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결혼했다.

줄줄이 유부 소세지

by 농약맛댕댕이


머리털 나고 10년 이상 알아온 친구이며, 한 달에 한번 여행 계모임을 진행하고, 서로의 첫 남자친구부터 지금까지 봐온 고등학교 친구가 N년차 커플이 즐비한 우리 사이에서 갑작스레 첫 스타트를 끊었다. 그녀의 결혼은 단순히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첫 경험을 선사했다.


신부도 아니면서 축의금 봉투를 직접 준비할 때 나도 같은 설렘을 느꼈던 것 같다. 친구의 첫 출발을 응원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고, 그 금액보다 더 주고싶은 마음을 봉투에나마 담으려 했다. 결혼식장에 가자마자 배운대로 가방순이를 찾아 그녀에게 소중한 3명분의 축의금을 건내었다.




image.png?type=w1 직접 제작한 축의금 봉투


반짝반짝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는 내가 아는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생경스러웠다. 버진로드 앞에서 어르신들의 덕담을 듣는 동안에도, 식사 자리로 내려와 소개 및 못다한 인사를 할 때에도 여전히 낯설었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그녀가 길지 않은 연애에서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어른으로서 내딛는 발걸음을 축하해주면서도, 앞으로도 나만 철이 들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지라는 생각에 빠졌다.




SE-59f6925b-c38c-4856-98b1-036d24f66697.jpg?type=w1 공식적으로 유부가 된 그녀


결혼식을 보고 나니 첫 번째라서 사회, 부케 등등을 준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는 학교 선생님이어서, 축가도 학생들이 불러주었다. 왠만해서는 잘 울지 않는 그녀가 유일하게 눈물을 글썽인 순간이었다. (직업적 보람을 느낀 친구..ㅋㅋ)



오랜 친구를 유부의 길로 보낸 자리에서, 또 한명의 예비 유부는 내게 축사를 부탁했다. 가수 이해리의 결혼식에서 강민경이 축사하는 것을 보고 나로 정해야지 라고 했대나. 이미 부케도, 가방순이도, 아무것도 안해도 가져간 손수건이 다 젖도록 우는 내게 정말 축사를 부탁해도 되겠니 라고 되물었지만, 그 친구의 의지도 완강했다.



나의 유부 의지는 언제 발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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