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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받아들이기

마음과 실제의 괴리

by 윤병옥

거리를 걷다가 쇼 윈도에 비친 내 이미지를 보고 흠칫 놀랄 때가 있다.

잠시 "저 지쳐 보이고 늙은 여자는 누구지?" 하다가 제정신이 돌아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잘 변하지 않는다.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그저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부분 전성기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평생 스스로의 이미지로 가진다고 한다. 그러니 동창회에 가서 자신을 제외한 친구들만 늙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주위 사람들도 한몫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쩌면 옛날과 이렇게 똑같냐며 하나도 안 변했다고 하얀 거짓말을 한다. 듣는 사람은 그 말이 완전 진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비교적 젊어 보이는줄 알고 몰래 좋아한다. 그러나 제3 자가 보면 다 안다. 모두 다 그 나이로 보인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모임에서 만나는 내 또래의 친구들의 모습에서 내 본모습을 찾는다. 또 가끔씩 쇼 윈도에서 느끼는 이 당혹감을 소중히 생각한다. 마음속 자신의 이미지와 실제의 나의 격차를 줄이는 기회로 본다.

함께 탁구 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의 탁구 실력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얼마 전 이유를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좋은 코치님을 만나 레슨을 받게 되어서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게 되었다. 나중에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비록 열심히 하기는 했으나 좋은 자세로 보이지 않았고, 드라이브를 칠때 내 딴에는 팔을 많이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팔이 별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스스로 멋지게 친다고 생각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엉성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내가 못 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실제 실력보다 자기가 더 잘 친다고 과대평가했을 것이다. 이런 착각을 막으려면 동영상도 자주 찍어 확인하고, 크고 작은 대회에 많이 나가서 다른 사람과 겨뤄보아야 한다.

이때 얻은 교훈은 자신의 실력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두 단계쯤 아래라는 것과, 잘하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지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 동작할 때 훨씬 과장되게 해야 원하는 정도의 자세가 나온다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실제의 괴리는 생각보다 크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와 너무 동떨어진 자기 이미지를 가지고 산다면 자아도취이거나 미성숙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외모의 경우는 흘낏 보이는 유리창 위의 모습이나 동년배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나이를 깨달을 수 있다. 운동의 경우, 동영상을 찍어 유체이탈하여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모르는 사람들과 시합을 자주 해보면 좋겠다.

인생에서 노년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에너지는 예전만 못하지만 주름 안에 새겨진 지혜와 평안과 수용의 아름다움은 젊은이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 주름 안에는 젊은 시절도 들어있다.

따라서, 그럴 수도 없겠지만 나의 시간을 구태여 젊은 시절로 되돌리고 싶지도 않다. 긴 시간의 인생에서 얻은 이 깊은 표정을, 어색한 매끈함과 탄력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

나이를 받아들이고, 나의 능력과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노년에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잘 살다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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