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니 먼데 6
4.24 금요일 밤 10시 58분을 지나고 있다. 손자의 앞니가 나오기 시작한 지 한 주가 지났나 보다. 지금 이 시간 자다가 일어나 울고 있다. 딸이 단체 카 톡 방에 올라오는 정보를 수집한 결과 2019년 9월 생 전후 아기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50분 이상 자지 못하고 일어나서 운다고 한다.
손자가 며칠 전부터 낮잠을 재우면 30분도 못 자고 머리를 벌떡 쳐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엎드려서 기려는 자세를 취했다. '실컷 재웠더니 또 일어났나?' 싶어서 얼른 몸을 일으켜 손자를 등에 업었다. 한 십 여분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들으며 잠을 재워 눕히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는 것이 일상 화 되다시피 했다. 오늘 밤은 유독 심하다. 이가 잇몸을 뚫고 나올 때 많이 아파서 아기들이 울고 보챈다고 했다. 딸이 저녁 8시 즈음에 재웠는데 벌써 세 번째다. 딸은 업어서 재우려고 복도를 오가고 있다. 내 자식들도 저렇게 아프다고 울었던 가. 나의 소중한 삼 남매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손자는 5개월이 되기 전에 아랫니가 나오기 시작했다. 8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은 웃을 적마다 하얗게 보여서 귀엽다. 다른 애들은 지금 즈음 아랫니가 나온다고 하는데 빨라도 많이 빠르다. 오른쪽 앞니는 완전히 나온 것이 보이며, 왼쪽은 벌어진 틈으로 보일 듯 말 듯. 이런 상황이니 아이가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든 모양이다.
나도 입 안쪽 사랑니가 나오려고 할 때 무지하게 아팠다. 괴로워서 몸부림치던 오래전 일을 묵은 서류 뒤적이듯 끄집어 내봤다. 통증의 강도가 가물가물 하지만 고통스러웠다는 기억만 어슴푸레하다. 7개월 겨우 넘긴 녀석이 아파서 번쩍 고개 드는 것을 푹 자지 못한다고 타박을 했으니. 말도 못 하는 아기를 다 큰 사람처럼 생각하는 할머니가 참 한심한 위인이다.
요즘 엄마들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시대다. 좋은 시절에 태어나는 것도 복이다. 그렇지만 심해도 그 수준이 심각하다. 손전화기 중독자들이다. 내 딸도 육아 단체 및 여러 개인 카 톡 방에서 벗어나 질 못한다. 특히 육아 단체는 채팅은 않더라도 공동 관심사 주제를 놓치면, 채팅자들의 의견이 많아 찾기 쉽지 않다고 대꾸했다. 할 말이 없도록 만들었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이것, 손전화기가 사람보다 우선 순위다. 뭐시 더 중 헌지 알기나 하냐고 딸에게 물었을 때 다 안다며 말대꾸나 하지 않으면 이쁘겠다. 그런데 이 예쁜 따님이 일은 하지 않아도 육아 서적은 손에서 놓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나 보고도 책을 읽으라면서 몇 번 얘기하다 내가 듣는 양 마는 듯하니까 지금은 일언반구도 비치지 않는다. 내가 읽기보다 딸이 컴퓨터 마주하는 시간 줄이고 책이라도 한 줄 더 읽어서 손자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속셈이다.
손자는 어미가 옆에서 함께 자기를 원하는 것 같다. 딸은 아기를 재워 놓고 곧바로 거실로 나와 손 전화기를 쳐다보느라 다른 생각이 없다. 수십 분 후에는 어김없이 손자가 방에서 “애에~” 소리 내어 울며 어미를 찾았다. 또 나오면, 얼마 있지 않아 부르고. 몇 분만 늦게 들어가면 이젠 길 줄 안다고 엎드려서 허우적거렸다. 손자가 푹 잘 때까지 옆에 있으라고 딸에게 말을 해도 밖으로 나온다.
결국 손자가 약이 바짝 올랐다. 사위가 손자를 얼러 보지만 턱도 없다. 오히려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 대며 뒤로 넘어가면서 울었다. 그제야 딸이 소파에서 일어나 아기 옆으로 갔다. 사위가 해결하지 못하자 손자는 어미 등에 업히고,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흐느끼며 잠을 청했다. 손자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울음은 감당할 어른이 없다. 딸은 손자에게 “엄마가 못 봐줘서 미안해." 하며 아이를 달랜다. 아니, 아기 실컷 울리고 미안하다 소리는 왜 하는데?
딸은 개떡 같은 코로난지 나발인지 때문에 외출을 못하자 그저 애매한 손전화기만 쥐고서 엄지만 움직여 댔다. 아기 있는 엄마가 이래도 되냐!
사진: 정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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