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들의 진검승부

'선재스님'과 '뉴욕으로 간 돼지곰탕'의 대결

by 윤병옥

나는 평소에 음식을 자주 하는 편이라서 요리에 관심이 많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흑백요리사 2>를 재미있게 보았다. 시리즈로 늘어지는 드라마는 잘 안 보지만, 지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인 경우는 시리즈로도 본다. 단, 누가 생존했나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음식 자체와 요리사의 철학을 유심히 본다.

시즌 1도 재미있게 본 터라 시즌 2도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몰아서 보았다. 몰아서 전회를 훑은 후 흥미 있는 요리와 좋아하는 요리사 중심으로 찾아서 그 부분만 다시 본다.

이번에는 우승한 요리사 최강록이 돋보였고 심사위원 안성재도 매력 있었다.

최강록은 태도는 어눌했지만 개성은 뚜렷한 요리사로,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식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지식도 많아서 각각에 대해 따로 조리하는 시간을 다 다르게 해서 놀랐다. 내가 집에서 하는 조림의 경우, 재료를 단단한 정도에 따라 조림장에 넣어주는 순서를 다르게 하는 정도이고 그래서 맛도 뒤섞인다. 그런데 그는 모든 재료를 따로 조리함으로써 각각의 재료를 다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예의를 다 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음식은 심사위원에게도 '정직한' 요리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가 만든 '찐 초밥'은 많은 재료들을 다 따로 간 맞추고 조리해서 만든 것이라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 한 숟갈 입속에 넣으면 불꽃놀이처럼 각각의 맛들이 폭발할 것 같다.

심사위원 안성재는 요리사의 의도와 요리 방법에 대한 철학과 기준이 확실해서 심사 결과에 의문이 들지 않았다. 좋은 재료로 쓸데없는 장난을 친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이유 없이 꽃을 토핑 한다던가 그대로도 맛있는 식재료를 복잡하게 가공한 음식에 대해서는 가혹한 평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음식에 허세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맛에 대한 촌철살인 표현은 아주 멋있었다.

이렇게 멋진 캐릭터들이 많았지만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요리사는 선재스님이었다. 일단 스님의 사찰요리는 시작부터가 같은 출발선이 아니다. 다른 요리사들이 모든 재료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스님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연에서 요리사들이 비싼 킹크랩과 가재를 식재료로 자주 선택하는 것을 보고 위층에 있던 백수저 요리사들이 가재로 맛없게 요리하기는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런데 스님은 가재는커녕 양념으로 많이 쓰는 파, 마늘 같은 오신채나 멸치, 가쓰오부시, 액젓, 새우젓, 참치액 같은 감칠맛 나는 부재료도 쓰지 않았다. 그것을 핸디캡으로 받아들이지조차 않았다. 스님에게는 간장 된장 같은 전통적인 무기가 있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다가 점점 스님의 요리에 빠져들었다. 다른 특이하고 비싸 보이는 요리는 그냥 호기심만 생겼지만 스님의 요리는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일 대 일 대결에서 식물성 식재료인 ‘잣’을 선택하고 선재 스님과 뉴욕으로 간 돼지곰탕이 대결한 장면이다.

선재스님은 <승소 잣야채국수>를 만들었다. 콩국수처럼 잣을 갈아 국물을 만들고 차게 먹는 음식이다. 스님들이 먹으며 웃음 짓는다고 해서 '승소국수'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 몸이 허할 때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스님들에게 맛좋은 보양식이었을 것 같다.

국수도 여름에 나는 푸른 채소와 호박을 데쳐서 커터로 간 국물로 밀가루를 반죽해서 뽑고, 고명으로는 찬 오이와 껍질을 까지 않은 참외를 올렸다. 초록 국수에 하얀 잣 물을 붓고 연두색 오이와 노란 참외가 올라간 잣국수는 모양과 색의 조화로도 완벽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꼭 한번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에 올랐다.


스님과 대결하는 돼지곰탕도 멋있었다. 그는 잣 이외에 동물성 재료를 넣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물성 재료만 골랐다. 스님처럼 식물성 재료만 가지고 경쟁해야 공정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각종 채소들을 정성껏 다듬어서 하나하나 볶고 간을 옅은 된장 국물로 했다. 그것들을 접시에 예쁘게 배열한 후 잣을 갈아서 만든 소스를 부어 냉채를 완성했다. 이것도 맛있어 보였고 심사위원들을 만족시켰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 에피소드는 꼭 비싼 재료가 아니어도 재료의 핵심적인 속성을 잘 구현하는 것이 좋은 요리라는 레슨을 주었다.

나에게는 전 회를 통틀어 가장 멋진 요리이기도 하고 멋진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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