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빗방울 Aug 24. 2024

럭셔리한 티타임의 로망,
마리아쥬 프레르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단연코 패션브랜드이다. 일 년에 몇 번씩 가격을 올리니 사놓으면 재테크가 된다고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고, 예술가들과 협업해서 브랜드의 상품을 그냥 가방이나 스카프가 아니라 예술품의 경지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차의 세계에도 프랑스의 럭셔리가 통한다.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ères)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대가 훨씬 높아서 과연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맛이 궁금해서 결국은 사고야 말았다. 얼그레이를 좋아하니 우선 얼그레이만 세 종류를 사보았다.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 얼그레이 임페리얼, 얼그레이 프로방스. 


가장 인기가 많다는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는 예상외로 내 취향이 아니었고, 혹시나 하고 산 얼그레이 임페리얼이 원픽이 되었다. 그리고는 수많은 브랜드의 다양한 얼그레이를 제치고 지금까지도 내 마음 속 최고의 얼그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리아쥬 프레르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17세기에 마리아쥬 가문은 해상무역에 종사했다. 차를 비롯해 향신료 등 이국적인 식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은 몇 대째 이어지다가 마침내 1854년에 형제인 앙리와 에두아르 마리아쥬는 파리에 마리아쥬 프레르 티하우스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유명 호텔이나 고급 티룸에 차를 공급했다. 검은색 틴에 노란색 로고부터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이 브랜드는 이렇게 태어났다.



<홍차 탐구>에서는 프랑스의 럭셔리 홍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마리아쥬 프레르의 최근의 역사를 알려준다. 20세기에 들어서도 마리아쥬 프레르는 호텔이나 백화점에 질좋은 차를 납품하고 있었지만 도매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브랜드 자체가 소비자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20세기 후반에는 프랑스에서 차의 인기도 시들했다.

 

운명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타국에서 프랑스로 온 청년 둘이 이 회사의 후계자가 되었다. 태국에서 온 키티 차 상마니와 네덜란드 사람인 리처드 부에노이다. 마리아쥬 프레르에 매료된 이 둘은 1983년 회사를 인수하고, 3백 년간 도매상으로 영업하던 회사의 방식에서 벗어나 소매상으로 변신한다. 


상마니는 차 블렌딩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서 마리아쥬 프레르의 베스트셀러인 ‘마르코 폴로’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현재 이 브랜드는 실험적이고 다양한 가향차를 비롯해 800여 가지가 넘는 차 종류를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마리아쥬 프레르는 1980년대 중반 파리의 마레 지구에 브런치와 차를 함께 파는 레스토랑을 오픈해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 당시는 차에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하거나 차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콘셉트의 레스토랑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일본에서는 해외여행 붐이 일어난 시기였고 파리에 온 일본인들에게 마리아쥬 프레르는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이름이 났다. 이에 힘입어 1990년에는 도쿄에 첫 해외매장을 오픈한다. 마리아쥬 프레르는 소매업으로 변신한 뒤 40여 년간 럭셔리 티 브랜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얀 도자기에 마리아쥬 프레르의 노랑과 검정 로고가 박힌 티포트와 찻잔은 볼 때마다 바로 사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티살롱에서 서빙해 주는 것처럼 집에서도 마리아쥬 프레르의 차를 마리에쥬 프레르의 찻잔에 마신다면 왠지 더 특별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럭셔리 마케팅에 성공한 이 브랜드는 이렇게 소비자를 현혹하고 통장 잔고를 위협한다. 홍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럭셔리한 티타임의 로망을 자극하는 마리아쥬 프레르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이전 10화 영국의 자존심, 포트넘앤메이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