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 Sep 22. 2020
당신이 원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당신의 이상적인 모습에 대해 써보세요.
108일 글쓰기와 동시에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6년 광복절은 병원에서 입원한 채 맞았다. 게으름이 나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명상에 재미를 붙이던 때였다. 그런데 느닷없는 '추간판 탈출'이라나. 그래서 쉬었던 것이 한 해가 지나고 나태와 함께 '해야 하는데…'라며 몸부림치면서 갈등으로 세월을 보냈다. 중간 중간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산란한 마음만 바라보게 되어 조급해졌다. 내겐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108일 첫날부터 새벽 3시 즈음에 일어나 명상을 이어오고 있다. 어젯밤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이루지 못해 결국 2시 무렵 반가부좌를 했다. 손전화기로 50분을 저장하고 눈을 감았다. 눈이 깜짝였으나 코 밑을 주시하며 호흡을 바라봤다. 들숨, 날숨…
'내가 글을 쓰고 있네… 호흡에 집중하자' 나는 허리가 아파서 입원하고 있는 동안 인근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초보자 수필 강좌에 등록하였다. 그 이후 명상을 하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알아차린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명상을 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기 반복했다. 수필을 배우기보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의 철자가 정확한지 적합한 부호를 사용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첫 주는 멋 모르고 지났으며, 세네 주부터는 상금에 눈이 멀어져 버렸다. 나는 돈을 벌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다. 수필 쓰는 방법을 배워 궁색함에서 벗어나 보자는 일념, 욕심만 앞섰다. 욕은 바랄 욕(欲)과 욕심 욕(慾) 두 가지가 있다. 단순히 배울 목적으로 수강을 시작하여 시커먼 마음 심(心)이 붙게 되었다. 괴발개발 하듯 글을 쓰면서 욕심(慾心)만 무성하게 자랐다.
지난 8월 말 던진 수필 공모전에서도 미역국을 마셨다.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낙방의 고배만 들이키며, 내가 욕심을 과하게 부린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명상에 집중하지 못하였던 이유 중 하나가 상금을 노렸기 때문이다. 내가 상금을 바라는 것은 바랄 욕에 속한다고 억지를 부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참신한 주제의 글이어서 기대를 조금 했다. 반면에 워낙 글 잘 쓰는 예비작가들이 많으니 포기를 하면서도 혹시나아~.
수필을 배우면서 집착을 놓을 수 있었다. 그동안 진전 없는 것 같았던 명상의 문제점도 찾았다. 명상을 더 잘하고 싶은 것도 욕심이었다. 그 작은 것도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면 단순하게 호흡만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가 쉽지 않았다. 글 또한 담담하기보다 사족(蛇足)이, 사유적이며 은유적인 글이 써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그렇다.
같이 배우던 갓 40의 문우가 등단했다. 내 글도 문우와 장원을 겨루다 밀렸다고 글 선생님이 알려주었다. 내가 불자이니 불교 공모전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했다. 계속되는 낙방 소식에 선생님은 "정혜님의 글은 공모전 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불교 공모전 역시 대승불교가 추구하는 글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씀이 이미 수필가나 다름없으니 '나 다운 글'을 쓰다 보면 좋은 소식도 있을 것이라고.
작년 3월 또 떨어지리라 생각하며 던진 글이 당선되었다. 뭘 좀 알고 보니 공심님의 말씀처럼 일이 류 문단이 아니고 삼류인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던졌다. 일이 류의 명예가 필요했으며 경력이 되니까. 이 또한 나의 주제를 모르는 욕심 욕에 마음 심이었다. 그렇게 명상도 흔들렸다. '미스 트롯 선발전'을 보면서 일등 아닌 일등 감의 훌륭한 가수들이 많았다. 그들 역시 명예는 인기와 돈과 결부된다. 장원은 탁월한 노래 실력과 노력이었다. 수필가도 그랬다.
나는 수필가가 아닌 수필인이 되고 싶다. 공모전 글은 일정한 틀에 넣어 가다듬어야 한다. 형식과 가식적이기보다 진솔하면서 곁에 있는 것처럼 향기 나는 글을 쓰고 싶을 따름이다. 붓 가는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비록 삼류이지만, 지금은 나 다운 글을 허허롭게 쓴다. 10월 중순에 한 번 더 투고할 계획이다. 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쁠 것이고, 떨어져도 본전이니까.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대구 범어대로 어느 한 지점의 은행나무. 은행이 따가운 햇살에 익어가고 있다.
아래 사진: 내가 지난 해 수필인으로 태어나게 해준 매화. 그 매화가 핀 장소에 올해도 가보았다. 매향이 여전히 옆에 있는 것처럼 멀리서도 느껴졌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096030022
댓글 15 공감 27
무신 Sep 22. 2020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진샤 Sep 22. 2020
수필가가 아닌 수필인..좋은 단어 마음에 새겨두고 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항상샬롬 Sep 22. 2020
수필인..와우 진짜 멋진 말이네요
조만간 좋은 소식 있으실꺼에요...
fragancia Sep 22. 2020
지금 108일 글쓰기 하려고 앉았는데 이상적인나 참 어렵습니다
정혜님은 수필인 넘 멋있어요!! 쭉 꽃길이시길..~~~응원합니다
혜나무 Sep 22. 2020
삼류라니요.... 저는 어찌하라구요... 작가님 글에는 작가님만의 향기가 묻어있습니다. 단호하지만 부드럽고 과하지 않으나 발길을 머물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 글방에 오면 편하면서도
저까지 우아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수필인으로 저도 따라 가겠습니다. 도전하시는 모습도 멋지십니다! ^^
독서백일 Sep 22. 2020
글을 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그림을 그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모두 닮아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싶은데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쁘게 그려야 마음도 이뻐질 듯 합니다. 글도 이쁘게 써야 마음이 이뻐지겠죠? 마음이 이뻐지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23. 2020
지금도 충분히 멋진 글 쓰고 계십니다. 저도 등단에 대한 소망은 있지만 어쩌면 버려야할 목표가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자신만의 틀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글을 쓰는 것도 의미가 충분히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gogogo Sep 23. 2020
무루익은 정혜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아~ 글은 이렇게 쓰고 이렇게 고배를 마시면서 쑥 쑥 자라는구나. 역시 글이 매끄럽고 깊이가 있고 마음속에 풍기는 것이 있구나 하는생각이 듭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정 혜 Sep 28. 2020
ㅎㅎㅎ
지당한 말씀에 황공무지로소이다.
좋은 날 되시기를요.
정 혜 Sep 28. 2020
@진샤
예,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그리고
한가위 연휴도 좋은 날 되시구요.
정 혜 Sep 28. 2020
ㅎㅎㅎ 고맙습니다!
곧 한가위입니다.
좋은 날 되십시오!
정 혜 Sep 28. 2020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함께 하면서 서로 격려해 주어요.
대목이라서 많이 바쁘지요?
우리 10월에 만나요.
정 혜 Sep 28. 2020
오랫만입니다.
손자 보랴, 저의 글 쓰랴 cakepower님 브런치에 들려 볼 엄두도 못 냈습니다.
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곧 한가위 연휴입니다.
연휴 내내 좋은 날 되십시오.
정 혜 Sep 28. 2020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공심님은 아직 등단의 희망을 내려 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시길 바랍니다.
정 혜 Sep 28. 2020
@gogogo
108일 글쓰기를 꾸준히 해보시면 많은 습작으로 글 쓰는 실력이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도 잘 쓰고 계시지만 수련의 기간을 거치면 일취월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겠지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석 지나고 만나요!
Sep 22. 202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