까지)

-국물도 들어갈수 있는 오목한 접시에 고기와 채소를 보기 좋게 올리고 잣을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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