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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Jul 19. 2022

친구가 결혼했다.

줄줄이 유부 소세지


머리털 나고 10년 이상 알아온 친구이며, 한 달에 한번 여행 계모임을 진행하고, 서로의 첫 남자친구부터 지금까지 봐온 고등학교 친구가 N년차 커플이 즐비한 우리 사이에서 갑작스레 첫 스타트를 끊었다. 그녀의 결혼은 단순히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첫 경험을 선사했다.


신부도 아니면서 축의금 봉투를 직접 준비할 때 나도 같은 설렘을 느꼈던 것 같다. 친구의 첫 출발을 응원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고, 그 금액보다 더 주고싶은 마음을 봉투에나마 담으려 했다. 결혼식장에 가자마자 배운대로 가방순이를 찾아 그녀에게 소중한 3명분의 축의금을 건내었다.




직접 제작한 축의금 봉투


 반짝반짝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는 내가 아는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생경스러웠다. 버진로드 앞에서 어르신들의 덕담을 듣는 동안에도, 식사 자리로 내려와 소개 및 못다한 인사를 할 때에도 여전히 낯설었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그녀가 길지 않은 연애에서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어른으로서 내딛는 발걸음을 축하해주면서도, 앞으로도 나만 철이 들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지라는 생각에 빠졌다.




공식적으로 유부가 된 그녀


결혼식을 보고 나니 첫 번째라서 사회, 부케 등등을 준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는 학교 선생님이어서, 축가도 학생들이 불러주었다. 왠만해서는 잘 울지 않는 그녀가 유일하게 눈물을 글썽인 순간이었다. (직업적 보람을 느낀 친구..ㅋㅋ)



오랜 친구를 유부의 길로 보낸 자리에서, 또 한명의 예비 유부는 내게 축사를 부탁했다. 가수 이해리의 결혼식에서 강민경이 축사하는 것을 보고 나로 정해야지 라고 했대나. 이미 부케도, 가방순이도, 아무것도 안해도 가져간 손수건이 다 젖도록 우는 내게 정말 축사를 부탁해도 되겠니 라고 되물었지만, 그 친구의 의지도 완강했다.



나의 유부 의지는 언제 발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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