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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n 21. 2020

얘들아, 장가 빨리 가거라

    

 장병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법당 옆 비이슬 머금은 숲으로 들어갔다. 빽빽이 하늘을 가리는 소나무와 단풍나무 사이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비를 맞아 초록의 싱그러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풀내음. 살그머니 눈을 떠보았다. 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열매가 파랗게 완두콩처럼 자라고 있었다. 단풍나무 싹들은 두터운 낙엽을 겨우 뚫고 나오는 중이었다. 엉겅퀴는 꽃봉오리를 내밀었고, 찔레꽃은 빗방울을 품은 채 함초롬했다.


  삼귀의와 붓다 예경을 마쳤다. 두 장병이 금요일인 그저께 훈련을 마쳐 피곤하다면서 몸을 비비 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 친구에게 질문을 했다.

  "자네는 혼인을 일찍 할 거예요?"

제옥이는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점집에를 다녀왔다고 했다. 제옥이는 혼인을 늦게 하라는 점괘가 나와서 천천히 할 거란다. 상태는 일찍 하겠다고. 이유는 아버지가 현직에 계실 때 혼인해야 여러 가지 혜택과 축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민준이는 돈을 많이 모았을 때 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 이렇게 질문한 원인이 있다. 나이 30세나 되는 아들의 혼인이 늦어져 항상 걱정스럽다. 며칠 전에는 큰 딸과 아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점심을 외식했다. 그때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아들이 세상사는 이치에 조금씩 눈 뜨고 있음을 토로하였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들에게 혼인을 최대한 빠르게 하라고 권유했다. 안정된 성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정신적인 방황을 멈추게 하는 한 방법이며, 최고라고 나의 생각을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장병들도 깨우쳐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제옥이에게 물었다."혼인 전 자제하기 힘든 성욕(性慾)은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 녀석 특유 버릇이 수염 뽑기이다. 내게 대답하기 거북하여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우리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고, 긍정적으로 드러내고 표현하자 했으니 대답해 보라고 권했다. 아마 사귀는 여자 친구와 해결할 것 같다고. 제옥이가 만약 취업을 하기 전이면 여자 친구가 거부할 수 있다, 이유는 직장도 없는 남자와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랑놀음을 이어갈 어리석은 여자는 없다고 했더니 다른 여자를 찾아보겠단다.


  민준이도 아마 사귀는 여자 친구와 해결할 것 같다고 했다. 민준이는 현재 직장이 있고, 여자 친구도 있어 돈만 모으면 되는 처지라 다소 유리하다. 나는 여자 친구가 민준이를 싫다고 하지 않으면, 설득을 하여 하루속히 혼인을 하라고 권했다. 내가 민준이를 예로 삼아 설명을 시작했다. 


  혼인을 하면 우선 성 문제가 해결된다. 법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부부이므로 그 누구도 그들에게 비난이유와 시빗거리가 없다.

둘째는  빠르게  경제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아내와 의논하여 한 달 예산을 세운다. 그러면 가정살림이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부모님께 드릴 돈, 생활비, 적금, 문화비, 여행비, 경조사비 등 항목을 나누어 규모 있는 생활 하다 보면 어느새 살림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혼인을 하라고 했더니 이해가 되었는지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60 중반인 나는 손자가 생겨도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 다.  체력이 급격히 많이 떨어져 아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렇다면 장병들이 나이 30을  넘겨서 혼인한다면, 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노화와 퇴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자파와 오염된 공기 등에 노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 세대는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손자를 봐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기도 한시바삐 낳으라고 했다. 상태는 근무 시간이 되어서 법문 도중 법당을 떠났다. 법당을 나가상태에게 빨리 혼인예정이아이도 빠르게 낳으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였다.


  남녀가 혼전 동거나 혼전 성관계가 만연되고 있다.  어떤 남자는 혼인하였으면서도 혼전에 있었던 일이 의심되어 아내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연을 페북에서 본 적 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자네들은 아내가  혼전에 가졌던 성생활을 수용할 수 있느냐고.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두 장병 왈,

  "저희들은 그렇게 속이 좁지 않습니다"  

일부분에 지나지 않겠지만, 성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음을 체감했다.



  남자들의 잘못 인식된 성문제는 혼인을 하고도 일을 저지른다. 남자라면 불륜을 저지를 수 있다는 가부장적인 사고. 지양되어야 하는 일이며, 아내에 대한 예의이다. 엄연히 삿된 음행, 바르지 못한 사랑놀음을 지속하는 것은 악업 쌓는 일인데도 그것을 모르니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 장병들에게 이런 교육을 하는 것은 그들의 악업 쌓는 일을 예방하기 위함이요, 바른 생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라는 뜻이다. 내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제대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그들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서 선, 악업을 쌓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군대에서 있었던  사연들은 하루가 다르게 잊힐 것이다.


   아, 얼마 전 페북에서 보니 제대한 장병이 동거하고 있었다. 그때 혼인신고 후 함께 살면서 예식은 천천히 하여도 된다고 했다. 잊고 살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언제가 나의 법문이 생각나 바른 행위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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