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천일영화

영화 <겨울왕국2>-미지의 세계속으로

무의식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by 윤병옥


겨울왕국1에서는 한 인간이 억압된 그림자를 인식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분리된 자매가 고난 끝에 만나서 소통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러나 성장과 발달은 사는 내내 일어나는 과정으로 한 번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이어진 겨울왕국2에서 자매는 행복하지만, 엘사는 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되고 무시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사에게는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노래가 계속해서 들리고, 그녀는 그것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갑자기 왕국에서 물과 불이 사라지고 돌풍이 부는 것을 보고 엘사는 앞으로 땅도 흔들릴 것을 예견하고 사람들을 절벽 위로 피신시킨다. 이때 트롤이 나타나 이러한 자연의 분노는 과거의 어떤 진실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라며 엘사가 직접 비밀의 숲에 들어가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등 1편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원정대를 꾸린다.


비밀의 숲 앞에는 짙은 안개가 접근을 막고 있었지만 엘사가 손을 대자 사라지며 통과할 수 있게된다. 원정대 앞에 물, 불, 바람, 흙을 상징하는 네 개의 돌기둥이 나타난다.

이곳을 탐험하며 엘사는 바닷속에서 거대한 파도를 길들이고, 산불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불씨를 다스리고, 돌풍을 잠재우고, 거대한 바위 인간들의 무절제한 힘에 방향을 준다. 영화는 네 개의 정령을 물로 만들어진 투명한 말, 화려한 색의 작은 도마뱀, 바람에 날리는 단풍잎, 강가의 커다란 바위 거인들로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또한 과거의 기억에 갇혀있던 두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한쪽은 노덜드라인, 다른 한쪽은 과거 이곳에 왔던 아렌달의 병사들이다. 엘사가 기억을 포함한 물방울들을 얼려서 만든 조각이 과거에 일어난 일의 진실을 알려준다. 아렌달의 왕이었던 할아버지가 평화의 댐을 선물한다며 이곳의 사람들의 환심을 샀지만 댐은 땅을 약화시켰다. 사실, 할아버지는 겉으로는 선의를 베푸는 척 했지만 그들을 문명 세계의 왕에게 굴복시키려는 오만한 흑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할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 이때 노덜드라의 공주였던 엄마가 아렌달 왕자인 아버지를 구하면서 둘이 결혼하게 되고 자매가 태어나게 된다.

노덜드라 여인의 연장자는 엄마가 자매에게 남긴 스카프의 문양을 보며, 네 개의 정령들이 둘러싸고 있는 중심에 제 5의 원소가 있는데 그것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중심라는 것을 알려준다.

엘사가 목소리의 근원지인 아토할란 빙하의 동굴로 들어가고, 심연까지 내려가서 과거의 모든 진실을 알았지만 아직 위험한 진실을 소화하기에는 약한 그녀는 결국 얼어붙고 만다.

아나도 언니가 남긴 얼음 조각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면서 엘사의 위험을 눈치채고 절망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나가서 바위 거인을 유인하여 그들의 힘으로 댐을 파괴하고 갖혀 있던 물을 자유롭게 만들자 엘사도 살아나게된다

드디어 비밀의 숲의 안개는 걷히고 노덜드라 사람들은 맑은 하늘을 보며 감탄한다.

한편 풀려난 댐의 거대한 물줄기가 아렌달을 향한다. 쓰나미가 덮치기 직전, 엘사가 투명한 물의 정령인 크리스털 말을 타고 물을 가로질러 마을로 돌아와서 얼음벽을 만들어 물줄기를 막고 물의 방향을 바꾼다. 수해를 피한 아렌달 사람들은 안전해진 왕국으로 돌아온다.


엘사는 계속 비밀의 숲에서 머물게 되고, 아나는 아렌달로 돌아와 여왕으로 등극하여 왕국을 다스리게 된다. 그녀는 사랑하는 크리스토프와 결혼도 하고 가끔씩 엘사도 만나며 그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산다.

결국 모든 네 개의 정령을 연결하는 중심의 제 5의 정령은 엘사였다.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색깔의 근원은 무엇일까? 결국 엘사는 그것을 찾기 위해 미지의 세계 즉,무의식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이성의 명령을 받지 않는 영역, 잘 못 다루면 나를 해칠 수도 있는 영역, 너무 깊이 빠지면 나를 삼켜버릴지도 모르는 영역으로 용감한 탐험을 시작한다. 안나와 동행한다고는 하지만 무의식은 엘사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여기서 물, 불, 바람, 흙으로 표현되는 무의식 속의 힘들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표출될 수 있는 가치 중립적인 힘들이다. 이 힘들은 길들이지 못하면 한없이 위험하지만 잘 다스리게 되면 인간이 자기의 중심으로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1편에서 엘사는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써서 동생 아나를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었지만, 나중에 무의식의 힘들을 잘 길들여서 크기와 방향을 조절하는 단계로 성숙했었다.


네 가지 정령들의 도움으로 엘사는 목소리의 근원지로 가서 엄마의 정체와 정의롭지 못한 할아버지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된다. 결국 엘사의 마법의 기원은 엄마로부터, 자신의 힘을 무절제하게 행사하는 부정적 성향은 할아버지로부터 온 것이다. 노덜드라인이었던 엄마는 쓰러진 아버지를 구원하고 둘은 결혼했었다.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 바로 자매였던 것이다. 1편에서 바다로 나가서 사라졌던 부모의 난파선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아버지도 자신의 조상의 비밀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고 괴로워하며 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딸인 엘사의 힘도 부정한 방향으로 행사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무리한 탐험을 하다가 죽음을 맞는다.


자아를 의미하는 안나는 현실 세계에서 결단력과 행동력을 갖춘 성숙한 여성이 된다. 과거에는 무의식과 소통하지 못해서 미숙하던 소녀였지만 무의식인 엘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현실의 세계에도 발을 단단하게 딛은 멋진 여성이 된다.

성장한 그녀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렌델 왕국의 여왕이 된다.

이것은 아나가 마음이라는 왕국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은유이다


그러나 모든 진실을 깨달은 주체는 바로 엘사이다.

그녀 덕분에 안개로 덮여있던 마법의 숲이 맑아지고 왕국도 안전해진다. 막혀있던 에너지의 상징인 댐의 물도 해방된다.

이제 엘사는 무의식속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는 신비한 여신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깨달음을 얻은 엘사가 여신의 의상을 입고 물속과 숲을 누비며 그녀가 비현실적인 존재임을 보여준다.

1편에서는 무의식의 한부분 정도의 역할을 가진 엘사였다면, 2편에서는 성장하여 무의식의 모든 부분을 통합하고 의식(동생 안나)과도 소통하며 인생에 방향성을 주는 ‘자기’의 수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개성화의 과정을 거쳐 자기를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07eeee74c8e5420/27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빅 피쉬>-전설이 된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