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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윤 May 14. 2021

해금에 관하여 | 천지윤의 해금이야기

石  해금과 옥돌 그리고 낙수물

옥돌      

이 글을 쓰기 전 옥돌에 대해서만큼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존재를 자주 잊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생각해보니 이 옥돌은 자신의 존재로 존재(울림통)와 존재(입죽)가 만나는 지점을 격식 있게 연결해준다. 누군가(입죽)의 마모를 막아주는 희생적인 역할을 한다. 옥돌은 건축물에 있어 천장과 벽을 잇는 몰딩 혹은 벽과 바닥을 잇는 걸레받이 부분(미안해요, 옥돌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아마 옥돌이 없으면 마감이 안 된 듯한 인상을 줄 것이다. 입죽과 울림통이 만나는 지점이 휑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부끄럽다. 후줄근한 옷차림을 하고 집 밖을 나온 느낌이랄까.  


해금, 그리고 옥돌


말총이 울림통 위를 지나고 입죽과 맞닿게 되는데 옥돌은 이 부분을 덧대주어 마모를 막아준다. 그럼에도 옥돌은 마모 된다. 악기를 오래 사용하다보면 옻칠 한 울림통에 활이 지나가는 자리가 허옇게 닳기도 하고, 옥돌이 닳기도 한다. 어느 사주쟁이가 내 생시를 넣어보더니 ‘낙숫물로 돌을 뚫을 사주’라 했다. 그 말의 의미는 활질로 이 옥돌을 닳게 한다는 의미일까.      


옥돌과 해금연주가     

나뿐 아닐 것이다. 해금연주가들은 허공에 메인 줄을 타며 음정과 농현을 만들어낸다. 내가 아는 해금연주가들은 끈기와 집념이 대단하다. 다른 악기 연주가들에게 ‘해금하는 애들, 독하잖아...’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허공에 메인 줄을 타며 음악을 만들어내기까지 기본적인 음악적 재능 보다 끈기, 인내, 집념이 더 중요한 재능일 것이다.

해금연주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라 한다면 제 할 일을 조용히, 개인적으로 해낸다는 점일  것이다. 다른 악기 연주가들에게 ‘해금하는 애들, 참 경쟁적이지...’라고 미움을 받을 지언정. 무리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며 단독적으로 드러나기를 선호한다.

해금이 솔리스트 악기의 방향을 취하며 스포트라이트 받을 일이 많아졌다. 음악의 구성에서 해금이 주 선율을 이끄는 컨셉으로 보컬의 역할을 한다. 음악의 방향이 이렇게 흐르며 연주가들의 성향 또한 개인과 개성을 중시하게 된다. 개인의 역량을 탁월하게 드러내려면 그만큼 개인기가 출중해야 한다. 개인의 독자성과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낙숫물로 돌을 뚫는 심정으로 연습에 임해한다. 수많은 해금연주가들이 그래왔듯 오늘도 옥돌이 닳도록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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