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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Nov 14. 2020

귀신아 썩 물렀거라!

Day 15    당신이 특별하게 믿는 미신이 있나요? 그 미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써주세요. 


 "미신(迷信)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네이버에는 나온다. 자전에서 '미(迷) 자를 찾아보면 '미혹(迷惑)하다, 헷갈리다, 어지럽게 하다, 혼미하다 등으로 나온다. 믿음을 미혹하게 하고, 헷갈리게 하면서, 어지럽게 또 혼미하게 하는 것이 미신이다.  그래서 사전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이라고 정의를 했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이런 쪽으로 눈도 돌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에피소드는 하나 있다. 국민학교 1학년 때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밤중에 나를 업고 병원으로 가셨던 모양이다. 가는 도중 선득하여 눈을 떠 보니 아버지에게 업혀 있었고, 일하던 언니가 아버지 신발을 들고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병원에 들어가서 주사 맞고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난다. 그 밤 말고도 아버지가 나를 등에 여러 번 업고 밤길을 달렸던 것 같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면 1961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쟁 후여서 그랬는지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는 주인과 나란히 붙은 방을 사용했다. 집 안주인이 내가 종종 밤에 업혀서 다급히 병원으로 쫓아가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아니면 엄마가 세 들어 살던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거나.


  안집 아주머니는 가끔 굿을 하였던 것 같다. 어느 여름날 어스름한 무렵 엄마가 나를 불러서 안집 마루 앞에 세웠다. 안집 마루에는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박 바가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부엌 칼을 들려주면서 대문을 향하여 세게 던지라고 했다. 나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냅다 던졌다. 어른들이 칼이 떨어진 방향을 보고 다시 던지라고 했다.


  칼이 대문 밖으로 나가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때 주인아주머니 말씀은 대문 밖으로 칼 끝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아주머니들이 내가 던진 칼을 확인하고 도로 들고 와서 내 손에 쥐어주었다. 대문 밖으로 나가도 칼 끝이 집 쪽으로 향하면 다시 들고 왔다. 그렇게 던지기를 여러 차례 하여서 겨우 나갔다.


  누군가가 바가지에 물을 부어 밥을 말아서 내게 주었다. 대문 밖으로 나간 귀신을 먹여서 보내야 한다는 것 같았다. 내가 바가지를 들고 대문 밖에 어른들이 지시한 대로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나의 머리에 칼을 대고 비비면서 뭐라 뭐라고 중얼거렸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뒤 열어 두었던 대문을 닫고 나는 엄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


  나는 그 굿을 해서 그랬는지 이상스럽게 심하게 아프지 않았다.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달고 살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대구 근교로 발령이 나면서부터는 덜 아팠다. 대구 시내보다 공기가 맑은 곳이어서 그 덕을 본 것 아닌가 싶다. 나의 어릴 적 신기한 체험이라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있다. 


  이런 체험이 '귀신은 있다'는 미신과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신은 사람들을 미혹시키기 위한 하나의 술수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테라와다 불교 이론은 사람이 죽으면 죽는 즉시 다른 사람의 몸으로 입태(入胎)된다. 그러므로 '귀신'은 있을 수 없다. 또 중음신으로 머물며 49재에 의해서 새로운 몸을 받는다는 말조차도 힌두교의 발상이니 믿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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