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함께 춤을

by 정 혜

Day 25 좋아하는 영상 한 편을 링크해 주시고, 영상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주신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주세요.


https://youtu.be/nB80ck9vfJ4 늑대와 함께 춤을


나는 청소를 하다가 말고 TV를 시청한다. 그러다 청소를 마쳐야 하므로 다시 청소기를 밀며 보다가 아예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본다. 또는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면 청소를 하다 말다를 반복하며 봤다. 이러기를 몇 시간씩 되풀이하며 청소를 겨우 마친다. 오전에 시작하면 오후에 끝을 낸다. 오래 전 청소를 하다 말고서 채널을 돌리다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영화에 오롯이 빠지게 되었다. 나는 그때 내가 어떤 류(類)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지 하도 까매서 영화의 줄거리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 미합중국의 군인이 인디언 땅으로 들어와 점차 자연에 동화 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변화해 간다는 것이 인상에 남아 있을 뿐이다. 어설프게 아는 영화의 내용으로는 글을 쓰기 아주 맹랑했다. 그리고 글을 쓰려면 다시 영화를 봐야만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만큼 자신이 없었다.


어젯밤에는 산책 나간 사위를 기다렸다. 영상을 링크하라고 하니 이 또한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위의 도움으로 하나는 해결했다. 그리고 '늑대와 함께 춤을', 영화 줄거리를 요약한 동영상을 보면서 잊히었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고 그 의미도 되새기게 되었다. 1800년 대의 겨울은 지금처럼 따뜻한 동절기가 아니었다. 수우족들은 입에서 허연 김을 내뿜으며 말을 타고 엄동설한의 칼바람을 맞으며 살 곳을 찾아 떠나는 길에


"늑대와 춤을!, 나는 '머리에 부는 바람'이다, 나는 그대의 영원한 친구다, 그대도 항상 내 친구인가? 늑대와 춤을!, 늑대와 춤을!, 늑대와 춤을!… " '머리에 부는 바람'이 수우족의 미래를 예감한 듯 영원한 친구이기를 강조하며 울부짖으며 '늑대와 춤을!' 여러 차례 부른다. 의미심장한 장면이기도 했다. '머리에 부는 바람'이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며 높은 절벽 위에서 계속 절규하는 친구와 떠나는 수우 부족을 바라보며, 던바와 그의 아내 '주먹 쥐고 일어서'의 고뇌하는 표정 또한 압권이었다. 이 영화의 모든 화면이 명장면 아닌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영상미와 인간미가 뛰어나 나를 감동시킨 영화였다.


미합중국 정부는 원주민인인 인디언들을 무력으로 복속시켰고, 강제로 그들을 인디언 자치구역으로 내몰았다. 우리 속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완전히 뽑아낸 것'이다. 그리고 뻔뻔하게 오늘날까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높은 문명과 문화를 가졌지만 신식무기로 무장한 백인들을 감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화적 충돌에서 인간의 이기와 탐욕이 빚어낸 결과는 비참한 패배였다.


"이 영화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현대문명이 과거에 놓고 온 것을 바라보게 하는 명작입니다. 주인공 던바는 우연한 기회에 원주민 마을에서 살게 되며 이들의 삶에 큰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따뜻한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활은 서구 문명에서 태어나고 살아왔던 던바에게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엔 묘한 거부감을 느끼던 그였지만, 시간이 지나 점차 우정을 쌓아가면서 이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무려 네 시간이 되는 엄청난 러닝타임을 통해 영화는 이들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을 천천히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적대심을 넘어 산보다 높이 쌓이게 된 이들의 신뢰는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따뜻한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바뀌어 가는 시대 속 백인과 원주민의 놀라운 교감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라고 동영상을 제작한 분이 평을 했다. 내가 조금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면 미합중국의 수뇌부들은 유식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영국의 지나친 간섭에 저항하였던 사람들로서 자신들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쟁취하였다. 당연히 원주민의 존엄성과 생존권은 보장했어야 진정한 신사의 나라이며 대국이다.


나는 일제 치하의 압제를 직접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은 그리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는다. 세뇌 교육으로 인하여. 그렇지만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의 자손이다 보니 인디언의 처참했던 말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동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지만, 미합중국의 비열한 행동들은 내 나라가 일본에게 당한 수모 못지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광활한 대지에서 펼쳐지는 장대(長大)한 삶의 묘미를 보는 영화다. 그리고 인간의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하는 이 영화를 언제 느긋하게 다시 음미하면서 보리라.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아파트 11층 거실에서 내다 본 10월의 초저녁.

아래 사진: 안심체육 공원 내의 가을이 주저앉아 있다.




댓글 9 공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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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Nov 01. 2020

아주 유명한 영화였죠.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오랜만에 옛친구 만나듯 떠오르네요.

인디언들은 영혼을 중요시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민족이라고 하더라구요.
작가님 말씀처럼
아직도 제국주의의 망령을 지닌 일본과 서구나라들의 미소가 위선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집안일 하다가 어떤 것이 떠오르면 그 일하다가 하루 종일 걸립니다. ㅎㅎ
오늘 댓글 달아주시느라 고생많으셨죠? ^^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저녁되세요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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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01. 2020

@혜나무

방금 아들과 통화를 했어요.
무조건 아들 편이 되어 주는 것,
왜 아들 어릴 적엔 자신감과 자존감이란 걸 모르고 키웠는지...
세파에 꺾인 목소리가 과거까지 연결이 되네요.
잘못 한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드님 몰아부치지 말고 무조건 믿고 의지처가 되어 주세요.
아드님은 혜나무님 내외의 반듯한 모습을 보고 자랐으므로 무조건 믿어주세요.
믿어주는 것이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었네요.
사설이 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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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Nov 01. 2020

@정 혜 아.. 작가님, 제 마음까지 헤아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전 아들 담임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했었는데... 하...좋은 소리를 못들었네요. ㅜㅜ

아드님 목소리에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요. 제 부모님께서도 제게 늘 말씀하세요. 절대 다그치지 말라고. 믿어주라고. (오빠가 부모님을 힘들게 했었거든요...)
네 작가님 노력하겠습니다. 무조건 믿겠습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아들이 단단히 설 수 있도록요!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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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Scott Park Nov 02. 2020

정혜님 덕분에 예전에 참 감명깊게 봤던 영화를 다시 한번 회상합니다.

'주먹쥐고 일어서', '새를 발로 차' 등의 이름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인디언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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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02. 2020

저는 이 유명한 영화를 아직까지 못봤어요. 청소한 것도 아닌데 참 바쁘게 산 것 같습니다. 조만간 꼭 봐야겠습니다. 인디언과 우리 민족을 비교해주신 부분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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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go Nov 02. 2020

저도 시간내서 영화를 꼭 보겠습니다

너무 앞만보고 살았나싶네요
두루두루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듭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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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08. 2020

@박유신 Scott Park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기에 저도 좋으네요.
일요일인 오늘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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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08.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그러시구나.
인디언들이 정신적인 삶을 구가하는 그들의 생활방식은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좋은 점이지요.
꼭 권하고 싶은 이 계절에 맞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간이 얼른 닿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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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08. 2020

@gogogo

저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앞만 보고 살았는 탓도 있겠지만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지요.
저야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보라고 해도 싫다 소리할 사람이 아니거든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32051112




Oct 31.20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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