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by 비앙카 보스커

by 봄봄

가끔 친구들이 전시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가 있다. 굉장히 난감한 요청이다. 현대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한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작품이 가득한 전시를 추천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 대답은 한결같이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를 보라는 것에서 그쳤다. 올해 그런 친구들이 있다면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를 추천해 주고, 같이 현대미술 전시에 가보려 한다.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의 저자인 비앙카는 저널리스트로, 기자생활을 하면서 미술계가 다른 분야에 비해 참 특이한 곳이라고 느꼈다. 미술계에 속한 사람들만의 은밀한 규칙이 있고 외부에는 절대 알려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많은 현대미술작품은 마주하기가 당황스럽기까지도 했다.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슨 말을 해야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보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무작정 피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어색하고 힘든 현대미술 전시장에서의 경험을 없었던 척하고 살아가기는 더 힘들었다. 비앙카는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미술계에 대해 영원히 알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비앙카가 약 1년 반에 걸쳐 갤러리 직원, 미술가의 조수, 미술관의 경비로 일하면서 미술계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몸으로 부딪치며 현대미술에 대해 깨우쳐 간 이야기이다.



비앙카는 현대미술 작품을 앞에 두고 도대체 어떻게 감상해야 하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미술계 외부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을 대변한다. 왜 예쁘거나 아름다운 작품은 별로 없는 것인지, 왜 이해하기 쉬운 미술 작품은 인정받지 못하는지, 작품 수준의 높고 낮음은 누가 결정하는지,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은 어떻게 구별하는지, 안목은 어떻게 기르는 것인지, 왜 사람들이 작품을 사는지 등등 그녀의 의문은 끝이 없었다.



비앙카의 수많은 깨달음 중에서 가장 와닿는 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관찰하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면 말이다.



아름다움은 특정한 물리적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마음이 한계를 뛰어넘는 그 순간이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다. 수학 방정식이, 체조가, 착륙하는 비행기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려면 마음을 열고 보아야 한다. 아름다움이 당신을 찾아오지는 않으므로. 아름다움은 당신이 아름다움을 찾아다닐 때 생겨난다.”



비앙카는 마침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작품을 보고 작품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의 중요성도 깨닫는다.


최대한 많이 보라. 사람들은 나에게 안목을 키우고 싶다면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고 그 말이 맞았다. 뒤늦게 얻은 깨달음은 작품을 볼 때는 그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 맥락에 연연하지 말고 보도 자료를 무시해야 한다는 것, 작품의 물리적 창작 과정과 작품 앞에 섰을 때의 육체적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지만, 나처럼 극내향성인 사람은 읽다가 쉽게 지친다. 미술계에 신입으로 막 취직한 수다쟁이 친구가 직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시시콜콜히 끊임없이 조잘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몇장 읽다가 중간중간에 쉬어 주지 않으면 피곤해져서, 생각보다 속도감 있게 읽히지는 않았다.



에너지가 넘치던 비앙카의 생활은 코로나로 인해 끝이 나지만, 그녀는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해서 집에 놓고 작품과 같이 살아갈 생각까지 하는 단계에 다다랐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나면, 갑자기 전시를 보러 나가고 싶어 진다. 전혀 모르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보고 마음이 쿵쿵 뛰고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