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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Jun 10. 2022

엄마 딸이 제일 비싸

나의 얼굴 투자 히스토리


 엄마 눈에는 역시 우리 딸이 제일 예쁘다.


 결혼을 앞둔 친구와 기념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여드린 다음에 들은 말이다. 당연히 고슴도치 눈에는 제 새끼가 제일 예쁘다는 의미에서의 칭찬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내가 한 농담은 “엄마 딸이 제일 비싸”였다. 


  그 흔한 쌍꺼풀 수술도 하지 않은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굴에 돈을 안 들인 것은 아니다. 이따금씩 여자들 사이에서 성형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걸 했다고 할지 안 했다고 할지 고민할 정도로 내 얼굴을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 첫 시작은 바로 교정이었다. 

 교정이 뭐 얼마나 달라져 했겠지만 내 교정 전에만 나를 봤던 친구들은 이제 길거리에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내 구강구조는 많이 변했다. 변화의 폭과 교정 과정에서 느껴야 할 고통과 시간은 비례했고, 투자한 돈도 마찬가지다. 


 내 총 교정 기간은 만으로 4년이요, 금액은 거의 천만 원이었다. 태생적으로 영구치가 썩어서 나는 것부터 입이 워낙 작아 이빨의 공간이 부족했던 이유였다. (얼마나 작냐면, 치과에서 쓰는 모든 도구는 항상 아동용을 썼을 정도.) 무려 서울대 치과에서 양약수술을 권유받았던 내 케이스는 교정을 해준다는 병원을 찾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고2가 되던 겨울방학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나는 교정을 했다. 그 과정에서 우스갯소리로 내가 다니던 치과의 기둥 하나쯤은 세웠을 것이라 했고, 동시에 동생까지 교정 대열에 합류하면서 치과 VVIP가 됐다. 


 발치 4개에, 교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교 4학년 막학기에는 사랑니 발치 4개까지, 내 이빨은 정상인보다 무려 8개나 적다. 심지어 사랑니 발치는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에 횡렬로 정직하게 누워있어, 대학병원에서 수면마취 및 1박 2일 입원으로 발치를 진행했다. (대학병원에서 사랑니 발치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1%이다) 마취제는 그 당시 뉴스의 단골 소재였던 프로포폴이었는데, 바로 몸이 몽롱해지는 기분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교정에 준전문가가 되어 치위생사 선생님들께서 나누시는 대화도 얼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 교정이 끝나서야 항상 손을 들며 웃던 나는 활짝 크게 웃는 미소의 아름다움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후 모든 사진에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비싼 미소다. (출처: unsplash.com)


 이빨 다음을 얼굴 중 큰돈을 차지한 건 눈이다 

엄마는 내 수능이 끝난 바로 다음날 나를 데리고 안과를 가, 라섹수술을 예약하고, 나는 그다음날인 수능 이틀 후에 라섹 수술을 받았다. 타고난 속눈썹이 안구를 할퀴게 태어나 시력이 계속 나빠질 것이라는 7살 당시의 안과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9살 때부터 안경을 썼었다. 시력은 학창 시절을 지내며 더욱 나빠졌고, 수술 직전 난시와 함께 -7, -9 정도로 사실상 안경이 없으면 장님과 똑같았다. 왠지 어릴 때 조치를 취해주지 못했다는 엄마의 죄책감이 담겼던 건지, 수능 전에 대학을 합격했던 나는 수능 이후 주어지는 일주일 동안의 방학을 누워서 라디오만 들으며 지내야 했고, 그 이후 안경을 벗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라섹 수술을 하면 일주일 동안 장님의 생활을 해야 한다. 눈에 물이 들어가선 안되기에 세수도 못함) 



안경 무려 10년 동안 함께한 셈이다 (출처: unsplash.com)



  한동안은 안경 쓰던 습관이 남아, 일어나자마자 잘 보임에도 안경을 찾는다던가, 세수를 하려고 할 때 얼굴을 만져 있지도 않은 안경을 벗으려 했었다. 친구들은 네 눈이 그렇게 큰지 몰랐다면서 부러워했다. 눈이 진짜 큰 게 아니라 안경알을 4번 압축한 안경은 모두의 눈을 항상 작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눈 수술 9년이 지난 지금, 내 시력은 수술 직후 시력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마이너스는 아니며, 일할 때 정도만 모니터를 위한 보안경을 끼는 수준이다. 어느 직장인이든 눈 건강과 밥벌이는 직결되기에 루테인을 꾸준히 먹는 것으로 관리해 주고 있다. 


  인간의 복 중에 치아건강과 눈 건강이 있다 할 정도로 시력과 치아 건강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는 요소다. 나는 그 기관들 중 2개나 이미 고쳐서 쓰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방문한 치과에서는 선생님께서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태아보험을 들으라고 귀띔을 주셨다. (태아보험은 200만 원까지 치아 교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 아기가 빼박 교정 테크트리를 타야 할 것 같다면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의 그분께도 치아와 눈은 결혼하기 전에 서로 해결을 하고 오자며 협의를 보았다. 


 교정이든 눈이든 어느 것 하나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오히려 장려할 정도. 그리고 지금 온전히 내 돈으로 하라고 한다면, 엄두도 못 낼 금액이기도 하다. 엄마의 역시 내 딸이 예쁘다는 말 역시도 역시 내 돈으로 빚길 잘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 엄마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돈으로 빚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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