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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Jul 13. 2023

집이 오픈하우스가 되었다.

건설사 직원의 이사하기 프로젝트(3)

※ 전편 [전세사기, 전쟁의 서막]을 먼저 읽어주세요:)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그게 전세사기다.

하루하루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입맛이 떨어져 순식간에 몸이 3kg까지 빠지곤 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공인중개사를 고소하고 싶었다. 사회초년생의 눈물과 같은 현금 1억 5천을 이렇게 날릴 수 있단 말인가. 이 집을 계약하겠다고 강력히 어필했던 내 자신과, 나를 믿고 돈을 빌려주신 어머님, 만 3년의 직장생활의 월급을 악착같이 모아온 옆의 동거남을 봐서라도 이건 100% 내 잘못이자, 그 전세금을 어떻게든 받아내는 것이 내 역할과 책임이라 생각했다. 



눈물 닦고 정신차려야 했다. 출처: Google 무한도전


전세금을 가장 빨리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자동 연장 계약 2년을 깨는 임차인 쪽에서 다음 임차인을 구해주는 것이다.



나에게 사기를 친 부동산 중개업자는 더이상 믿을 수 없으니, 직방, 피터팬의 방구하기 등의 어플에 직접 매물을 올리고, 오프라인으로는 용산구의 거의 모든 부동산에 전화를 해 구두상으로 내 방을 내놓았다. 전세대출이 되지 않으며, 되지 않는 이유까지 쓰고, 집주인에게 전화하여 대출이 되지 않는 매물이니 더 싸게 집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달까지 했다. 


전세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써놓자 기존에 연락이 빗발치던 상황과 정반대로 띄엄띄엄 연락이 왔다. (전세대출을 끼고 전세를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뜻이다) 그 다음 임차인이 누구던지 일단 정해지는 것이 목표였기에, 전화가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언제든지 집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집 비밀번호와 관련해 기분 나쁜 에피소드 몇개도 같이 생성되었는데, 어느 한 공인중개사는 한 임차인에게 매물을 보여주고 나서, 방문을 잠그고 가는 것을 깜빡해 내가 퇴근하고 나서 집 문이 열려있던 것을 확인했고, 어느 한 공인중개사는 내가 비밀번호를 알려준 후에 보고도 없이 집을 보여줘, 퇴근 후 누군가 내 집을 보고간 듯한 느낌에 소름마저 끼쳤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누가 왔던 것 같읕 기분... 정말 나빴다. (출처: Google) 

 


 두 사례 모두 공인중개사에게 전화해 매우 항의하였으며, 사과를 받았으나 끝내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가 없는 공인중개사가 이렇게 많았나, 또 이런 기회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집이 내집이 아니라 용산구 주민 모두의 오픈하우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던 시점, 급하게 한 공인중개사에게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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