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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윤 May 14. 2021

해금에 관하여 | 천지윤의 해금이야기

金 해금과 감자비 그리고 거북이


전통악기는 팔음(八音)으로 재료를 구분한다.

여덟 가지 재료가 쓰인다 하여 팔음이라 한다.

팔음은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이다. 이 재료에는 음양오향의 동양적 질료와 철학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해금은 전통악기 중 유일하게 팔음을 모두 갖춘 악기이다. 팔음을 기준으로 해금을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의 명칭과 특성, 그에 스민 나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해금의 감자비   



해금과 몸이 닿는 지점. 활도 잡고 줄도 잡지만 가장 많은 면적이 닿는 부분이라면 감자비다. 해금의 가장 아랫부분, 울림통 바닥을 금속으로 덧대어준다. 복판과 맞닿는 지점에 각을 주어 줄을 매듭짓는 두 개의 구멍을 낸다. 감자비의 중앙에는 울림통과 입죽(立竹)을 연결하는 금속 막대를 고정하는 자리가 있다. 감자비는 해금의 가장 바닥에서 울림통에서 입죽 상부까지 연결하고 소리의 진동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울림통을 뿌리라 한다면 감자비는 뿌리 아래에 묻힌 암석이라 할 수 있겠다.



전통음악을 연주할 때 좌식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오른쪽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오른쪽 발바닥과 만나는 지점에 감자비가 있다. 맨발 위에 해금을 올릴 때 시린 금속성이 정신을 산뜻하게 깨워준다. 전통음악 외의 장르를 연주할 때는 의자에 입식으로 앉는다. 이럴 경우 무릎 위 허벅지 어디쯤에 감자비가 자리한다. 줄 매듭이 지어진 자리가 살에 닿아 빨갛게 자국을 내기도 한다.

  

내가 만난 해금의 감자비 모양은 거북이와 나뭇잎이다. 감자비는 가장 들여다보지 않게 되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바닥 부분에 있기에 악기를 거꾸로 들어 올려 볼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이나 들여다보는 감자비. 다시 확인을 해봤다. 거북이가 맞다. 왜 거북이일까.


생각해 보니 감자비와 거북이는 잘 어울린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감자비에 새겨진 거북이 등딱지 문양을 보아하니 반짝이는 거북이 등을 떠올리게 한다. 줄 매듭을 위해 살짝 들어 올려진 구멍 부분은 거북이의 작은 머리에 해당한다.  


거북이는 영물이라 한다.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음악가의 영(靈)적인 세계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적당하며 악기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도 된다. 나뭇잎 모양을 한 감자비는 겸손하고 욕심 없이 느껴진다. 해금은 그 자체로 자연의 산물임을 일깨워준다. 여기서 나오는 음악 역시 겸손하고 온유하고 사심 없이 흐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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