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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Sep 07. 2023

회사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겪고 있습니다.(1)

여자, 3의 법칙을 넘어서...

글쓰기의 근본은 성실함이건만, 브런치가 '꾸준한 글쓰기를 해주세요 작가님!'이라고 잔소리를 할 때까지 새로운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글은 썼지만, 배포하지 못한 것이다. 우울한 마음에서 쓰는 글은 쓰고 나서 읽어보니, 나까지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어 굳이 독자들에게 우울함을 전가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오늘은 동기의 대한 내용을 이어서, 현재 내 상황 고백을 해보려 한다.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한 사원 4으로 이뤄진 조직이다. 사실 현재 회사 전에 다른 회사를 정규직으로 다녀본 사람은 나 혼자이고, 모두들 이곳이 처음인 생짜 신입사원 4명으로 이뤄진 팀이다. 때문에 이전 에피소드에서 설명했듯이, 위 상사분들께서 업무를 지시할 때, 팀장 대행의 느낌으로 내게 지시하신 경우가 많았고, 나 또한 그런 내용들을 전달하는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머지 3명보다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심지어 같은 팀 남자동기처럼 1년 진급을 빨리 하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지만, 이끌 사람이 없어 팀원 한명한명이 도태되거나, 와해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나를 제외한 여자 2의 관계가 심히 끈끈해지는 것을 염려스러워만 하다가, 업무에 지장이 생기가 솔직히 엄려스러운 바를 전달했으나, 그들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이젠 esc키를 눌러 둘의 갠톡을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 내가 그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싶었다. 나 역시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하거나, 주지 말아야겠다 다짐한 찰나, 다른 팀의 동기가 말을 전해왔다. 


언니, 저번에 애들(우리 팀+다른 팀 동기 1명) 다 같이 술 먹으러 가던데,
언니 어디 아파서 안 간거야?


평상시 야근을 극혐하는 사람이라, 정시퇴근을 사수하려고 한 나지만, 정말 나 하나만 빼고 회식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때 되서야 금요일 저녁, 이른 퇴근을 향해 나가는 길에 마주쳤던 다른 팀 동기가 생각이 났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몸짓으로 어색한 인사를 하고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아, 내가 일찍 가야할 약속이 있어서 빨리 나왔더니 애들이 말할 타이밍을 놓쳤었나봐"라고 말을 전달한 그녀에게 둘러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뒤 대화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속으로 내심 그럴 수 있지 않나? 그래도 4명이 전부인 팀에서 한명을 굳이 빼는 것이 맞나? 라는 얼떨떨함이 계속됐다. 그날부터 이제 여자 2 갠톡을 넘어 우리팀의 남자 C까지 3명이서 동시에 웃고, 동시에 타이핑을 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A, B, C 너마저... (출처: 무한도전)

  


 특히 그 주에 그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던 것이 더욱더 속이 상했던 이유는 내가 여자B의 업무를 상당히 많이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B가 맡고 있는 업무가 바빠 보였고 나는 자처해서 지금 당장 필요하고 급한 게 무엇이야?라고 물어가며 그녀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물론 그 전 주에 내 업무도 허덕일 때 나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도움을 요청할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래도 그것이 서운하거나 화가 나진 않았다. 팀원이 허덕이는 걸 그냥 두고 보는 것도 나와 맞지 않는 일이고, 오히려 그녀를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했는데, 그런 나를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뺀 것이었다니 내심 속상함을 안느낄 수 없었다. (애교로 커피라도 사줘~라는 작은 생색을 내긴 했다) 


 일단 딱히 초대받아도 거절했을 법한 모임과 단톡방에 의도적으로 배재당한 기분이 들어 속상하다라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B는 반차를 쓰게 되었고, 업무가 마무리 되지 않아 내게 추가적으로 부탁을 했다. 그 순간, 사적인 얘기를 하기는 싫으나, 업무적으로 활용은 하고 싶은 사람1로 취급되고 있다는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회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B가 아니더라도 A와 C까지도 이제까지 팀원을 자처하며, 일명 상사에게 커버 쳐줬던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갔고, 회사에서 만난 사람에게 온정까지 기대한 것이 내가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일까 생각하며 창고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간신히 다른 직원의 도움으로 얼굴을 정리하고, 자리에 다시 앉았지만, 나를 뺀 나머지 3명의 카톡 소리만 웅웅대며 반복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편 : 회사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겪고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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