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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Dec 11. 2020

후리 늘씬한 몸매를 위하여!  ​

3-Day 10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의 몸 중 어디를 바꾸고 싶은지 설명해보세요. 그 부분이 변한다면 당신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도 설명하세요.


  사춘기가 되자 몸매에 신경이 쓰였다. 나의 풍성한 하체를 잘라내고 날씬한 엉덩이와 다리를 가지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러기를 매일 원했다. 아랫도리의 결점을 윗옷의 길이를 길게 하여 덮어서 감추려고만 하였다. 친구들이 거울을 보고 몸매를 뽐내거나, 요리조리 자신의 몸매를 감상하면 속이 상하여서 배가 아팠다. 나는 그들 틈에 끼이는 것이 아니라 멀어졌다.


  엄마 탓을 했다. 왜 후리 늘씬하게 낳아주지 않았느냐고. 그러면서 학교 성적은 중상이 유지되어 노력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조금만 더 공부해서 상위권으로 진입하자며 구슬렸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큼 악착스러운 승부 근성이 아주 낮았다. 체육시간은 나의 몸매가 드러나는 체육복을 입어야 했으므로 운동장에 나가는 것이 지극히 싫었다.


  청바지 안으로 셔츠를 넣어 입은 나를 연상했다. 지금도 그러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나 감히 꿈도 못 꾸었다. 그런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이러고 다녔다. 여름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나의 선망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포기라는 것도 배웠다. 오죽하면 그 친구와 성형외과라는 데를 다 가봤겠나. 종아리 살이라도 떼어낼 수 있는가 싶어서.


  현재 살이 빠져서 날씬하다고 하기는 뭣하지만 그래도 자격지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는 넉살, 뻔뻔함이 꽉 차서 전혀 개의치 않고 다닌다. 그런데 배와 엉덩이가 추워서 별 수 없이 긴 옷을 찾게 되었다. 여름에는 펄렁하니 길게, 겨울에는 추위를 막으려고 롱 패딩으로 하체를 감싸는 황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몸매가 아니었다. 학교 공부였다. 철이 어설프게 들었을 때 점수가 내 인생을 좌우하는 것에 대한 지혜가 없었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그렇게 저렇게 다 묻어가는 줄로 짐작했다. 남들은 날밤을 새웠다는데 나는 그런 역사가 없다. 밤을 새우리라 결심을 해도 그것은 공염불이었다. 그리고는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불평불만과 비교만 했다. 


  공부나 인생은 왕도가 없다. 나는 알았으면서도 나의 모자라는 아이큐 지수를 핑계 댔다. 나의 지수가 높았다면 지금의 내가 없을 거라고 말을 앞세웠다. 고등학교 다닐 때 옆의 친구가 열심히 뭘 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혼잣말로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네"라는 것이다. 그제야 그  친구가 보던 지문을 나도 자세히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한 번이라도 파고들었다면 공부에 자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를 할 수 없었다.


  수시로 대학교를 졸업했다면 신분상승이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아니었다. 물론 수단은 되지만. 뭘 좀 아는 때부터 베푸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이젠 베푸는 삶이 확실한 삶의 목표이자 목적이다. 재물로 믿을 수 있는 상가(Sangha)에 보시하고, 명상 수행하며 가르침대로 실천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 


  전생의 인연으로 오늘날의 내가 있으며, 지난날의 과보들을 갚아가느라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지만 힘겨웠던 나날들은 나를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불평불만하던 불민함의 터널을 빠져나오니 진정으로 모든 것이 아름다울 뿐이다. 나는 글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책을 항상 가까이 두고 읽으면서 많은 배우기에 머뭇거림 없이 정진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후리 늘씬한 몸매를 위하여!


사진: 정 혜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69928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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