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직원의 이사하기 프로젝트(2)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을 선택한 이유는 단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LH대출까지 되는 안전한 매물이라는 점, 두 번째는 정남향으로 들어오는 정직한 채광이었다.
수중에 여유가 있어 대출은 필요 없었지만, 집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위의 임차인이 가장 쉽게 구해질 수 있으려면 대출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LH전세자금대출이 된다는 것은 법적으로 해당 매물이 특별히 문제점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리고 집을 내놓을 때, 다시 한번 이 집을 처음 봤었던 때를 회상하며, 전세대출, 청년디딤돌대출이 되는 집이니, 이렇게 좋은 집은 일주일 만에 팔릴 것이라 자부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은 매물에 올리자마자 연락이 쇄도했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 학생이었다. LH전세대출, 디딤돌 대출이 가능한 매물이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었다. 가끔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오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너무 높아진 금리 탓에 영끌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줄이러 오는 경우였다. 이 경우는 특히 여자분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과 집에 대해서 아무 말도 물어보지 않음으로써 난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온몸으로 표현하시곤 했다. (이해한다. 집을 줄이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다. 특히 경제적 이유로 불가피하게 줄여야 할 경우) 전셋집이긴 해도 나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집은 서울역, 숙대입구역이 가까운 최고의 입지에 집을 구경한 모든 사람들이 계약을 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내게 오는 연락들을 공인중개사에게 연결했는데, 웬걸, 공인중개사로부터 해당 집은 대출 전혀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네? 대출이 안된다고요? 중개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공인중개사 말로는 우리가 계약한 이후 옆집의 지붕을 불법 증축한 것을 주민이 신고하여, 내가 사는 집까지 불법(위법) 건축물로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건축법상, 다세대 주택은 각 호실의 주인이 한 명으로 같기 때문에, 어느 한 호수가 위법건축물로 등록이 되면, 나머지 세대 또한 같은 영향을 받게 된다. 위법건축물로 등록이 되는 순간 어떠한 형태로든 전세대출이 불가하며, 집주인은 건축물을 적법 상태로 되돌려 놓기까지 계속해서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분명 대출이 되는 집이라 해서 계약했는데,
나가려고 하니 대출이 안돼서 임차인을 못 구하는 상황인 거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렇게 금리가 높은 마당에 대출이 된다 해도 임차인이 잘 안 구해질 수 있는데, 이만큼을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 아니, 처음부터 이런 걸 모를 수가 있는 건가? 도중에 집이 대출이 안되는 집으로 바뀌었다면 통보를 해줘야 하지 않나? 있는 현금을 다 드렸는데 못 돌려받게 되는 건가?
순간 2시간 동안은 멍하여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TV장 구석탱이에 있는 임대차계약서를 꺼내 보았다. 해당 건축물이 적법하게 설계되었냐는 항목에 적법으로 체크가 되어있었다. 적법이기에 계약서 뒤에 건축물대장도 없었다. 건설사 직원이 임대차계약서를 쓸 때, 건축물대장도 안 띄었나 (물론 해당 계약서를 쓸 당시에는 건설사 직원이 아니었지만 말이다)라는 생각과, 아빠(공인중개사)한테 어떻게 말하지?라는 고민이 겹쳤다.
집에서 노트북을 켜 건축물대장등본을 정부24에서 띄었다. 위법건축물이라는 박스가 등본 첫 장에서부터 있었고, 무려 2012년부터 해당 주택이 위법 건축물로 등록되어 있었음을 확인했다.
우리가 계약서를 쓴 후, 주민신고로 위법 건축물이 되었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이 거짓이었던 것이다.
오늘의 교훈 : 전셋집 계약 시에는 필수적인 서류가 3가지 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 건축물관리대장(건축물대장),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