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로 암환자가 되었다

by 쑤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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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의 그 긴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나는 다시 현실 앞에 서 있었다.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암환자’라는 단어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그 순간의 나는
마치 작은 아이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병원에서 내 이름이 불릴 때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고
내 이름이 이렇게 슬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직 여행의 여운이 남아 있던 그때
수술 일정이 잡혔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조용히 걸어 들어가야 했다.

수술실 앞 대기 공간엔
나와 같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낯선 공기, 억눌린 숨, 불안한 손끝들.
그 사이에
나도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얀 조명, 차가운 금속,
마스크 너머의 말 없는 눈빛들.
모든 것이 너무 선명했고
너무 현실이었다.

처음 들어선 수술실은
숨을 들이마실 때조차 차가웠다.
그 싸늘한 공기가
금세 내 피부 아래로 스며들었다.

침대에 조심스레 누우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이 모든 순간들이
제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마취 준비를 한다는 말이 들리고
금속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눈을 감기 전,
조명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 흔들리는 빛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제발… 제발 무사히 깨어나게 해 주세요.”

차갑던 공기는 점점 멀어지고
의식은 조용히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과 기도를 품은 채
수술이라는 깊은 밤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갔다.

그 순간,
나는 정말로
‘암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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