絲 줄, 줄타기 광대처럼
絲
줄, 줄타기
“해금은 몇 줄일까요?” 전문가가 아닌 대중을 위한 연주를 할 경우 이 질문을 던진다. 대중도 그 깊이와 넓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코웃음 치는 관객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 이 질문과 답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답을 맞히시는 분께 사인 CD를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경품 행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즐겨 연주하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 ‘LIBER TANGO'를 신명 나게 연주한 후 이 질문과 답, 그리고 경품행사의 과정을 진행하면 관객은 ’ 해금은 2줄로 이루어진 악기‘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한다. 2줄로 이렇게 다양한 음정을 낸단 말인가!
현악기에 대해서 ‘몇 줄인가?’가 흔한 관심사인 듯하다. 가야금은 12줄, 개량 가야금은 17, 18, 21, 25현으로 다양하다. 거문고는 6줄. 서양의 현악기인 바이올린·비올라·첼로·기타는 모두 4줄이다. 해금은 2줄로 전통 5 음음계는 물론 서양 음계의 온음과 반음을 포함한 12음을 모두 낼 수 있다. 해금은 완전 5도 간격으로 조율한다. 개방현 기준 바깥 줄은 C, 안 줄은 그보다 낮은 F. 거의 두 옥타브 반 이상의 음역을 소화한다. 바이올린과 비슷한 음역대다.
해금은 줄을 눌러서 음정을 만들어낸다. 귀와 손끝의 감각에 의지할 뿐이다. 살짝 눌러 반음 간격을 조절하고 많이 눌러 도약이 큰 음정 간격을 만들어야 하니 쉽지 않다. 어느 악기는 쉬우랴마는 음정을 조율해놓고 시작하는 가야금, 완전히 조율된 상태에서 연주하는 피아노와 비교했을 때 시작점이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해금 줄은 명주실로 만들어진다. 여러 겹의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것이다.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실이다. 뽕잎을 먹은 누에가 자신의 몸을 통과해 뽑아내는 실. 자연에서 온 성분이다. 이것은 특유의 탄성을 가지고 있다. 줄을 낭창낭창하게, 때로는 딴딴하게, 주아와 감자비 끝에 걸어놓는다. 줄과 입죽에 의지해 손을 둥글게 얹는다. 손가락과 악력의 힘으로 당겼다 놨다를 반복하며 음정과 농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통놀이인 줄타기. 줄타기 광대는 나무 기둥 양 끝에 걸린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걷고 뛰며 재담도 한다. 한 손에 부채를 들고 관객을 향해 호령하기도 하고 너스레를 떨어가며 재주를 부린다. 해금 줄을 주무르며 광대의 줄타기를 생각하곤 한다. 줄타기 광대처럼 해금 연주가는 의지할 곳 없이 허공에서 재주를 부린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음정이 틀려버리고 낙하하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