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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ug 23. 2022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물과 전기가 없는 환경

     

물을 대야에 넣고 세수하고 변기에 부어 재사용했다

태어나 보니 부모가 재벌이었다면 평생 돈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으니 행운일 수도 있겠다.

반대로, 태어났는데 거기가 제 3세계 못사는 나라이고 독재 국가였다면 불운한 일일 것이다.

또한 과거에 태어났거나 미래에 태어난다면 어떨까도 상상해 본다.

가까운 과거만해도 컴퓨터도 없었고 화장실도 재래식이었다. 미래에는 더 편리한 생활을 할 것 같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환경 문제가 심각해져서 암울한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다.

모두 상상일 뿐 우리와는 거리가 이야기였다. 우리는 대부분 안전하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부자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우리가 성인이 될 때 까지 돌보아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환경문제 때문에 심한 어려움을 겪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런 문제는 뉴스와 다큐멘터리에나 나오는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다. 가끔씩 문학이나 영화에서 생생하게 이런 문제를 다룰 때에나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수해가 심해서 반지하에 사는 주민이  큰 피해를 입으면 ‘기생충’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지하 주택의 생생한 묘사가 떠올라서 참상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올 여름 나에게 일이 닥쳤다. 우리 아파트는 그동안 장마에 잘 견디는 편이었는데, 이번 폭우에 근처 산에서 내려온 토사와 물이 지하 주차장으로 밀고들어오는 바람에 물이 차서 거기에 있는 차는 물론이고 전기 설비실까지 침수가 되어서 아파트의 전기가 나가고 물이 끊기는 일이 처음으로 생겼다. 아파트에 전기와 물이 끊기니 어둡고 에어컨을 작동하지 못해서 더운것은 억지로 참는다 하더라도, 물이 없어 화장실 이용을 못하게 되니 집이 핵심기능을 상실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주택의 재래식 화장실이 그리울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금방 고칠 것을 예상하고 거리가  꽤 떨어진 상가 수도에서 물을 길어다가 썼다. 안 쓰던 세수대야까지 동원하여 세수한 물을 변기 내리는데 사용했다. 최소한의 물로 씻는 방법도 터득했다. 그렇게 버티다가 안되어 결국 복구가 될 때까지 호텔 신세를 지게 되었다. 며칠뒤 비상 발전기를 쓰면서 전기와 물이 나와서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온수는 나오지 않았다.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냉수로 샤워를 했는데 냉수밖에 없으니 할 수 없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찬물이라도 있다는게 너무 고마워서 불만이 전혀 없었다.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생담이 아니다. 중요한 건,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이 당연하게 기본 조건으로 받아들였던 전기와 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거고, 그런 환경을 실제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일을 계기로 저지대에서 해마다 수해를 는 사람들과, 더 심하게는 전쟁 때문에 집이 파괴되어 길에 나앉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물을 길러 수킬로 떨어진 곳까지 가는 어린이들과, 평생 화장실 없이 사는 인도의 빈민도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의 기본 조건인 먹고 마시고 싸고 자는 일이 어려운 환경에서 평생 사는 사람들도 세상에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미래의 디스토피아에 살게 될 후손들도 생각났다. 흥청망청 자원을 써댄 조상들 탓에 이상 고온에, 깨끗한 물도 없고, 대기오염에 고생하게 될 그들이 진심으로 걱정 되었다.


물과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과학의 법칙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전체 에너지의 총합이 같다는 것일 뿐, 제 2 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하자면,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계속 줄어든다. 전기처럼 편리하고 깨끗한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려면 번거롭고 지저분한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를 엄청 낭비해야 하고 그때 만들어지는 온실 가스는 어마어마하다. 온실 가스로 인한 기온 상승이 예상보다 빨라서 임계점이 코앞에 있다. 결국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자신들의 편리하고 화려한 생활과 미래세대의  안전을 맞바꾸는 셈이다.

물도 순환하니까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증발하면 다시 구름이 되어 비가 내리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일이다. 지구가 물의 행성이지만 전체 물 중에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1%미만이고 이것도 오염되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사용할수 있는 물은 점점 줄어든다. 오염된 하수나 오수를 정수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물을 써야하므로 무조건 물을 적게 쓰는 것이 환경을 위한 일이다.

물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여 생수를 사 먹지만 그것도 지하수를 무한정 퍼 올려야 하니 지반 약화의 문제도 있고 결국 소득이 높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샤워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지만 물 부족국가에서는 마실 물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은 과학자들이 기상 변화의 정도가 임계점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고, 실제 월드뉴스에서 보여주는 이변이 점점 많아진다. 이상 고온과 홍수, 아니면 가뭄이 자주 일어난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나의 친구의 말에 의하면, 거기도 물과 전기 부족으로 공급이 끊길 때가 있다고 하고 잔디밭이나  채소밭은 마른지 오래라고 한다. 아일랜드에 사는 친구도 늘 선선했던 그곳 여름도 올해는 기온이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이변이 잦다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인 임계점에 이르면 가난한 국가부터 시작해서 가난한 계층과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그 지점이 오면 누구든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전에 아무 노력도 각성도 하지 않고 그 상태를 맞이하면 인간으로서 부끄럽고, 미래 세대에 미안할 것 같다. 개인의 힘은 미력하지만 많은 사람이 노력하면 정치권이나 국가나 세계의 차원에 영향을 미쳐서 파국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피해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어리석은 존재지만, 아직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 '기생충'-반지하 주택 침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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