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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Dec 26. 2020

더 높이, 더 깊이

3- Day 16   내 인생을 바꾼 문학 작품의 주인공 관점에서 글을 써보세요.


  내 인생을 바꾸는 문학 작품은 없었다. 없다는 말은 그만큼 독서를 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인생을 바꾸도록 노력할 지혜가 없었다는 것이 더 솔직할 수 있겠다. 그동안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울화를 삭히기 바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주체하기 어려웠던 나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불경과 마주했다. 그리고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고 부산스러워졌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나.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도 늘 혼자인 것 같았다. 다가오지 않는 친구들에게 연연해 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우연히 읽게 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은 그때까지 봐 왔던 것들과 차원이 다른 책이었다. '나는 혼자다.'라는 생각과 그런 내가 못마땅하였던 시절, 이 책은 아주 신선하였다. 글을 쓰려고 의자에 앉을 때까지 강하게 남아 있던  '갈매기 조나단은 높이 날고, 바다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는  기억 뿐이다. 이 짧은 문구는 책을 덮던 그때부터 현재까지 왕 왕 써먹고 있으며, 타인에게 조언하는 말이 되었다. 


  21일 아침 5시 즈음, 글쓰기를 미룬 채 책의 내용부터 살폈다. 전자책을 읽는 순간 약 50여 년의 시공은 내가 엄청난 정신세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단순한 내용의 글이 아니었음에 굉장히 놀랐다. 미국인 작가가 그의 주관으로 써 내려간 '갈매기의 꿈'은 불교 사상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붓다의 성불 과정과 성불 후 전도하면서 실천하는, 실천하면서 가르침을 전하고 자비를 베푸는 삶을 그렸다. 녹내장이 있는 나의 눈이 급격히 피로해졌다. 그러나 눈이 아파도 전자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갈매기 조나단은 오늘도 비행 연습을 했다. 조나단은 무한한 삼매 속에서 편안하게 창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유유히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저 아래는 단지 푸른 바닷물만 가득할 뿐. 조나단은 단숨에 바다를 향하여 최대의 속력으로 낙하하였다. 가속력이 붙은 채 바다 깊숙이, 조나단은 고요하고 아늑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저를 발만 움직이잠영하였다.


  조나단이 무리로부터 추방 당하고 처음으로 원로 갈매기를 만났다. 원로 갈매기는 조나단을 인정해주었고 격려했다. 그는 " 하늘은 장소나 시간이 아니고 충만함으로 가득 찬 완벽한 경지를 가리킨단다, 완전한 속도는 빛의 속도로 나는 것이야. 아무리 숫자가 커져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완전한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없어. 완전한 속도란 분명히 있는 것이며 또한 우리가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것이야." 조나단은 한 시도 스승의 그 말씀을 잊지 않았다. 


  갈매기 무리들은 인간들의 배 뒷전을 오갔다. 관광객들이 던져 주는 과자를 서로 먹으려고 다투었고, 어부들이 잡아온 수많은 고기를 노렸다. 거대한 폭풍우가 들이닥치면 바람이 없는 곳으로, 한 끼를 해결할 곳을 찾아 떼 지어서 몰려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그들은 상대를 노려보며 소리를 높이면서 부리로 쪼으려고 달려들었고 그저 싸울 태세로 깃을 다듬었다.


  원로 갈매기 치앙은 "우리의 삶 속에 숨겨져서 보이지 않는 완벽한 자신들의 능력과 원리를 더욱 이해하기 위해 연습과 공부 그리고 노력의 의지를 중단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의 깃털이 눈부시게 빛나고 더욱더 빛나 마침내 너무 눈이 부셔서 아무도 그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조나단, 끊임없이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이것이 원로 갈매기 치앙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조나단은 치앙 스승님의 말씀을 상기하였다. 조용히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서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이 스승님과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완벽한 경지는 해탈을 의미하며, 그 세계는 우열이 없으며 한계 또한 없으니까. 그러니 완전한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없지그리고 갈매기 조나단 자신도 충분히 해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조나단, 끊임없이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이 가르침 역시 표현이 다를 뿐이야. 석가모니 붓다는 "끊임없이 노력하라. 붓다의 가르침에 의지하고, 자신을 믿고 섬처럼 의지하며 수행하라." 고 하셨지. 붓다를 치앙 스승님이라 여기면서 가르침에 의지하고, 나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믿으며 나를 섬처럼 의지하면서 고공비행과 해저 잠영에서 해탈을 이루리라.


  "플레처, 너는 정말 날고 싶니? 네, 날고 싶습니다! 플레처 린드, 네가 그토록 날고 싶다면 너는 네가 속해 있었던 갈매기떼를 용서하고 많은 것을 배워서 언제든 그들에게 돌아가 그들이 지금의 너와 같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겠니?" 갈매기 조나단은 해탈한 후 일주일 간 해탈의 희열에 잠겼다. 그 희열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를 잘 아는 치앙 스승의 제자들이 무지몽매한 갈매기들을 계도하라는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조나단은 따르던 플레쳐를 가르치기로 했다.


   조나단의 몸에서는 빛이 났다. 조나단은 그에게 아주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플레쳐가 해탈을 목표로 수행을 할 때, 스승인 갈매기 조나단은 플레쳐가 먹을 물고기 사냥을 떠났다. 드디어 플레쳐가 아라한이 되었을 때 조나단이 아라한 된 것처럼 기뻐서 춤을 추었다. 깨달음은 영어enlightment, light는 '빛'이란 뜻으로 예수 상(像)의 두광(頭光)이나 붓다의 두광과 신광이 그것을 말한다. 치앙 스승이 빛으로 화하였 듯 조나단도 열반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갈 자유가 있고 또 우리가 있고 싶은 데에 있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단다. 그는 아주 평범한 말을 했다. 즉, 난다는 것은 갈매기들의 정당한 권리라는 것, 자유는 그의 존재의 본질이라는 것,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의식이든 미신이든 또 어떤 형식의 제약이든 파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나단은 모래사장을 떠나서 하늘로 상승하여 날아갔다. 그리고 옛날 갈매기떼의 고향이 있는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조나단, 당신은 오래전에 저에게 직접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계세요? 당신은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배우려 한다면 그것을 도울 만큼 충분히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 말입니다. 물론, 기억하고 말고. 어쩌면 자기를 죽였을지도 모를 광폭한 갈매기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또한 그들이 배우는 것을 왜 도와주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플레처, 너는 저런 일이 혐오스러울 거야! 증오와 악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그러나 너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갈매기 본래의 모습, 즉 그들 각자에게 깃들어 있는 선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 속에 있는 선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뜻이야. 그것을 알기만 하면 매우 즐거운 생활이 될 거야."

 

  "너는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네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그때의 플레처가 바로 너의 스승이야. 그리고 다시 너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말을 이해하고 그가 명하는 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야. 순간, 조나단의 몸이 공중에 뜨더니 열롱 한 빛으로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서 어리석은 소문을 퍼뜨리거나, 또는 나를 신처럼 떠받들지 않도록 해라. 알았지, 플레처? 나는 한 마리의 갈매기에 불과해. 나는 그저 나는 것을 좋아한단다."

 

  "사랑하는 플레처, 너는 눈으로 보듯이 배우지 말아. 눈으로 배운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 너 스스로 움직여서 알아내고 이해해야 돼.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 나는 법을 알게 될 거야."


사진: 정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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