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논어로 리드하라> by 저우광위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세상에 좋은 어른이 많으나 다 만날 수 없고, 좋은 책이 많지만 다 읽을 수는 없다.
이럴 때 우연이 나를 돕는다. 나와 교차점이 없을 가능성이 더 많았지만 어떤 기회로 그 사람과 만나게 되거나 그 책을 읽게 되는 행운이 찾아오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고 거기서 작은 선물을 교환하기로 했다. 나는 향이 좋은 차 티백 세트를 준비해서 가져갔다. 다양한 선물이 오갔고 나도 선물을 받았으나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주최 측이 준비한 작은 상품권이었다.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실용적이지 않아도 각자 고민해서 가져온 재미있는 아이템을 받기를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뒤 한 친구가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자기는 책을 선물 받았는데 읽을 것 같지 않다며 작가인 내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다시 선물로 주었다. 그 친구는 그냥 책을 선물했지만 나도 답례로 받았던 상품권을 주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우연으로 내 손에 들어온 책이 바로 『논어로 리드하라』라는 책이다.
솔직히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면 절대로 사지 않았을 책이다. ‘공자’라는 단어에서는 늘 가부장적이고 고리타분함이 느껴졌었다.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유교가 강요했던 여러 가지 악습도 떠오른다. 한때는 친구와 <공자가 망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도 같이 읽으며 성토했던 적도 있었다. 저자 저우광위도 이점을 의식해서인지 남성 중심의 논의는 빼고 성별을 초월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예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제도 ‘여성 리더들의 필독서’라고 달았다.
논어에 나오는 여러 주제 중 쉽고 거부감 없는 것만 골라서 해설해서 접근하기가 쉬웠고 나에게 특히 다가오는 주제가 있어서 이런 기회에 피상적이나마 공자의 지혜를 알게 되어 기뻤다.
공자를 깊이 읽으니 그의 관심은 비단 남자만의 권력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었다. 그 시대가 남성 중심의 세계여서 여성이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지 여성이 그의 학문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보편적으로 인간이라면 쌓아야 할 덕을 논했던 것이다. 그가 인간이 평생 살면서 발달하는 단계를 말할 때는 어떤 심리학자나 철학자보다도 핵심을 뚫었다고 생각한다.
공자는 “15살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30살에 자립했으며, 40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50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60살에 귀가 순해졌으며, 70살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많이 들어본 말이기는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문구는 60세까지였다. 그러나 이제 나는 60대 중반을 넘어가게 되면서 70대에는 어떤 상태가 이상적인가 하는 질문을 하는 시점에 와있다.
그때 공자가 해답을 주었다. 공자가 말한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의 뜻은 일흔 살이 되어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여도 예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은 충동이나 욕심이 있지만 도리나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그 일을 삼가고 산다. 그러나 열심히 수양을 하며 산다면 일흔 살 정도가 되었을 때는 자신의 욕심과 세상의 도리가 같아지는 수준이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을 읽었을 때 철학자 칸트의 정언명령이 떠올랐다. 그는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써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라고 하였다. 나는 이 명령이 공자가 말한 70세에 도달하는 경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 융도 “사람은 노년에 이르르면 마음의 중심인 자기를 찾고 실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것도 사람들이 젊을 때는 무의식 속에 억압한 그림자를 가리는 페르소나를 쓰고 살지만, 진실하게 나이가 들면 무의식을 이해하게되어 가면을 벗고 자기를 드러내도 위험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융의 개념도 공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같이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거장 학자들이 하는 말은 궁극적으로 같다고 느껴진다.
이들 모두 주관적 의식과 이상적인 도(또는 자기)가 하나가 된 단계를 지향한다.
공자는 동서고금의 종교나 철학에서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원칙도 말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이다.
기독교에서는 적극적인 표현을 써서 “네가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자기에게 괴로운 것을 남에게 주지 마라.”라고 한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관통하는 주제는 같다. 모든 종교, 모든 성인은 결국 내가 힘든 것을 남에게 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하라는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밖에도 논어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겸손하게 상대를 존중하면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뜻이다.
“이루어진 일이라 따지지 않고, 끝난 일이라 말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간 일이라 따지지 않겠다.”라는 말도 있다. 이미 당사자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데 계속 추궁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다. 살면서 비난의 말을 해서 후회하는 경우는 많지만 말을 아껴서 후회한 적은 별로 없으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공자의 궁극적 관심은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이다. 그는 인간이 끝까지 자기를 잃지 말 것을, 쓸데없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소모하지 말 것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오히려 긴 역사 속에서 힘들게 지내 온 여성에게 더 필요한 지침이 아닌가 한다.
물론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몇가지 시대적 한계를 인정한다면, 이책은 입문자로서 그의 보편적 가치를 받아들이는데 쉽고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