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주름이 가장 멋진 사람

나의 스타 안성기를 추모하며

by 윤병옥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안성기이다. 외국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양조위이다.

두 사람을 독립적으로 좋아하지만, 두사람을 함께 떠올려보면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주름이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한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성형이나 시술이나 피부관리에 신경 쓰는 시대이니 연예인들이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젊은 시절 아름다웠던 연예인들이 나이 들면서 외모가 부자연스러워지고 부은 듯 어색하게 팽팽해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롭다. 이것은 비단 여성 연예인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남자 연예인들도 나이 들면서 인상이 변한 것을 느낀다.

배우 안성기는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의 얼굴과 연기를 젊을 때부터 좋아했지만 그는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졌다. 그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동년배보다 더 주름이 많다. 눈가 주름은 물론이고 입가 주름도 만만치 않다.


주름이란 오랜 세월 비슷한 표정을 짓고 노화로 그것이 펴지지 않게 되며 생기는 흔적이다. 따라서 안성기의 주름을 볼 때 어떻게 살아야 저런 방향의 주름이 생길 수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악한 사람이나 막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생길 수 없는 모양의 주름이다. 속마음을 숨기고 입만 웃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생길 수 없는 모양이다.

배우란 표정과 눈빛으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각 미남 배우는 나이 들며 가치가 줄면서 사라져도, 주름과 눈빛이 멋진 배우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안성기 배우가 세상을 떴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젊은 나이여서 더 안타깝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미담은 파도 파도 끊기지를 않는다.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어서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선한 얼굴과 주름이 멋져서 배우로서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가 자연인으로서 별로인 사람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긴 세월 지은 표정이 거짓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 보이는 진심 어린 애도를 보면서 그가 배우가 아닌 사람으로서도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내가 겉으로 보이는 인상에만 속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는 연인으로, 아빠로, 동료로, 친구로, 윗사람으로 늘 겸손하고 친절했다고 한다. 동료 배우들은 그가 배우이기 이전에 인격자였고, 살아있는 성자같았고, 훌륭한 그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입바른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자기의 인생 자체라고 말했던 영화를 위해 나중에는 조연도 마다하지 않았고 아플 때에도 단역 출연까지 했다.


아들의 추도사에서도 그가 얼마나 사랑이 많은 다정한 아빠였는지가 느껴졌다. 그는 어린 아들에게 준 편지에서 착한 사람이 되라고 했다. 울음을 참는 아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슬픔을 볼 수 있었다. 아빠가 아들의 사랑을 받기는 쉽지만 존경을 받기는 어려운데, 그의 아들은 아빠를 존경한다.

그가 출연한 많은 영화를 보았다. 그중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준 매니저 역할이 그의 성품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혼자만 빛나려 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며 함께 빛나는 길을 택한 극 중 역할과 그의 실제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좋아서 리뷰까지 쓴 <화장> 속의 오상무 역할에서 그의 중년 이후의 남성의 원숙함과 중후함을 볼 수있다. 그때 글에서 “안성기가 아닌 오상무를 상상할 수가 없다”라는 부제를 달았을 정도로 그는 멋지게 오상무를 연기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그를 중후한 향기가 나는 와인에 비유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향이 깊어지는 와인처럼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가 찍은 CF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나는 커피 향을 연상하게 하는 사람이다. 선한 얼굴로 커피를 내밀며 위로를 건네는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세상에서는 떠났어도 그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작품 속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문다. 나도 그의 한껏 주름을 만들며 웃는 미소와 선한 눈빛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잘 가요, 나의 스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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