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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15. 2021

끊임없이 굴러가네

  윤회. 바퀴 륜(輪), 돌 회(廻). 우리 인생살이는 바퀴가 돌아가 듯 끊임없이 구른다 하여 '윤회(輪廻)'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윤회의 대표가 생로병사(生老病死)다. 어머니의 산도(産道)로 귀가 나오면(生) 나이테가 생긴다(老), 성장과 노화를 거듭하면서 반갑지 않은 질병(病)이 기웃거리거나 파고들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 그러면 염라대왕이 염라국으로 불러들일 이승의 인물들을 선별한다(死). 이것들은 그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으며 환영하지 않는다. 또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태어났고, 늙어가고 있으며, 병이 들어서 신음하고, 거부하지 못하는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그 수레에 올라앉은 지 오래되었다. 바퀴가 얼마나 빨리 굴러가는지 가늠조차 못할 지경이다. 수레는 이미 낡을 대로 낡아서 여기저기 보수공사를 사흘들이 하여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모든 기능은 유아 수준으로 떨어져서 약상자 개수만 늘었다. 쳐질 대로 쳐져서 늘어진 가죽 수레 속에는 바람이 들어 곧 부서질 것 같은 바퀴가 나를 유지한 채 이끌고 있다. 누구든지 좋아하고, 원하면서 가지려고 소망하는 이 젊음은 무한질주하면서 멈출 줄 모른다. 오로지 노화라는 이름으로 피안의 언덕을 향해 달릴 뿐이다.  


  지난 6월 21일에는 손녀까지 탑승을 했다. 자연분만이 아닌 수술로 태어날 시간까지 앞당겨서 고고(呱呱)를 울렸다(生). 손녀는 원하지 않았을 고해(苦海) 속으로 빠져들었다. 윤회라는 바퀴를 붙잡지 않을 수 없는 인연을 지었기 때문이다. 손녀는 이미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나이테(老)를 만들어 는 중이다. 그런데 손자가 여동생이 태어나는 의미도 모를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아는 것 같다.  


  21개월 된 손자가 출산하러 간 엄마를 기다렸다. 손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마를 찾았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식탁의자에 앉으면 무릎 오금을 긁었고, 돌아다니면서 엉덩이도 긁적거렸다. 손자는 아토피 피부로 바뀌어서 두 오금과 허벅지, 엉덩이를 긁어대는 가려움으로 나타났다. 소아과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어린 손자가 정신적인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손자는 어멈의 배가 불러오면서 두 발로 찼다. 그리고 태중 아기가 싫은지 머리로 어멈의 배를 들이박았다. 손자가 젖꼭지를 만지면 어멈이 아프다면서 못 만지게 했다. 손자는 꼬집었다. 엄지와 검지로 젖꼭지만큼 집었다. 그것도 겨드랑이 살을. 말을 못 하는 손자가 동생이 태어나기 전부터 고달픈 인생(病)을 맛보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을 이해하면서도 무지하여 스트레스라는 것은 짐작도 못했다.


  산모와 신생아가 집에 도착했다. 손자의 비어있는 곳을 채워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손자의 사진을 보니 아이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신생아에게 젖을 물리는 어멈 옆을 맴돌며 손가락을 빨며 부럽게 쳐다봤다. 어멈 옆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저지레를 하였다. 사람은 정신적으로 하나에 몰두하지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어멈은 손자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다. 손자는 어멈의 안방 문을 빼꼼히 들여다볼 뿐이다.


  손자는 엄마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음을 알았다. 엄마와 아기가 있는 안방 문도 함부로 열지도 않았다. 엄마 곁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였다. 사위가 손자를 재우려고 노력하였으나, 아이는 나를 찾느라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면서 잠이 든다. 울음소리를 들을 적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손자가 겪어야 할 몫이자 과정이어서 모른 체하고 있다. 손자가 밤마다 치르는 의식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자랄까 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22개월의 손자가 살면서 느끼는 괴로운 점이다. 내 손자는 이미 태어났고(生), 몇 겹의 나이테(老)와 아토피라는 병적인 스트레스(病)가 고통스러운 삶이다. 이것을 사고(四苦), 사람이 살면서 겪는 네 가지의 괴로움이다.


  톱니바퀴는 서로 맞물려서 끊임없이 돈다. 멈춤 단추를 누르기 전까지 하릴없이 부지런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계에 착오가 있으면 즉시 가동을 멈춘다. 고장 난 곳을 고치든지 아니면 폐기해야 한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태어나는 줄 모르고 탯줄을 자른 뒤 자라면서 내가 이 세상 사람인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부모님의 인생을 답습하며 한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부모가 된다. 인생유전(人生流轉)은 곧 윤회인 것이다.  


  생로병사는 지겨운 삶이다. 그러나 왜 태어났으며, 노화현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하며, 또 저승사자가 나를 찾으면 속수무책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것인지… 무릇 태어나는 것은 이승과 하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명제를 누가 깨뜨렸나?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이 시간을 태어났으므로 충실해야 한다. 충실한 삶이란? 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 충실한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고고(呱呱)를 지르는 손녀.


아래 사진: 손자와 산책을 하였다. 이미 지나온 길은 손자와 나의 과거다. 현재 밟는 길은 손자가 윤회에서 벗어나는 팔정도(八正道)), 여덟 개의 바른 가르침은 손자를 바른 걸음걸이가 되도록 인도(引導)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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