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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Sep 08. 2023

회사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겪고 있습니다.(2)

그들은 그것을 물 흐르는 듯이로 표현했다.

전편 : 회사에서 은근함 따돌림을 겨꼬 있습니다. (1)

 


 매일 아침, 출근시간 9시가 되면, 타닥타닥 그들은 철저히 나를 배제한 채, 그들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킥킥 풉풉! 동시에 시끄러워지는 타자 소리에 가끔 단톡방에서 머가 그렇게 웃기는거야~ 나도 공유 좀 해줘~ 하면 살짝만 공유해 줄뿐, 그들은 나를 그 모임에 끼워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았지만, 다수의 분위기로 확실히 전달했다.


 물론 내가 무시를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상관 없었겠지만 그들의 끊임없는 키보드 소리와 비웃음에 나는 점점 메말라가고 있엇다. 애증과 같은 정신과를 다시 가봐야하나 고민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동기 때문에 커리어 변경 혹은 병원을 찾아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A와 B가 함께하는 회의에서 나는 다소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기로 했다.



나 최근에 너네가 나를 빼고 카톡을 많이 하는 걸 느껴서 서운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내가 모르는 내막이 있는거야?


의외로 그들은 솔직히 말했다.

최근 퇴근길에 타 팀의 동기가 우리팀 남자 동기와 술약속을 잡은 것을, 같이 퇴근을 하다보니 4이서 합류를 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정산을 위한 방에서 회사에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다 보니 해당 단톡방이 아직까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고. 그때서야 그날이 어느 날인지 짐작이 되었다. 타팀 남자 동기가 어색하게 인사하던 그 날이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그런 자리에 생길 경우, 꼭 말하겠다고 서운해 말라고 하였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날 왜 나를 빼고 갔냐는 말도 아니고, 그 이후에 왜 단톡방이 활발히 나를 빼고 이어지고 있냐는 말도 아니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은 상황이 어떻던 간에 나를 빼고 3명이서 웃거나 혹은 개인톡이라 가정하면 2명이서 키득대며 카톡을 치는 듯한 상황이 나머지 1명에게 어떤 기분을 불러일으킬지 왜 생각해보지 않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각자의 카톡 소리와 킥킥 풉풉 웃는 것은 그래도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으니, 그건 좀 자제했으면 좋겠고, 확실히 나만 빼고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을 특히나 전달받는 게 기분이 좋진 않더라 라고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그러자 B는


언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게 언니를 배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물 흐르는 듯이 그렇게 된거야



물 흐르는 듯이.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녀의 말에 틀린 점은 없다.

의도한 것이 아닌데, 그렇게 비춰진 것에 대한 억울함의 항변이었으리라. 하지만 물 흐르는 듯이 그렇게 된 것은 4명이서 밥을 먹게 된 거기까지다. 매우 배려하여, 정산을 위해 단톡방을 개설한 것까지만 물 흐르는 방향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 이후, 나머지 1명이 3명의 단톡, 2명의 갠톡에서만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느끼고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그 순간까지 나머지 1명의 입장을 생각해보지 못했다면, (이쯤되면 고려해주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옳다) 이건 물 흐르는 방향이라도 조절한 것이 맞다.



곱씹어볼수록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변명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이치이지만, 물이 흐르는 방향은 사람의 의지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거짓말이요, 지극히 사람의 주관이 담긴 선택이다. 그들 또한 내가 그렇게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할 줄은 몰랐겠지만,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동안 나머지 1인을 챙겨주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은 배재한 채, 물의 이치에 자신을 선택을 숨긴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끝끝내 선택의 의도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나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 다음편 : 결국 출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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