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Sep 21.2020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통 쓸게요. 가장 보람 있던 에피소드를 하나 찾아내고 그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열심히 임했는지 자신을 칭찬하면서 글을 써보세요.
정혜님.
정혜님에게 67년 만에 쓰는 첫 편지입니다. 저의 표현이 좀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웃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편안히 읽어주십시오.
정혜님,
참 잘 살아오셨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어느 날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 점, 진심으로 격려합니다. 참 잘하고 계십니다! 정말 멋집니다!
정혜님은 2008년부터 군법당에서 포교사로 1인 자원봉사하셨지요? 경북 영천시 화산면에 있던 항공부대 일승사 법당 기억나죠? 병사들 간식으로 거봉 포도를 사서 식초물에 농약 희석시킨 뒤 타파웨어 통에 담아 들고 버스를 갈아타며 한 시간이나 갔지요. 그리고 화산면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한 이십여 분 걸어 부대 안 법당으로 들어가면 청소부터 했던 일 생각나요?
"포교사님 오셨네"라며 병사들이 웃으며 들어오면, 아들 손 잡듯이 두 손을 잡아주며 "내 성추행하는 거 아이데이~" 그리고는 엉덩이도 툭! 툭 두드려 주었어요. 참으로 정겹게 대해 주셨어요. 이 녀석들도 싫지 않았는지 히쭉히쭉 웃었어요. 부대 일로 힘들었다며 청소도 시키지 않고 편히 쉬었다 가라면서 "내가 하듯 자네들도 나중에 직접 모범을 보이도록 하라"며 보고 배우라고 하셨답니다.
법문은 어렵지 않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셨습니다. 다음 주에 가셔서 병사들이 기억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면 눈만 껌벅거리는 모습을 보며 속 많이 끓이셨지요. 병사들을 보면서 '남이 내 뜻대로 해주기 바라지 마라'라는 명언을 활용하여 가슴앓이에서 벗어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법당에 병사들도 들숙날숙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서 법당을 서성대기도 하였습니다.
남들은 여러 명이 어울려 다녔지만, 정혜님은 혼자서 멀리 다니셨어요. 그것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일요일 마다요. 일승사에서 2년, 그리고 경남 창녕군으로 옮기셨지요. 그곳에서도 2년, 2012년부터 더 멀리 경북 문경시에 있는 문경군법당으로 가고 계시지요. 지난 기해년 9월에는 손자가 태어나는 바람에 연말까지 산간호 하시느라 못 가셨답니다. 금년에는 Covid 19가 횡포를 부리고 있어 법회를 봉행하지 못하고요.
문경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30분을 가는데도 꾸준히 잘 다니셨습니다. 앞으로 계속 포교하시는 그 정열의 끈을 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놓지 않으실 거지요?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팔정도를 잘 실천하고 계시는 정혜님을 위하여 박수를 보냅니다!
2020년 9월 20일 새벽 4시 50분을 넘기며 사맛짜리야가 드립니다.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대구 MBC 구 사옥에서 찍은 단풍.
아래 사진: 달구벌 대로에서 찍은 쾌청한 봄날의 벚꽃.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095031532
댓글 10 공감 17
gogogoSep 21. 2020
멋진 인생을 사신 본인에에 멋진 편지를 쓰셨네요.
인생에 대한 참맛을 느끼게 해주신 글 저도 저를 한번 돌아 봐야 겠어요
차곡차곡 쌓아 가시는 모습 배우고 싶어요.
잘 읽고 갑니다.
그림달Sep 21. 2020
서성대는 젊은영혼들 바라보며가슴 쓸어내리셨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순간순간들을 놓지 않으심에 응원드립니다. 허허 웃으시는 모습이 상상되어 미소가 번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혜나무Sep 21. 2020
포도를 정성스럽게 씻으시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사람을 섬기시는 작가님의 마음을 봅니다.
종교는 다르지만 진리를 전하시기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열정, 또 이렇게 배워갑니다 작가님^^
공대생의 심야서재Sep 21. 2020
군법당에서 일하셨군요. 일하시는 모습, 병사들과 대화나누는 모습이 사실적이어서 참 좋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상선약수Sep 22. 2020
병사들이 작가님이 설명해주신 법문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들을 대하던 진심어린 마음과 태도는 깊은 인상을 남겼을 거예요. 말이 아닌 몸소 실천으로 가르침을 주고자 하셨던 작가님을 오래 기억할 듯요. 작가님 참 멋지십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봉사하는 삶의 태도를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 혜1분전
답글이 많이, 아주 많이 늦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저가 매거진을 만들며보니 이 글에 저의 답글이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였어요. 미안합니데이~
밤이 늦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정 혜방금
저가 매거진을 만들며보니 이 글에 저의 답글이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였어요. 미안합니데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그림달 님?
답글이 많이 늦었지만 늦게라도 받는 기분이 괜찮지요? ㅎ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정 혜방금
ㅎㅎㅎㅎ
혜나무 님, 매거진 만들다보니 저의 답글이 없어서 늦었지만 답글을 보냅니다.
그동안 편안하시지요?
밤이 깊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정 혜방금
매거진 만들다보니 답글이 빠진 것을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함께 했던 그 시간이 벌써 꽤 되었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정 혜방금
상선약수 선생님,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여러 차례 브런치에 들렸는데 활동 흔적이 없어서 항상 궁금합니다.
어디 편찮하시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매거진을 만들다보니 답글이 빠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선생님의 안부를 여쭐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답글이 많이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Sep 21.202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