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니 먼데 13
3월 17일 화요일 오후 4시 즈음이다. 내가 딸에게 내일 피부과 11시 예약이니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딸은 짜증이 섞인 말투로 가지 말라며 제지했다. 피부과 예약 일정도 코로나 19 때문에 병원 측에서 한 달간 조정한 예약일이었다. 나는 역병이라는 것과 아무런 문제가 없건만, 현실의 여건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며 다음으로 미루겠다 했지만, 나의 일정을 왜 멋대로 딸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려 하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내가 손자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보고 배우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그래서 두 말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
수요일 오늘은 딸 내외가 유모차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나간다. 11시가 넘은 지금 내외는 준비 중이고, 나는 손자가 자는 옆에 앉아서 이 글을 쓴다.
10시 35분 피부과에 전화하여 예약을 취소했다. 접수받는 직원이 다음 예약일을 먼저 물었다. 의사는 업무를 월, 수, 금요일로 축소하여 진료한다고 알려주었다. 코로나 19 소요가 일어나 시끄러울 때도 다녀왔다. 그 당시 병원 측은 밀려드는 고객들 관리하기도 벅찬 듯 보였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피부를 가꾸려고 몰려들었다. 워낙 사태가 심각하게 전환되니까 병원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한 것이다.
나는 근래 얼굴에 검버섯이 부쩍 늘어나 신경이 쓰였다. 딸이 혼인하던 그 해 신부화장을 염두에 두고 피부관리를 거금 들여 신청했다. 10번 중 5번을 하고, 수술이다 임신과 육아로 해만 바뀌고 있었다. 내가 나머지 회수를 시술받던 중 머시기가 훼방을 놓았던 것이다. 2번의 시술은 피부과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검버섯 사라지듯 달라졌다.
피부과는 여자들이나 특히 처녀들이 더 예뻐지고자 가는 곳이라 짐작했다. 나는 병원에 들어서면서 눈이 확 뜨였다. 젊은 남자들이 무수히 많았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또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처럼 품위 있게 늙고 싶어서, 아름답게 보이려고, 취업을 위해, 젊어 보이려고, 좋지 않은 피부는 관리 차원에서 등의 많은 이유로 끊임없이 예약 전화 소리가 들렸다. 피부과는 마치 기계가 돌아가는 듯 직원들이 움직였다.
병원에는 나부터 코로나는 코로나고, 많은 사람들이 시술받는 것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 병원 측도 그런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가 계속 병원 문을 열 수 없게 만들었다. 딸은 노골적으로 나한테 병원에 가지 말라고 했다. 내 딸은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하도록 신천동까지 승용차로 나를 태워다 주고, 데리러 온다. 아파트 승강기 이용하는 것도 이웃과 합승하지 말라고.
내가 많지 않은 나이지만 살만큼 살아서 그런지 두려운 것이 없다. 딸과 사위가 이렇듯 요란을 떠는 것은 손자 때문이기도 하다. 또 두 사람의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버스를 타보면 승객이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비닐 장갑을 끼고 손잡이를 잡았다. 나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들을 신경쇠약일 만큼 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손자 때문에 한 수 접지만, 이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 정 혜
대문 사진은 수성도서관 공원에서 가로등 불빛을 받은 목련꽃이 예상 외로 잘 찍혀서 흐뭇한 사진이다.
아래는 햇살이 좋은 곳에 목련꽃이 피자마자 가까이서 찍으며 향기를 느껴보았다.
진하면서 달큼한 향이 또 느껴보려고 코를 대는 중독성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