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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형 Feb 28. 2022

대화

2022. 02. 04.

누군가의 얼굴을 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와 포옹하는 것이다.


대화는 언제나 실행에 대한 대화여야 한다. 그리고 대화는 언제나 실행이어야 한다. 그런데 대화는 언제나 실행일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대화는 언제나 실행인 자신에 대한 자각을 그 구성요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는 말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말한다. 시가 무엇보다도 진실의 장르인 것은 그 때문이다.


고양이는 온몸을 틀어 자기 몸을 핥는다. 완전히 반대편을 보며 자기를 본다. 자신과 격렬하게 싸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다른 고양이가 오면 그 고양이와 엉킨다. 거의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 상태로 서로의 몸을 핥는다. 전부 반대편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다. 항문을 핥기 시작하면 몸의 떨림이 멈춘다. 그러기도 잠시, 고양이들은 금방 서로에게서 떨어진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낸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기억해낸 것처럼. 그리고 고양이는 다시 자기 몸을 핥는다. 항문까지는 혀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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