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싫어요

코로나 19, 니 먼데 15

by 정 혜

세 식구 웃음소리가 가득한 아침이다. 딸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사위는 출근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지극히 평온하다. 손자는 그들 옆에 엎드려 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360도 회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그러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도 벅, 벅 질러댄다.


사위는 장애어린이 집 교사다. 사돈이 퇴직하면서 곧바로 원장으로 취임하였다. 어린이 집은 사돈 소유의 사단법인체다. 그런 직장인데도 정시에 퇴근하는 예가 없다. 8시 가까이 퇴근하던 사위다. 휴원 중인 사위는 코로나로 인해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배우면서 실습하고 있다. 딸은 현재 육아 휴직 중. 6개월을 넘긴 손자가 재미없는 아빠와 한참 애착관계지수를 높이고 있다. 사위는 이 순간들을 만족해하는 것 같다.


바깥사돈은 일찍 오지 못할 외지 여행을 떠났다. 부정이 그리웠던 사위는 손자를 많이 기다렸다. 혼인하고 3년 만에 만난 손자는 양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는 사실이 더 뿌듯한 듯 보인다. 그런데 사위는 손자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며, 아기와 함께 노는 방법이나 다루는 것을 전혀 몰랐다. 아들이 예쁘고 좋은데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아기가 짜증이 나도록 만들었다. 사돈과 여동생 세 식구만 똘똘 뭉쳐 살았던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아기가 있거나 사촌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부대끼며 컸다면 달랐을 것이다.


사위가 어제저녁부터 손자 목욕을 시켜보기로 했다. 내 방까지 들려오는 손자의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나를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욕실 문을 가만히 열어보니 사위는 지아들 머리 감기는 손이 둔하게 움직였다. 손자가 불편하다고 마구 고함을 치며 두 발을 버둥거렸다. 내가 다가가서 손자의 기저귀를 빼내고 물에 세워놓은 채 머리를 닦아주었다. 사위는 안절부절못하며 큰 손으로 아기 가슴에 물 한 번 끼얹으니 금방 비누 물을 씻어낼 수 있었다. "첫 술에 배 부르랴, 사위 잘하고 있다, 꾸준히 하면 요령을 익혀서 더 잘할 거야"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충분히 잘 해낼 것이므로.


사위는 도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딸은 손자 덩치가 커갈수록 씻기는 것이 버거워졌다. 내가 사위더러 욕조에 물을 받아서 손자와 함께 놀며 씻겨 보라고 했다. "장모님, 제가 해보지 않은 것은 못 해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부자가 함께 목욕하는 방법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 그는 해보지 않은 일은 두려움부터 앞서 재바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딸은 이런 사위를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딸도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나도 손자를 통해 자식을 알아가고 있는 셈이다.


하기야 내 딸도 처음부터 배웠나. 나 또한 그랬지. 여자, 암컷은 임신이라는 특수한 여건이 모성애를 유발해 육아가 가능하도록 했을 뿐이다. 남자는 아기를 키우면서 부성애를 느끼고, 책임감을 절감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아버지도 배웠나. 부모를 보며 은연중 애증과 존경이 교차하면서 배웠지. 또 책을 통해 알았을 수도 있다. 가정교육을 잘 받았던 부모였다면 두 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즈음의 젊은 부부들은 공동육아를 하는 가정이 많다. 부부가 합심하여 아이를 키우고 가정교육을 시킨다면, 나는 최고라고 장담한다. 내 남편은 가끔씩 "애 엄마가 가정교육 바로 안 시키고 뭐 했느냐"고 나를 질타했다. 나 혼자 아기를 만들 수 없듯 아버지도 자식을 올바로 지도해야 한다고 해도 끄떡도 안 했다. 자식 교육은 엄마라는 고정관념이 깊었다. 아무튼 가정교육이 중요하고, 아기의 인품을 좌우하기에 세심하게 돌보며 키워야 한다.


딸과 사위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재, 대견하기만 하다. 나는 믿는다. 반듯한 인간으로 잘 키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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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 사진은 조팝꽃,

나는 이 꽃을 싸리꽃이라고 부른다. 향기를 느껴보면 싸리꽃 꿀 향이 진하게 난다.


아래는 옥상에 있는 복숭아꽃,

봉오리가 펴지고 있는 중이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197597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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