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로 바람 쐬러 갈까?”

코로나 19, 니 먼데 12

by 정 혜

사위가 토요일 오전에 집까지 모셔다 주었다. 나는 한의원에 들려서 침을 맞았다. 그리고 범어배수지가 있는 공원 야산 입구에서 녹악매와 조우하였다. 한 장만, 한 장만 하던 것이 셀 수 없어지고 시간도 지연되었다. 또 배수지 산길을 걸으며 초목의 개화 상태를 확인하였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찰칵, 해마다 생명의 탄생은 신비로웠다. 야산을 넘어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MBC 방송국을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서게 된다.


이곳 경비원은 무조건 출입금지다. 코로나 19 때문인지, 방송국의 기밀유지를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를 따라와서 나가라고 억지로(?) 등을 떠미는 곳이다. 담 밖으로 높다라니 내다 보이는 매화 인지 살구꽃인지 분간키 어렵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올려다보면 눈이 싱그럽다. 성원 넥서스 건물 맞은편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니 땅바닥에서 벚꽃이 피어있다. 나무에는 봉오리들이 꽃잎을 열고 나오려 아우성인데도 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닥에는 지열로 꽃이 피었길래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 놀았다.


바쁠 것 없는 나다. 밖으로 나오지 못해 부글거렸던 내면의 잡념들은 없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 된 나뿐이었다. 여기 달구벌 대로는 가로수가 동촌 아양아트센터까지 벚나무로 이어져 꽃이 피면 연분홍 길이 되어 화사하다. 나는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며 카메라로 조준해보지만 전선이 어지러워 방해하여 사진 찍는 것을 포기했다. 결국 올바른 사진 한 장만 건지고 효신초등학교를 거쳐 내 집에 도착했다. 대문을 여니 천리향이 나를 얼싸안았다.


딸이 범어배수지 야산을 넘을 때 카 톡을 보냈다. 짜증내서 미안하고, 쉬었다 오면 얘기할 시간을 가지자고. 딸이 금요일 오전에 손자 데리고 "바닷가로 바람 쐬러 갈까? 뜬금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수선한 이때 아기 데리고 나서는 것은 생각해보자며 말을 흐렸다. '바람 쐰다는 핑계 김에 나가서 나랑 대화를 하자는 뜻인가', '나를 위해서 나가자는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딸에게 대답을 보내지 않았다. '너의 짜증으로 나 좀 삐져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딸이 밤에 카 톡을 또 보냈다. 일요일 사돈에게 손자 맡기고 집 정리할 예정이라 월요일 모시러 온다고. 손자가 이사한 후 밤에 푸근하게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전날 밤에도 손자 때문에 부부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이 녀석이 잠은 잘 잤는지 잠시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이내 나의 일정으로 돌아왔다.


참 좋다. 혼자만의 시간이. 잘 쓰든 못 쓰건 쓰고 싶은 글 쓰고, 자고 싶을 때 잠자고 뭘 더 부러워해야 할까. 지금 이 상태가 나에게는 최고다. 딸이 나 오라고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밖에는 엄청나게 바람이 불어대고 있다. 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사진: 정 혜


대문 사진은 금호강 안심습지대에 봄이 머무르면서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는 벚꽃이 만발하여 내 마음조차 화사하다.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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