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쇼핑의 중심지 오차드 로드에 2009년 새로운 쇼핑몰 아이온 오차드가 들어섰다. 고급스럽고 화려함을 뽐내는 이 건물에는 그에 걸맞은 티룸도 생겼다. 바로 싱가포르 토종 브랜드인 TWG였다. 브랜드를 나타내는 노란색은 매장의 조명과 황금색 바닥과 어우러져 금빛으로 빛났다. 반짝반짝 화려한 이 공간은 쇼핑몰의 다른 고급스러운 매장과 비교해도 차원이 다른, 마치 작은 궁전 같은 느낌이었다.
TWG가 탄생하기 전에, 오차드 로드의 다카시마야 백화점에는 로열 코펜하겐 티 라운지 겸 레스토랑이 있었다. 여행자로 우연히 들른 그곳은 넓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좋았다. 대부분의 손님과 웨이트리스는 중년 여성이었다. 그 무리에 섞이기엔 꽤 젊었던 나에게 서빙하는 직원도 약간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음식과 차는 로열 코펜하겐 그릇에 격식을 갖추어 나왔다.
와~!
당시 한국에서 이런 류의 레스토랑을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천천히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의 공간을 둘러보고 시간을 들여 식사를 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제 TWG가 차지해 특유의 화려함으로 치장했다.
TWG는 이제 싱가포르 곳곳의 새롭고 세련된 공간이라면 어디서든 마주친다.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공항에도 있고, 해외로 진출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 일본, 영국에도 매장이 생겼다. 마치 현재 바샤 커피가 공격적으로 럭셔리 마케팅을 펼치는 것처럼 TWG도 십수 년 전 탄생과 함께 그런 전략을 펼쳐 왔다.
<홍차 수업 2>에서는 TWG의 짧은 역사를 알려준다.
2008년에 싱가포르에서 생긴 이 브랜드는 모회사인 The Wellness Group의 약자 TWG를 브랜드로 내세웠다. 2년 만에 바로 해외진출을 시도하는데 첫 진출지는 일본의 도쿄였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청담동에 카페를 내면서 진출했다. 2018년에는 브랜드 탄생 10주년을 기념해서 홍차의 종주국 영국 런던에 매장을 두 개나 열었다.
패키지에는 ‘1837’이라는 연도가 쓰여 있어서, 처음 봤을 때는 회사의 설립연도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1837년은 싱가포르에 상공회의소가 생긴 해라고 한다. 브랜드의 짧은 역사를 드러내지 않는 참 영리한 마케팅이다.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럭셔리 티브랜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TWG는 싱가포르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선물로 구매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되었다. 나도 TWG의 베스트셀러인 ‘게이샤 블라썸’ 녹차와 ‘1837 블랙티’ 홍차를 친구에게 선물로 받아 처음 맛보았다.
달콤한 복숭아 가향이 녹차에 잘 어우러지는 '게이샤 블라썸'은 녹차의 향기는 잘 나지 않지만 복숭아의 향기가 마시는 내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따뜻하게 마셔도 맛있지만, 여름에 냉침해서 차갑게 마시면 칼칼하게 살아있는 녹차 맛이 더위를 단숨에 날려주고 달콤한 향에 마음은 몰랑몰랑해진다.
‘1837 블랙티’는 TWG의 가장 유명한 홍차이자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시그니처티이다. 가벼운 베이스의 홍차에 베리류 과일의 향과 캐러멜향이 섞여 새콤달콤한 향이 나면서 기분전환에 딱 좋다. 홍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 선물하기에도 좋다.
TWG 차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티는 '얼그레이 다무르'이다. 하얀 차나무꽃과 파란 수레국화꽃이 섞인 화려한 찻잎은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오고, 향긋한 꽃향기와 상큼한 베르가못향은 가벼운 홍차와 아주 잘 어울린다. 우린 차에서는 꽃향기도 베르가못 향도 은은하게 나고 홍차의 맛은 의외로 순해서 화려한 찻잎과는 반전을 이루는 다소곳한 이미지이다.
홍콩에서 TWG를 구매할 때는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홍콩 IFC몰의 매장에 가니 매장 간판에도 패키지에도 TWG 대신 Tea WG라고 쓰여 있었다. 뭐지? 가짜를 만들었을 리도 없고...... 찾아보니 TWG가 홍콩내에서 상표권 분쟁에 패소해서, 홍콩에서는 TWG 대신 Tea WG라고 표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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