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약맛댕댕이 Jul 28. 2022

집샌물샌, 그것은 우리 집이었다.

동거에서도 부모님의 빈자리는 느껴진다.

 


최근 장마는 전통적인 장마보다는 맑은 하늘이었다가 대차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내리는 스콜 형 기우였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얼마나 꿉꿉한지 내 이불이 습기를 머금어 눅눅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러던 하루, 퇴근 후 극강의 습함에 멀리하던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기로 하고, 솔을 가지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박박 문대고 있었다. 순간 철커덕하며 무언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 후, 사방이 깜깜해졌다. 


 하필, 이집 살면서 처음 화장실 청소를 직접 한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청소했다고 자랑하려다가 이런 일도 생기는군.이라며 야근하는 동거남을 얼른 불렀다. 그는 도착해 두꺼비집을 수차례 올렸지만, 이내 다시 두꺼비집은 힘없이 툭툭 내려가기를 반복해다. 



주택에 살고 나서부터 두꺼비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출처 : Google)

 


 도대체가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는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에어컨이 그 주범이라 생각하고, 에어컨을 틀지 않기로 했다. (이 여름에 또 두꺼비집이 내려가면, 냉장고부터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에어컨 수리센터에 전화했지만 9시부터 오후 6시 평일만 된다는 수리기사님은 그조차 성황을 맞아 5일 뒤에나 시간이 가능했다. 또 이렇게 집의 일로 직장인이 소중한 반차를 써야 했다. 


 날씨예보에는 5일 내내 비가 온다는 우사 표시로 가득했고, 우린 에어컨 없이 5일 동안 어떻게 버티지에 대한 걱정만 늘어놓았다. 그저 기사님이 빨리 오시기를 바라며 잠든 그 다음날 아침, 색다른 똑똑의 반복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똑, 똑, 똑똒,,,’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나 날 것 같은 청아한 똑똑 소리.

잠결에 계곡에 가는 꿈을 꾸다가 섬뜩한 느낌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뛰쳐나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행거를 설치한 베란다 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무한도전에 정형돈의 집샌물샌이 우리 집이 되는 순간이었다. 무한도전 속 집샌물샌에 모두가 웃고 있었지만, 사실 얼마나 집이 걱정됐을지 정형돈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했다. 


집샌물샌 그런 집은 가까이 있었다. (출처 : Google)



 비가 새는 천장을 보자마자 며칠 전 정전이 생각나면서, 에어컨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빗물이 세어 누전이 원인임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직감할 수 있었다. 괜히 기사님을 부른 건가 싶어, 상황을 설명드리고, 집주인에게는 옥상 보수공사가 필요함을 알렸다. 


 1층에 사시는 80세가 넘으신 할머니께서는 물이 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는데, 계속해서 누전이 된다면 화재가 날 수도 있고, 할머니 집도 탈 수 있어요!라고 재촉해서야 옥상 수리공을 불러주셨다.



할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다. 엉엉 (출처: Google)

 


 예상대로 옥상 위에 금이 있었고, 그 사이로 물이 새 위 갑판으로 채운 나무에 스며들었던 것이라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옥상의 빈틈을 우레탄 등으로 메꿔야 하지만, 장마 기간 속 임시방편으로 방수 커버를 씌우셨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면 다시 옥상 공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야 하지만,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집에 수리할 것은 투성이다) 그 이후로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이면, 하늘에서 사과라도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집 천장을 쳐다보게 되었다. 바람이 같이 거세게 부는 날이면 방수커버가 같이 벗겨질까 염려되어, 기도를 하게 되었고, 에어컨을 보며 오늘 버텨주어 고맙다 인사하게 되었다. 



 옥상과 에어컨 기사가 오기까지 5일 동안 가장 답답했던 것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옥상 공사도, 에어컨 실외기 확인도, 난 어떠한 전문지식 없는 한낱 소비자였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을 때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에 당황스러움만 표시하는 사람이었다. 



더위에 땀만 흘렸던 5일.. (출처: Google)

 

 나와 살면 이런 일도 있기 마련이고, 아파트에 살면 이런 일은 더더욱이 경험하기 힘들다. 아마 경비실, 관리실에서 하루 만에 처리를 해줬을 테니까. 주택에 살게 되면서 내가 생각한 당연한 모든 일들이 사실 자연스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보일러가 따뜻한 물을 주는 것도,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도, 벌레가 나오지 않은 것도.. 모두 각 자리에 있는 기기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주택이라서의 문제를 넘어, 부모님의 비호 아래 내가 모든 것을 당연히 여겨왔던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엄마는 주방에서 벌레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이 기억에 떠오른 것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바 선생을 만났을 때다. 동거는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하고 싶었던 내 욕망과 동시에 혼자 살 자신은 없던 내 의지박약이 합쳐서 선택한 삶의 형식이다. 완전한 홀로 독립이라 볼 수 없지만 옆의 누군가가 있어도, 부모님의 빈자리는 느껴지기 마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망보험금의 수혜자는 누구로 하시겠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