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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Feb 07. 2023

건설사 직원이지만 이렇게까지 모른다고?

건설사 직원의 이사하기 프로젝트(1)


약 한 달 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회사는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하락장으로 싱숭생숭했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연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업무가 적어지는 건 아니었다. 매일같이 전셋값 하락이라는 뉴스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내가 사는 용산구는 뉴스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야금야금 집값이 상승하고 있었다. 전셋집은 묵시적 계약 연장으로 벌써 우당탕탕 이사 소동을 벌인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여느 때처럼 집 앞을 산책하던 도중, 그날따라 유난히 동네에서 이사를 가는 이삿짐 차량들이 많이 보였다. 오는 짐, 가는 짐을 빼고 분주하게 짐을 나르는 사람들, 그날 갑자기 이 동네 전셋값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겠다는 생각과 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냥 정말 그날따라 네이버 부동산을 들어가 보고 싶었다. (출처 : unsplash.com)

 


 그 즉시, 네이버 부동산을 켜서 전세 매물을 검색했다. 용산구 청파동을 검색하자마자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전세매물이 쏟아졌다. 전세 매물 자체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2020년 8월과는 너무도 다른 양상이었다. 이 동네에 매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으니까. 실제로 전셋값 또한 많이 낮아진 것을 확인하고 이번 기회에 이사를 해야겠다고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굳혔다.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같은 가격에 방 하나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집을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반적으로 무엇부터 해야할까?
그렇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내놓는 것이다.


 


 전세의 경우, 집주인에게 더 이상 계약을 진행할 의사 없음을 통보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이사과정에서의 첫번째 실수가 발생했다. 나는 거꾸로 이사갈 집을 먼저 알아봤다. (다시 생각해 봐도 빡대가리다) 시장조사라는 목적으로 시작됐던 집 알아보기는 견물생심이라고 떨어진 전셋값에 신축 등의 요소들이 합쳐져 집이 팔리지도 않은 마당에 계약금을 넣을 집을 알아보러 다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지만 그 당시의 변명을 해보자면, 전셋집에서 전셋집을 이사한 경험이 없는 나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생각보다 싼 시세에 더 넓은 방으로 이사 갈 생각에만 부풀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집을 알아만 봤지 한번도 빼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대뜸 집부터 보러다니다 보니, 이사날짜, 잔금은 어떻게 치를 건지 등의 질문에 대답 자체가 불가했다. 게다가 사람의 눈이라는 것은 참으로 간사해서, 2,000만 원을 더 내면 엘리베이터, 2,000만 원을 더 내면 평지의 집 등의 조건이 자꾸 더 생겨 일명 ‘보태보태’ 병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보태보태병.. 2억으로 알아보던 집이 3억이 됐다. (출처: Google)

 


  약 일주일간 소득 없이 집 보기를 마친 후에야 바보 같은 나는, 지금 현재 사는 집에 대한 임차인을 먼저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집을 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 집주인에게 통보 및 내가 계약했던 부동산에 매물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혼부부 7쌍의 경쟁률을 제치고 계약한 지금 살고 있는 전세집이니 너무 빨리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면 어떡하지?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집에 대한 인연이 악연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오늘의 교훈 : 이사하기 첫 번째 단계는 -> 집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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