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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an 01. 2021

철학은 행동 강령이 없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고


  이 책은 다산초당에서 주) 한국저작권센터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계약으로 출간했다. 작가 야마구치 슈 님은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 그룹의 시니어 파트너라고 한다. 그리고 번역은 김 윤경 님이 했다. 책의 제목처럼 철학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나는 이 책을 3주 만에 읽어야 했다. 손자를 돌보는 처지의 나에게 높은 관문이 생겼다. 예상대로 다 읽지 못하여 혼자 완독 하다시피 했다. 뒤로 갈수록 설렁설렁 넘어가는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서두가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는 제목이 의미심장했다. 철학의 필요성을 먼저 제시했다. 둘째는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에서 작가만의 경험으로 얻게 된 네 가지 이점을 '① 상황을 정확하게 ②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③ 어젠다를 정한다 ④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며 철학 공부의 중요성을 나열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철학'의 용어만 알고 있었다. 나는 타인에게 들어서 아는 딱 한 가지, '철학과 종교'는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철학은 행동 강령이 없다. 그리고 불교나 기독교는 오계나 십계명이란 행동 강령이 있다. 그래서 철학은 저자가 말 했듯 계속하여 제시되는 이론들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오계나 십계명은 변함없이 오늘날까지 그대로다. 그런데도 어떻게 철학은 삶의 무기가 되는 사뭇 궁금하기만 했다.

  

  처음 책을 펼쳐서 읽는 동안은 인내심이 좀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철학은 문외한이며 백지인 나는 진지하게 독서에 임했다. 50쪽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것은 '언컨택트' 책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므로 해서 최소 50개의 철학 용어를 알았다. 그리고 하나도 기억을 못 한다. 그러나 '언컨택트' 보다 긍정적이고,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철학 용어들로 구성되었기에 진득해지려고 노력하였다.   

  

  독서 토론을 들으며 여러 분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어떤 누구도 불교나 기독교의 오계와 십계명을 말씀하는 분은 없었다. 아는 것이 불교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불교적으로 해석하며 읽었다. 59쪽의 "무서운 것은, 나답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면서 나 자신은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라는 문장은 지금의 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말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어떤 가치 기준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라 여겨졌다.

  

  84쪽의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이 장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리고 용어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었고, 이 시대를 살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아는 단어이지만, 날마다 까마귀 고기를 먹고사는 나로서는 볼 적마다 생소하다.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고스(pathos)는 부끄럽지만 까먹고 있었다. 또다시 외우는 기회가 되지만 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70쪽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진정한 의미에서 바꾸고 싶다면 설득보다는 이해, 이해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 첫 문장의 시작이다. 나는 전업주부요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다. 그래서 논리(logos)만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경우를 며칠 전에도 겪었다. 작가는 '논리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두 번째로 꼽은 것이 에토스(ethos)다. 에토스는 윤리를 말한다.

  

  71쪽의 하단에서 "사람은 도덕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투입하고 싶어 하는 존재다.라고 호소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파했다." 오늘날 이 이상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코비드 19로 민심은 흉흉하고,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현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 절실히 필요한 것 아닐까.

  

  "파고스(pathos)는 열정(passion)을 가리킨다. 본인이 신념을 갖고 열정을 드러내며 말해야 비로소 타인이 공감할 수 있다." 나는 나흘의 휴가 중 나의 신념을 갖고 열정적으로 타인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지 못한 일이 있다. 상대가 워낙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되어 있어서 마치 철옹성 같다고 느껴졌다. 73쪽 첫 줄에는 "진실에 이르는 길은 대화밖에 없다."라고 적혀 있다. 나는 그 상대와 소통이 되려면 진실한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으로는 그저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74쪽 "미국과 유럽 사회의 지식 계층에서는 스피치 기법이 당연히 지녀야 할 교양으로 인식된다."라고 한 문장은 나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하였으며, 휴가 중에 활용했어야 할 필수조건이었다. 

  

   작가는 32장 '성 편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234쪽 아래 부분에서 "핵심은 사회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남성들이 자신이 갇혀 있는 사회적 성차별에 관해 인식하고 성역할에 대한 왜곡과 편견, 즉 성 편견(gender bias)을 얼마나 자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235쪽 말미에 "우리 의식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무자각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벽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36쪽 "회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임원으로 기본적으로는 매우 자유롭고 열린 가치관을 지닌 집단이었는데도, 이들조차 다른 사람의 승진을 심사한다'라는 민감한 사안 앞에서는 자기에게 배어 있는 성 편견에 얽매이고 말았다. 

  우선 우리가 굉장히 강한 성 편견에 지배된 국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편견에 우리 자신이 너무나 도 자각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자신은 성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그 잔혹한 무자각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로 끝이다. 나는 작가가 이 장을 피력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책의 중간 부분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봤다. 

  

  내게 녹내장, 눈을 보살피라는 감초 같은 병명이 있다. 이 글을 더 쓰고 싶건만  요정도로 마쳐야겠다. 손자를 돌보는 할매가 글 쓰고, 독서하는 동안 진지한 사유를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사진: 정 혜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9271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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