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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Jun 08. 2022

이번 달도 괜히 아까운 난자만 소비했다.

20대가 난자 냉동을 생각하기까지


 내 나이는 현재 28, 만으로 26이다. 아직까지는 나이를 말하면 웃어른들께서는 “좋을 때다.” “젊어서 부럽다” 등의 소리를 듣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도 사실 큰 걱정은 바로 임신이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더 가깝다. 내가 이런 고민을 친구들에게 말하면 100이면 100, 무슨 그런 고민을 벌써부터 하냐와 너 같이 철저한 애가 고민할 게 뭐 있어(나름 꾸준히 운동하는 나에게 전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자궁내막증, 생리불순 등 특별한 문제가 있어 산부인과에 다녀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임신 시도는 더더욱이 해본 적 없지만, 그래도 강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 매일매일 직장인의 현실을 체험하다 보면 엄마라는 타이틀에 내가 감히 도전이라도 할 수 있을까, 엄마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이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간절히 엄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출처 : unsplash.com)

 

 특히 이미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나는 칼퇴를 하더라도 칼퇴 -> 발레 -> 귀가 후 잠에 쓰러지듯이 빠지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체력이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점이 드는 것이다. 5시 30분 칼퇴 또한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아래 간신히 지켜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 삶은 간당간당하게 유지되고 있고, 이런 상황 속 출산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두 직장인 엄마 아빠 밑에서 태어나 외할머니 손에서 컸으며, 엄마 아빠는 내 출산 시기에 맞추어 일부러 외할머니 곁으로 이사를 하셨다. 그 당시에도 월급을 많이 주는 편에 속했던 은행 다니는 여자와 건설업에 다니는 남자가 직장 생활 최소 6년 이상 돈을 모았고, 외할머니 또한 엄마 아빠의 직장과 가까운 서울에 사셨기에 가능한 이사였다. (엄마의 회고록에 따르면) 엄마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서 엄마의 월급만큼의 돈을 사용해 7일간 집에서 상주하시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음에도, 그 당시 육아일기를 보면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결국 엄마도 본인 엄마의 힘을 빌려 7년 동안 나의 유년기 시절을 할머니께 대리 육아를 부탁하셨다. 그러면서도 엄마 본인은 대리육아는 못하겠노라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엄마 또한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뿐이다. 



황혼육아 비율은 80%를 육박한다. (출처 : 국제신문)

 


 엄마는 강하다는 말처럼 엄마가 되면 저절로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고 하지만, 지금도 부족한 정신력이 엄마가 되면 저절로 생길 거라 믿으며 모험을 할 순 없다. 육아는 중도 포기도 중도 하차도 강제 종료도 안되는 긴긴 여정이니까. 



 고민거리를 적다 보니 오늘은 글이 두서가 없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감정,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더니 그와 닮은 아이가 갖고 싶었다, 지나가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보였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종족 번식의 본능일 수도 있고, 모성애의 발현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낳고 싶다고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낳고 싶지 않아서 낳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란 거다.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인간이고,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기에 무엇이든지 준비는 되어있어야지 않겠나라는 마음가짐으로 난자 냉동을 알아본 적이 있다. 젊을수록 좋은 질의 난자를 보관할 수 있어 미혼이지만 난자 냉동을 고려하는 방송들을 몇 개 챙겨보았고, 몇몇 병원에 실제로 상담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매스컴이 말해주지 않은 건 미혼이라면 의료비는 물론이거니와 그 흔한 세금 혜택까지 받을 수 없어 2~3배에 해당하는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고, 나는 저출산 국가의 위기를 홍보하는 우리나라에 현실에 절망했다. 이때쯤 한 달에 한 번씩 그날이 찾아올 때마다 애꿎은 난자만 소비했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난자가 영어로 egg인 바람에 달걀 사진이 많다 (출처: unsplash.com)

 

 

 난자 개수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며, 한 번의 생리에 한 개의 난자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개의 난자를 소비하면서 그중 가장 질이 좋은 난자 하나를 배출해 내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난자 냉동 시 나중을 대비해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난자 추출 개수는 17~20개이다. 누군가는 간신히 원할 건강한 난포 난자 1개를 꼬박꼬박 한 달에 한 개씩 소비할 때마다 나는 언제 임신을 마음먹을 수 있을까. 나는 언제 임신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출근길에 최근 바뀐 임신부 좌석에 생긴 인형을 앉고 자리에 앉는 여성을 보았다. 같은 역,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며, 과연 어떤 계기로 그녀는 임신과 출산을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계획이었을 수도, 계획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아직 사회와 나 자신에 자신이 없는 쫄보인 나는 애초에 어떻게 되었든 마음먹고 실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앞으로 바뀔 상황들에 더 깊게 오래 고민하라는 뜻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트 통장을 다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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