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웬만하면 하지 않습니다

by 정 혜

Day 29 지금 걱정 중인 일에 대해 써주세요.


걱정은 내 친정어머니가 18번이다. 어머니는 사사건건 문젯거리다. 걱정은 번뇌가 되고, 번뇌는 불안과 초조가 친한 친구인 양 내면에서 동거한다. 동거인은 어머니를 부추긴다. 4남매를 들볶으라고. 시커먼 가마솥에 콩을 볶으면 처음엔 얌전히 주걱을 굴리는 대로 몰려다닌다. 서서히 콩이 뜨거워지면 탁! 타탁! 이리저리 마구 튀어 오르고 반항이 거세진다. 콩 껍질이 연한 갈색을 띠면서 갈라지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남은 열기에 완전히 익도록 만든다. 식으면 빈 그릇으로 옮긴다.


걱정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머니의 걱정은 집착이었다. 감정이 식어진 콩은 또 맛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시달렸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자식을 편안하게 대해주지 못하는 불만이 아주 컸다. 어떻게 하면 엄마와 멀어질까, 인연을 끊는 방법을 강구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연을 끊어서 될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서류로 절연한다 해도 천륜인 그 혈연을 속일 수 없다.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지울 수 없는 사이다.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키워야만 하는 것이다.


지나간 어느 때 구역질이 시작됐다. 첨엔 먹은 것이 조금 넘어오더니 이후 헛 구역질이 사람의 진을 다 뺐다. 오전에서 오후로 이어지며 그저 시늉만 하면서 화장실을 떠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과를 찾았더니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래요.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요?" 구역질이 화병인 줄 이때 알았다. 무조건 단순해지자, 깊이 파고 들어가면서 스스로 옭아매고, 올가미에 매인 채 풀어달라고 자식에게 엉겨 붙지 말자, 생각을 달리 하자라고.


걱정? 근래는 단순해져서 별로 할 것이 없다. 단지 딸과 아들이 혼인하지 않은 점이 걸린다. 하지만 걱정을 하지 않는다. 딸은 애를 썼지만 닿지 않는 인연을 끌어다 붙일 재주가 없었다. 아들은 이 시대 젊은이답게 혼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 손자를 키워보니 그 말의 의미를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잡념'임을 체득하였다.


손자를 보는 지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 아들에게도 말했지만 당장 내년 1월에 혼인하여 11월쯤 손자를 낳는다고 해도 봐 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서 속히 혼인 상대를 찾아보라고 했다. 한 살이라도 적을 때 손주를 봐줄 수 있다고 하면서. 장가갈 생각이 없는데 손자 타령을 왜 하느냐고 목소리가 듣기 거북하게 퉁명스럽다. 이러는 아들을 상대하여 속 터지는 걱정은 무용지물이다. 후동이 역시 마찬가지. 한 비야 씨가 60에 혼인했다고 언론을 통해 알았다. 자식 안 낳고 살아도 될 것이며, 또한 없는 들 어떠하며, 면사포 쓰는 날이 늦어져도 무방하다 여겨져서 입도 벙긋 않는다.


'걱정도 팔자'라고 한다. '팔자는 길들이기에 달렸다'고도했으니 긍정적인 대처가 최고다. 육아 방법의 차이로 소통이 되지 않아서 언성이 올라가는 예가 빈번하다. 손자를 데리고 돌아서서 장난감을 만지면서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대면하며, 어떤 말로 사과해서 딸의 마음을 위로해줄까 이 연구를 한다.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뭘 좀 알기 시작하면서 존중과 배려하는 태도를 취하며, 경청하려고 애 쓴다. 어쩌다 고질병인 '아는 체'를 하며 주책 부릴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걱정거리는 아는 척하는 것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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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사진: 12월 5일, 지인의 7 순 독창회 공연을 관람하였다. 7시 지나 수성아트피아 건물 밖으로 나와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이상하게 생긴 나무가 보였다. 설치 미술가 정 효찬 님이 가까이 다가와서 설명을 해주어서 의미를 알게 되었다.

2021년 힘든 한 해를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서 웃음소리를 형상화하였다고. 일명 웃음나무 였다.


아래 사진: 설명을 들을 때 옆에서 예쁜 분이 웃었다. 그분 역시 설치 미술가였고, 수성아트피아에 작품을 설치하자는 제안과 앞장섰던 박 정현 님이었다.

기념으로 세 개를 흔쾌히 주어서 내 집 화단에 꽂았다.

ㅋㅋㅋㅋ



Nov 20. 20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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