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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Aug 07. 2023

여자, 3의 법칙

2+1에서 +1이 된다는 것

오랜만에 회사 이야기이다.

마지막 직장 내용은 직장에서 겪은 성차별(2)이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좀 솔직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혹시 3의 법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3의 법칙은 1은 개인, 2는 가장 적은 복수의 개인들로 여겨지지만 3부터는 최소한의 집단인 사회로 여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군중심리를 설명할 때 쓰이는 심리학 용어이지만, 오늘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3의 법칙은 흔히 여자 세계에서 말하는 3의 법칙을 말한다. 


여자 세계에서 3의 법칙은 3명의 여자들이 모인 모임의 경우, 꼭 이탈자가 한명 생겨 바로 2명의 모임으로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보통 '짝수의 법칙'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꼭 숫자 3이 아니더라도 5의 경우에도 이탈자가 생겨 4인 짝수로 유지되기 때문이며, 현재 내가 딱 그러한 상태이다. 

인스티즈의 게시물을 보고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출처: 인스티즈)


이탈자가 된 이유_혹시 나 왕따인가?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내가 이탈자가 된 이유는 반 자의적, 반 타의적이다. 

어쩔 수 없이 신입사원이지만 팀장 비스무리한 역할을 맡으면서, 팀원들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을 전달해야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팀원이 불합리한 일을 받을 경우, 나서서 이건 불합리하다 변호해주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팀장이라는 직책에서는 팀원과 심리적으로 거리를 가까이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소리를 어렵게 했다.) 


특히 매우 애매한 경우는 이 남은 여자 2이 서로를 험담까지는 아니지만, 서로의 행동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때의 중재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이었다. 누구의 편을 들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이것이 거꾸로 그들 2을 더욱 끈끈하게 유지해주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특별히 이탈자가 되기로 반쯤 자의로 결정한 이유는 그들이 평상시 나누는 대화가 열정적으로 끼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대화의 주제가 나에게는 너무 소모적이고, 더 나아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이 퇴사 얘기나 상사의 험담 등이 주를 이루었고, 이러한 대화에 이미 난 한차례 지친적이 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싶다면? ▼)


 내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얘기만 듣기도 벅찬 상황에서, 굳이 신입사원 2이 하는 특별한 얘기가 무엇이 있을까? 그 시간에 좀더 도움이 되는 나만의 활동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여 들어도 안들린 척, 보여도 안보이는 척을 시전했다. 



문제는 나도 점점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솔직히 둘이 친하든 말든 신경이 안쓰이면 여기서 문제는 전혀 없다. 평상시 나의 가치관은 업무동료는 업무동료로서의 정도로만 교류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 아래, 서로 버틸만한 사람이 서로 밖에 없나보다 하고 애써 무시를 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해지는 것은 넘어 이것은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차례 바빴던 폭풍우가 지나간 5월 부터 부쩍 내 옆의 A와 B가 업무 시간에 카카오톡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느끼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A의 타이핑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면, B의 타이핑 소리가 따라서 크게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내가 옆에 있어서도 있지만, 앞 자리에 앉은 선임들도 모를 수가 없을 것 같은데...의 느낌이었다. 가끔은 둘이 재밌는 짤을 주고 받았는지 킥킥 혹은 풉 하며 소리내는 웃음까지...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업무상 단톡방이 있는데, 해당 단톡방에 한참동안 답장이 없다가, A가 대답을 하면 바로 이어서 B가 대답하는 형식을 보아하니, 둘의 갠톡 대화 도중에 한명이 단톡방을 발견하면 그제서야 한꺼번에 대답을 하는 뉘앙스였다. 

진짜 솔직한 감정은 이거다.. (출처: 무한도전)



 카카오톡이야 말로 타의적으로 업무 상 커뮤니케이션 툴로 사용하는 것이라서,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 한참동안 무시를 하다가, 급한 업무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답장을 하지 않아 하루는 둘을 불러 회의실에서 말을 했다. 


업무상 카카오톡을 쓰는 이 상황이 나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메시지는 빨리 봐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에 A는 본인은 카톡을 빨리 봤다며 억울해했고, B는 알겠다는 말을 했다. 사실 나 역시 A 보다는 B가 카톡을 늦게 보는 것에 대해 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B만 불러서 말을 하냐구요...) 무엇보다 사실 내가 하고픈 말은 "내가 눈치를 챌 정도로 너희 둘이 갠톡을 너무 많이 하는 거 같은데, 이걸 왕따로 봐야하는 건지 둘이 할말이 많다고 내가 이해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였지만 이것조차 동료 관계에서 굳이 내가 말을 해야하는 문제인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이 정도는 옆의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거라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자아성찰_반성과 화남의 반복

 때문에 요즘은 매일매일 사적인 영역도 배려하지 못하는 팀장 혹은 팀원인가라는 자아성찰을 하다가도, 업무 얘기를 나누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가 서둘러 둘의 갠톡방을 닫아버리는 A와 B를 보며 이쪽 저쪽도 아닌 감정 널뛰기를 진행하는 중이다. 오히려 이번 직장이 처음이 아닌 인생선배? 언니?로서 그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두 신입사원이 연애얘기든 회사얘기든 마음껏 떠들 수 있게 내버려 두다 보면, 또 제풀에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을 원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ENTJ로서, 2+1이라는 숫자에서 난 항상 +1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A와 B, 나까지 3명의 여자가 같은 팀으로 배정되었을 때, 팀에서 가장 못되기로 유명한 한 G과장은 "여자들은 홀수면 꼭 한명 왕따시키더라"라며 너네도 그럴 것이다라는 못된 발언을 했고, 그의 발언은 심히 무례하지만 그대로 된 셈이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고, 이야기의 주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나는 또 한번 이렇게 적당한 거리두기에 실패한 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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